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서점 '페브레로'의 책방지기 김일중·정유진 부부가 환하게 웃고 있다.



카페 서점 페브레로 지내동에 문 열어
개인·소수 펴낸 서적 소개하고 판매
전시·마켓·북토크 등 문화 행사도 진행




"창작자를 위해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늘 고민했습니다. 그리곤 깨닫게 됐죠.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김해에 개인 또는 소수가 제작한 출판물을 판매하는 카페형 독립출판서점이 생겼다. 지내동 김해대로2715번길 17-1에 위치한 '페브레로'(대표 김일중·33)다.
 
지난 5월 10일 문을 연 페브레로는 김일중, 정유진(29)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카페형 서점이어서 음료 제조와 전반적인 가게 운영은 김 대표가 맡고 부인 정 씨는 '책방지기'로서 서점을 관리한다. 30평 남짓한 공간에 들어가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향긋한 커피향이 코끝에 맴돈다. 가게 문 옆에 놓여있는 책 진열대를 지나 몇 걸음 더 들어가면 독립출판물들이 가게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페브레로(Febrero)는 스페인어로 2월을 뜻합니다. 저와 아내, 아이 모두 2월에 태어났거든요. 한 번도 안 가본 나라인 스페인에 관심도 많답니다." 김 대표가 가게 이름을 설명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들 부부는 2012년 결혼해 네 살 자녀와 함께 지내동에서 살고 있다. 이들은 안동공단과 인접한 동네 특성상 자녀를 데리고 나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작년까지 제조업 영업부에서 일하던 김 대표가 이직을 고민하다 '우리가 가보고 싶은 곳을 만들어보자'는 데 부인과 뜻을 모아 서점을 차리게 됐다. 
 
"당초 생각했던 것처럼 우리만 편한 것 같아요. 아직까지 주민들이 공간을 낯설게 바라보죠. 문 밖에서 서성이다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예상 외로 김해에 독립출판물에 관심 있는 젊은 친구들이 많은 것을 보고 힘을 얻습니다." 가게에서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김 대표의 얼굴에서 고민이 묻어났다.
 

▲ 페브레로에서 판매하는 독립출판물들.

독립출판물이란 집필, 편집, 인쇄, 제본, 유통까지 1인 또는 소수가 맡아 만들어 낸 창작물이다. 작가가 꿈이었던 정 씨는 독립출판물에 매력을 느꼈다. 등단해야 작가로 인정받는 한국사회에서 기성작가보다 글을 더 잘 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창작자에게 힘이 돼 주고 싶었던 정 씨는 서점을 운영하면 작가와 직접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간을 열면서 창작자와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아직 책을 내지 못했지만 꿈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이 와서 마음을 전할 때마다 좀 더 오래 버티자는 생각을 합니다. 이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페브레로에서 판매하는 책 100여 권 중 감성을 자극하는 에세이나 시가 눈에 띈다. 주로 책방지기인 정 씨가 즐겨 읽는 분야다. 정 씨는 "에세이나 시는 가장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앞으로 인문학, 철학, 사진집, 매거진, 소설,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씨는 책을 읽고 느꼈던 감정을 짧은 글로 적어 견본책에 붙여 놨다. 이렇게 쓴 글은 고객들이 책을 구매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는 페브레로 독서모임도 운영한다. 정해진 회원들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신청을 받아 새로운 만남을 주선한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독립출판서점을 소개하고 싶어서다. 앞으로 책 만들기 수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외부 강사를 초청해 디자인 이론수업인 '인디자인' 강의도 진행했다. 각자 생각한 콘텐츠를 책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 기초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정 씨는 "독립출판물은 1인 출판사를 차려 만들 수 있고 대형서점에 넣을 수도 있다. 판로는 점차 다양해지고 서점 수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 부부는 앞으로 페브레로를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김 대표는 "아직 비용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문화 콘텐츠가 많다. 얼른 자리를 잡아서 하나씩 해내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페브레로는 오는 29~30일 전시와 마켓, 북토크, 음악공연으로 구성된 '김해대로 여름전'을 진행한다. 도자기와 그릇, 독립출판물, 린넨 소품, 꽃, 쿠키 등을 판매할 계획이다. 29일 오후 7시에는 1인 출판사 '귀를 닫은 토끼'의 이선화 대표가 독립출판을 주제로 북토크를 진행한다. 이어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그럴듯한 밴드'가 음악공연을 선보인다. 월요일 휴무. 문의/010-7248-7241.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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