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술 씨가 하봉들판에서 가을걷이를 하고 있다.

 
생림면 농민 김봉술 씨의 추수
2600평 쌀 키워 360만 원 수익



생림면의 60만 평 하봉들이 누렇게 무르익었다. 생림면사무소 인근의 봉림마을부터 하봉·분절마을까지 이어지는 하봉들에서 올해도 가을걷이가 시작됐다. 과거처럼 추수 현장에서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마을 사람들의 정겨운 이야기를 들을 순 없다. 모든 게 기계화된 덕분에 콤바인에서 바로 벼를 베고 탈곡하기 때문이다. 두세 명이 수천 평 논을 추수하는 데 반나절도 걸리지 않는다.

지난 17일 생림리 하봉마을 앞 들판에서 생림자연농원을 운영하는 김봉술 씨가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가을걷이를 시작했다. 그는 "농사가 여느 해보다 잘 됐다. 올해도 대풍이다"고 말했다.

올해 가을걷이는 예년에 비해 닷새 가량 늦은 편이라고 한다. 그래도 쌀 품질은 여느 해보다 좋다고
한다. 벼가 형태를 유지하고 자라는 데 중요한 적산온도가 높아 벼의 생육상태가 좋고 낱알이 옹골차다는 것이다. 모를 심어 추수를 하기까지 생육기간 동안의 평균온도가 적산온도다. 올해는 특히 7월 날씨가 좋고 기온이 높아 벼가 잘 자랐다.

벼를 탈곡하면 농로 한쪽에 낱알을 말린다. 이러한 자연건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정미소에서 도정을 할 수 없다. 제대로 건조가 되지 않으면 쌀이 쉬이 부서지고 품질이 나빠진다. 색깔도 제대로 안 나온다. 도정하려면 수분 함량이 13%까지 줄어야 한다. 갓 추수한 벼의 수분은 30% 정도 된다고 한다.

김 씨는 세 군데에 흩어진 논 2600평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여기서 찹쌀 30가마를 수확한다. 직거래를 하면 찹쌀 80㎏짜리 가마당 20만 원 가량을 받는다. 탈곡, 이앙에 드는 비용과 농약값, 비료대 등을 제하면 한 해 벼농사로 360만 원을 버는 셈이다.

봉림마을에서는 12가구 정도가 벼 농사를 짓고 있다. 임대논까지 해서 수만 평씩 경작하는 두세 사람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 농협이나 지자체에서 비료, 농약, 벼 육모 등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적자다. 그래서 축사, 과수원을 하면서 벼 농사를 병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확이 끝나면 일부는 농협에 수매하지만, 형제들에게 나눠 주려고 농사를 짓는 경우가 더 많다.

김 씨는 수확한 찹쌀을 5㎏ 단위로 나눠 삼계동 등의 직거래장터에 내다 판다. 오랫 동안 거래한 거래처에 공급하기도 한다. 벼 농사를 시작하면서 찹쌀만 고집한 덕에 나름의 경험이 생겨 질 좋은 찹쌀이라고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생림자연농원을 17년째 운영하는 김 씨는 처음부터 농사를 지은 건 아니었다. 동아대 생물교육과에서 석사까지 마친 그는 부산에서 유명강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고, 학원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 도시의 학원을 정리하고 이곳으로 왔다.

김 씨는 처음부터 시골에서 자고 나라지 않았기 때문에 시골 현실을 더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현재 벼 농사를 짓는 농민 중 70% 이상은 60~70대 노인들이다. 갈수록 농사 지을 사람이 줄어든다. 전문적으로 기계화되지 않으면 현재 농지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걱정했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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