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시는 베트남의 경제수도로 불릴 만큼 발달한 대도시다. 고층 빌딩은 물론 루이비통 같은 명품 매장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오늘의 주인공 팜 티 홍 스엉(29) 씨는 바로 이 호치민 시 출신이다. 그곳에서 스엉 씨는 명품 매장의 관리인으로 일했다. 세련된 베트남 아가씨 스엉 씨는 지난 2007년 대한민국의 대표 도농복합 도시 김해로 시집을 왔다. 김해의 첫 인상은 '심심한 도시'였다.
 
"놀 수 있는 공간이 없었어요. 백화점을 한 번 가려 해도 부산까지 나가야 하잖아요. 매번 군말 없이 함께 나가주는 남편이 고마웠죠." 스엉 씨가 웃으며 말했다. 스엉 씨는 김해에 빠르게 적응했다. 호치민시 같은 화려함은 없었지만 김해에는 스엉 씨가 첫눈에 반한 남편과 다정한 친척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도무지 적응 할 수 없는 일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에는 좀처럼 익숙해 질 수 없었다. 일부 사람들은 스엉 씨가 베트남 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를 하곤 했다. "시장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고 가격을 물었더니, 상인이 바로 '이거 비싸. 너 돈 없어. 못 사' 라고 말했습니다. 베트남이 한국보다 경제수준이 낮다는 사실만으로 사람을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스엉 씨가 말했다.
스엉 씨가 '차별'을 힘들어 하는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스엉 씨와 남편 사이에는 올해 4살 된 아들이 있다. 그는 "가끔 나쁜 사람들이 자신들의 아이에게 다문화 가정 아이하고는 놀지 말라고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내가 베트남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들이 차별받지 않을까 걱정 된다"고 우려했다.
 
지난해부터 스엉 씨는 김해 부원동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통역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은 오해나 갈등에서부터 비롯되고, 이는 의사소통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린 아들을 어린이 집에 떼어놓고 출근을 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김해사람들과 외국인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생각하면 뿌듯해 진다. 스엉 씨는 노동부나 병원 등 그를 필요로 하는 곳엔 언제나 도움을 주지만,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다문화가정이다. 베트남 여성들은 대부분 어린 나이에 한국으로 시집을 온 탓에 스엉 씨를 친언니처럼 믿고 의지한다. 스엉 씨는 "언어나 문화의 장벽으로 인해 부부가 사소한 문제로 갈등을 일으키는 걸 보면 안타깝다"며 "결혼을 하기 전에 한국어나 한국문화에 대해서 이해하고 오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결혼 이민자가 국적을 취득 할 때 남편의 허가가 있어야 하는 제도는 불공평하다. 이런 보이지 않는 차별이 갈등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똑부러지는 '워킹 맘(일하는 엄마)' 스엉 씨. 그에겐 꿈이 있다. 그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근무 경험을 살려 훗날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통역사가 되고 싶다. 혹시 베트남에 가서 일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국적을 바꾸는 것을 보류하고 한국 영주권만 취득한 상태다. 멋진 미래를 이야기 하는 스엉 씨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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