▲ 홍성일 구름학교(비영리민간교육단체) 대표, 수남중 교사.

최근 30년 동안 세상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교육은 달라진 게 없다. 교육의 현실은 최근 '대학 전공과목을 배우려고 학원을 찾는 명문대 신입생들'이라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12년 동안 공교육을 받았지만, 대학 전공 공부를 위해 다시 학원을 찾는 게 교육의 현주소다.

'SKY'로 불리는 국내 명문대에 입학한 학생들이 전공 학문을 스스로 탐구하고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원인은 무엇일까? 학생들은 초·중·고 12년 동안 공교육을 받으면서도 '세상을 살아갈 힘'을 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집단 가운데에서 적절하고 조화롭게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고, 인생을 즐기며, 목표를 정하고 도전하면서 자기실현을 향해 나아가는 힘'이 '살아갈 힘'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삶을 결정해본 적도 없고, 시행착오를 경험하지도 못했다. 자기 삶의 선택과 결정 과정에서 타인과 외부의 도움을 받는 데에만 익숙해 있다. 이런 아이들이 과연 자기 삶을 제대로 꾸려 나갈 수 있을까?

중학생들의 필통에 하나씩 들어 있는 것은 수정테이프다. 아이들은 실수하거나 틀린 것을 남겨두지 않고 지워서 깨끗하게 수정하려고 한다. 그들은 타인에게 자신의 실수나 틀린 것을 보여주는 것을 두려워한다. 오지선다형 평가에 익숙해져 있고,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이다. 이들이 학교를 떠나 세상으로 나갔을 때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살아가는 힘을 지닌 아이'는 두 발로 대지를 딛고 서서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고, 자신을 항상 연마하여 자기실현에 도전한다. 분명한 의지를 갖추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자연을 경외하고 주위와 조화를 이루며 인생을 즐긴다. 감수성과 창조성이 풍부하고 호기심이 왕성해 창조의 기쁨을 안다.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자유의지로 무언가에 몰두하게 하거나 '끌어내는' 교육이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힘'을 기르도록 하기 위해서는 배움의 장소인 교실이 달라져야 한다. 아이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교사의 생각이 변해야 하고, 그들의 강한 실천 의지가 뒤따라야 한다. 관리형 학교와 교실, 일제식 수업, 선다형 평가, 수능 체제 등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은 교실 안과 교사에 있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분명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교실에서 배우는 것들은 앞으로 살면서 사용하게 되는 것이라고….

삶과의 '관련성'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진정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열쇠다. 스스로 뭔가를 배우고 싶다고 결심했을 때만 아이들은 교사와 함께 수업을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다. 교수·학습 방법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이 지금 배우는 지식과 삶과의 관련성을 받아들인다면 생각과 몸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아이들은 언제나 움직이고 있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은 해롭다"고 말했다. 지금의 교실이 그래야 한다. 아이들이 생각과 몸을 끊임없이 움직이도록 교실을 재구성해야 한다. 정답과 같은 '동일자'를 상정해 두고, 이것을 얼마만큼 잘 재현하고 닮았는가에 따라 배움과 삶의 가치를 결정하는 현재의 교실에서는 아이들은 '살아가는 힘'을 기를 수 없다. 학교 밖 세상에는 어느 한 가지 동일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신체와 정신에 역동적인 차이가 발생할 수 있도록, 아이들이 교실 속에서 살아가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교사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살아가는 힘'을 기르고, 세상 속에서 온전히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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