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복 2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 있는 활천초(왼쪽)와 불암동체육관.


지내공단 중심에 위치 환경 열악
미세먼지 심해 운동장 이용 못해
인근 체육관, 이용시간·비용 부담



활천초는 지내공단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공단에 있는 학교라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학교에 각종 나무와 꽃을 심고 환경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덕분에 '아름다운 학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교문만 나서면 그 모습은 180도 달라집니다. 학교 바로 앞도, 옆도, 뒤도 공장이 높은 벽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체육 수업을 하거나 실외활동을 진행할 때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실제로 활천초는 경남교육청의 미세먼지 선도학교로 선정돼 미세먼지 (PM2.5) 측정기를 설치한 결과, 경남 56개 선도학교 중 평균 미세먼지 수치가 6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기환경이 나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금도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날이면 학생들의 실외 활동을 자제시켜야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막막하기만 합니다.

왜냐구요? 활천초에는 학생들이 운동장 대신 이용할 체육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미세먼지뿐 아니라 요즘처럼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 비가 오는 날에는 더 난감합니다. 올해 초 쌀쌀했던 입학식 때도 학부모들과 어린 입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떨었던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지난 7월에는 4~6학년 스포츠클럽 대회가 예정돼 있었는데 폭염에 아이들이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돼 급히 일정을 2학기로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활천초에 실내 체육관이 생기지 못하는 것은 학교 바로 앞에 있는 '불암동체육관' 때문입니다. 활천초 후문 왕복 2차로 도로 건너에 있습니다. 불암동체육관은 약 7년 전 세워졌습니다. 당시 체육관이 들어설 때는, 활천초와 지역 주민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겠다는 국회의원, 김해시의원, 김해시의 생각이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활천초도 체육관을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립을 반겼지만 막상 체육관을 이용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활천초를 염두에 두고 세운 체육관이었지만 엄연히 주민이용시설이다 보니 학생들이 이용하기 쉽지 않았던 겁니다.

학교라고 해도 예외 없이 만만치 않은 금액의 대관료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전교생 800여 명의 체육교과 시간을 소화하려면 오전 9시~오후 2시 일주일에 40시간 이상을  확보해야 합니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시설이다 보니 학교만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대관료, 난방비, 주민 이용 등의 문제 때문에 학교는 졸업식, 입학식 등 행사를 제외하고는 체육관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김해시는 약 4년 전 체육관 운영을 아예 경남도교육청이나 학교로 넘기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연간 체육관 운영·관리비만 1억 원이 훌쩍 넘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갑자기 끌어올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체육관은 김해시도시개발공사에 넘어갔습니다. 도개공이 관리를 맡으면서 대관료는 더 늘어났습니다. 단체, 어린이 할인을 받아도 시간당 2만 2000원. 교과·방과후 수업 등으로 매주 49시간을 사용하면 연간 2000만 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어린이들이 학교 밖 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왕복 2차로인 짧은 도로지만, 자동차가 쌩쌩 지나가는 길을 학생들이 단체로 지나가게 된다면 사고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 후문을 상시 개방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 외부인이 쉽게 들어올 수도 있고, 학생들이 학교생활시간에 학교 밖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있어 교사들의 걱정이 큽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활천초는 학교와 5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체육관을 두고 학교 안에 새 체육관 설립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해에도 교내 체육관 설립을 추진했지만 '불암동체육관을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시의회의 예산 보류 때문에 교육부에는 신청서도 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김해시와 도개공은 올해 말까지 대관 계약이 끝나면, 다음해부터는 학교에서 체육관을 사용할 수 있도록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주민이용시설을 학교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어 내년에도 학교가 체육관을 사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학생들이 안전하게 뛰어 노는 것.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이 한 가지입니다. 만약 불암동체육관을 사용해야 한다면, 사용시간을 확보하고 학생 안전을 위한 2층 연결 난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학교는 내년 준공될 급식소를 설계하고 있다고 합니다. 추후 예산을 지원 받으면 급식소 2층에 체육관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그 어느 것도 없습니다. 학생들은 하루 빨리 문제가 해결돼 자유롭게 뛰어 놀기를 손꼽고 있습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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