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황지영(21) 씨는 얼마 전 김해공항에서 공항택시를 이용하다 깜짝 놀랐다. 목적지인 김해 삼안동까지의 거리는 약 17㎞. 미터기를 재고 간다면 넉넉잡아도 1만5천 원이면 된다. 하지만 택시기사는 황 씨에게 3만 원을 요구했다.
 
턱없이 비싼 택시요금에 황 씨는 발길을 돌려 다른 택시기사에게 요금을 물었더니 기사마다 부르는 게 값이었다. 기사들은 서로 경쟁하듯 3만 원에서 5만 원 사이의 요금을 제시하고 나섰으며 한 기사는 짐을 실으면 5천 원을 더 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국 출입이 잦은 윤희재(42) 씨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창원 상남동까지 간다고 하니 한 택시기사는 6만 원을 달라고 했다. 비싼 요금에 택시를 탈 엄두가 나지 않아 주차선 근처를 서성거리고 있었더니 다른 택시기사들이 한두 명씩 다가와 행선지를 물어온 뒤 각각 5만 원과 4만5천 원을 부르며 흥정을 하기 시작했다. 택시기사에 따라 받는 시외운행요금이 천차만별인 것이다.
 
택시기사에게 미터기를 재고 가자고 했더니 기사는 시외택시요금표를 보여주며 부산시에서 정해준 것이라 이대로 요금을 받는다고 말했다. 시외택시요금을 보니 창원까지 6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었다. 다른 택시기사의 시외택시요금표를 보니 창원까지 5만5천 원이었다. 부르는 요금도 저마다 다르더니 기사들이 가지고 있는 요금표도 제각각 달랐다.
 
택시기사들은 부산시가 시외택시요금표를 정해 놓았다고 말했지만 기사들이 건넨 택시요금표에는 부산시에서 작성했다는 흔적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으며 발행 일자조차 찍혀 있지 않았다.
 
취재 결과 공항택시기사의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부산시에서는 시외요금표를 발행한 적이 없으며 각 택시회사들이 마음대로 요금표를 작성해 제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부산시 도로교통계 관계자는 "택시가 시외로 가더라도 시내에서는 미터기를 운용해야 하며 시외로 들어설 때 미터기의 할증버튼을 눌러 시내보다 20%의 할증금액을 받도록 돼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공항택시 기사들은 이미 수 년 동안 이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었으며 택시기사들은 근거없는 시외택시요금표를 제시하며 제멋대로 요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공항택시기사들의 횡포는 이뿐만 아니다. 출퇴근 시간대는 요금표보다 더 많은 요금을 제시하고 있었으며, 국제선의 경우 비행기가 도착해 승객이 몰리는 시간을 틈타 터무니없는 요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승객들은 행선지의 지리를 자세하게 모르는 외지인과 여성들을 대상으로 바가지 요금을 씌우는 택시기사들도 있다고 전했다.
 
손님이 없어 길게 늘어선 택시 주차선에 비해 반대편에 있는 공항 리무진버스 대기 장소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택시기사들의 횡포를 아는 승객들은 바가지 요금을 내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공항택시를 이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많은 시민들은 공항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라도 택시 서비스 향상과 공정한 요금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반응이다. 공항버스를 기다리던 조윤로(32) 씨는 "행정기관이 나서서 시외 택시요금에 대한 기준을 일괄적으로 제시하고 관리·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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