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야빵야'의 정정애 대표가 가장 인기가 많은 쌀식빵 세 종류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초코, 흑미찹쌀배기, 오징어먹물 쌀식빵.


출산한 뒤 밀가루빵 소화에 어려움 겪자
만들기 좋아한 실력 살려 직접 제빵 시작

쌀빵 관련 서적 없어 혼자 연구하며 공부
매일 ‘새벽 별보기 운동’에도 힘든 줄 몰라

블루베리잼·오징어먹물·흑미찹쌀배기 등
매일 평균 50개 구워 다 팔리면 문 닫아
어린 아기 키우는 주부 사이에 인기만점



"엄마가 만들어 주는 집밥은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죠? 가족을 위해 만든 쌀식빵은 맛있고 건강한 엄마표 집빵이랍니다."
 
크고 작은 연립주택이 밀집한 삼정동의 한 골목. 거리를 휘감는 구수한 냄새를 따라 가자 눈길을 사로잡는 하늘색 간판이 보인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쌀식빵 전문점 '빵야빵야(대표 정정애·39)'다. 정 대표는 "가게 이름은 '빵이야 빵이야'의 줄임말이다. 이름이 머릿속에 쏙쏙 박히지 않느냐"며 환하게 웃었다.
 
면적이 12평 남짓한 '빵야빵야'의 내부는 다양한 빵이 진열돼 있는 일반 빵집과는 다르게 단출하다. 6평 크기의 카페와 오븐이 있는 주방, 계산대, 빵 진열대가 전부다. 정 대표는 "빵은 가게에서 만든다. 주방이 좁은 탓에 공장에서 만든 빵을 판매하는 줄 아는 손님이 많다. 계절마다 차이가 있지만 오전 11시 이후에 오면 갓 구운 빵이 나온다"고 말했다.
 
'빵야빵야'에서 만드는 빵 종류는 불과 10종류다. 모두 쌀가루를 주재료로 한 식빵들이다. 문을 연 지 1년도 안됐지만 주부들 사이에서는 이미 '건강한 빵집'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 버터, 계란,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쌀식빵들이 진열돼 있다.


 

▲ 달콤한 블루베리잼이 들어간 쌀식빵.

두 아이의 엄마이자 평범한 주부였던 정 대표는 밥보다 빵을 즐겨먹는 '빵 마니아'였다.  둘째 아이를 낳은 이후 체질이 바뀌어 빵을 먹을 때마다 체했다. 정 대표는 "산후 우울증을 앓은 뒤 몸에 변화가 왔다. 밀가루 빵을 워낙 좋아해 자주 먹었지만 그때마다 소화가 안 돼 체하기 일쑤였다. 그때부터 빵을 직접 만들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만들기를 좋아했다. 임신 중에도 틈틈이 유명 베이킹 블로그를 찾아 요리법을 보고 빵 굽기를 즐겼다. 취미삼아 하던 제과제빵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매주 서울 유명제과점을 찾아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결혼을 일찍 하는 바람에 자신에게 투자하는 방법을 몰랐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다음 날 새벽 2시에 집에 들어와도 자기개발을 하니 힘든 줄 몰랐다"며 미소를 지었다.
 
'빵야빵야'는 쌀식빵 전문점이지만 처음부터 쌀가루를 다룬 건 아니었다. 정 대표는 똑같은 요리법으로 수입밀가루와 유기농우리밀을 이용해 각각 다른 빵을 만들어 시식평가를 진행했다. 결과는 수입밀가루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입 안에서 뚝뚝 끊기는 우리밀보다 글루텐 함량이 많아 식감이 폭신하고 맛도 부드러웠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이전과 동일한 방법으로 수입밀가루와 쌀가루를 비교했다. 주위의 평가는 쌀가루의 완승이었다. 정 대표는 "쌀가루의 구수한 향과 쫄깃한 식감이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에게 쌀가루는 그야말로 미지의 영역이었다. 가격이 저렴하고 요리법도 많은 밀가루에 비해 단가가 4배나 비싸고 다루기도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는 "관련 서적도 없어 혼자 연구하고 고민하면서 혼자만의 노하우를 만들어 나갔다. 재료를 혼합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 늘 달라 항상 긴장된다. 매일 쌀가루와의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빵야빵야'의 모든 빵에는 계란과 우유가 들어가지 않는다. 정 대표는 "빵을 만들 때만큼은 단순해진다. 쌀식빵이나 롤치즈식빵 등 하얀 반죽에는 버터도 넣지 않는다. 햄이나 옥수수, 케첩, 마요네즈를 넣은 조리빵이 인기가 많은 걸 알지만 쌀 고유의 향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첨가재료를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이런 노력 덕분에 쌀식빵은 어린 아기를 둔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만점이다. 개업 초반에는 젊은 주부들이 주 고객이었지만 이제는 중·장년층도 자주 찾아온다고 한다. 그는 "아이가 아파서 사흘동안 아무것도 못 먹다가 쌀식빵을 맛있게 먹었다며 고맙다고 말하는 손님이 기억에 남는다. 아토피가 심한 아이도 잘 먹더라고 말하던 손님도 기억난다"고 말했다.
 

▲ 크림치즈와 호두가 들어가 고소한 크림치즈 쌀빵.

'빵야빵야'는 당일생산 당일판매를 원칙으로 한다. 쌀가루는 오랜 숙성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그날 반죽해 바로 굽는다. 매일 평균 50여 개를 구워내고, 다 팔리면 가게 문을 닫는다. 정 대표는 "많이 만들지 않기 때문에 한 번에 쓸어가는 손님이 많다. 제일 일렀던 퇴근 시간은 오후 1시였다"고 말했다.
 
수익에 큰 욕심이 없다는 정 대표는 "밀을 이용해 종류를 늘릴 수도 있지만 쌀에 집중하고 싶다. 하루 매출은 반찬값에 보탤 정도다. 뉴스를 보면 쌀이 남아 돈다는데 쌀가루는 왜 이렇게 비싼 건지 모르겠다"며 껄껄 웃었다.
 
쌀로 만든 빵은 밀가루 빵과 다르게 묵직하면서 쫀쫀한 식감이 일품이다. 손가락으로 누르면 부드러운 스펀지를 만지는 것처럼 특이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빵의 단면은 구멍 없이 촘촘하고 촉촉하다. 코를 대고 맡으면 버터의 고소한 향기가 아닌 쌀의 구수한 냄새가 식욕을 돋운다. 쌀식빵을 한 입 베어 먹으면 밥 한 숟가락을 떠먹은 듯 든든하다.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배어나오고 깔끔하다. 블루베리잼 식빵과 오징어먹물 식빵 또한 마찬가지다.
 
정 대표가 추천하는 빵은 흑미 찹쌀배기식빵이다. 흑미와 병아리콩, 콩배기, 찹쌀이 들어가 쫄깃하면서도 오독오독 씹는 재미까지 준다. 세 조각만 먹어도 한 끼 식사로 손색없을 만큼 충분하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초코쌀식빵은 진하면서도 씁쓸한 초코맛이 일품이다. 설탕이 많이 들어가지 않아 많이 먹어도 물리지 않고 우유와 먹으면 그야말로 영양 간식이다. 정 대표는 "쌀식빵은 병문안 갈 때 선물용으로도 좋다. 딸기잼, 푸룬잼도 직접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차가 없는 '뚜벅이' 엄마들을 위해 가까운 지역은 배달도 한다. 온전히 많은 사람에게 빵맛을 보여주기 위한 서비스다. 그는 "빵야빵야의 빵맛을 알리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에게 먹인다는 마음으로 재료를 엄선해서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을 지키면 변함없는 빵맛을 간직할 수 있다. 빵을 만드는 데 정답이 없는 것처럼 저만의 방식대로 쌀식빵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빵야빵야 /삼정동 5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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