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국 김해문화의전당 사장

지난달 총 6회에 걸쳐 동상동 글로벌 푸드타운에서는 '소소한 식탁'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아시아 각 국의 면음식과 문화를 체험하며 다양한 아시아인들이 소통과 교류를 하는 시간이었다. 지난달 21일에는 우즈베키스탄 식당 열키빨키에서 시민 10여 명이 모여 우즈베키스탄 전통 면요리를 맛보았다. 참가자들은 선주민 외에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의 이주민도 있었다. 필자도 이 중 한 사람으로 참가해 면요리 '라그만'을 맛보았다. 고기가 들어간 제주도의 고기국수 같은 맛이었는데, 육수가 구수해 입맛에 잘 맞았다. 식사 후에는 식당 주인의 친절한 설명으로 함께 우즈베키스탄 전통춤을 영상으로 감상하면서 민속놀이도 즐겼다. 각 나라 사람들이 한국어만으로도 소통하며 스스럼없이 친해질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지난 6~9월에는 김해합성초교 6학년 2개 반 학생 35명이 문화다양성 신문 '짝꿍'을 제작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원도심 지역을 탐방해 기사 소재를 찾았다. 직접 취재와 인터뷰, 사진촬영을 하며 기사 작성을 해냈다. 김가빈 학생은 "우리 모두가 화합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외국인과 내국인이 차별하지 않으며, 다 같이 행복하게 사는 그 날이 올 것"이라고 소망했다. '짝꿍'은 지난 10월 문화다양성축제 '종로난장'에 배포되어 참가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소소한 식탁'과 '짝꿍'은 올해 김해문화재단-김해문화의전당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으로 진행한 문화다양성사업인 무지개다리사업 프로그램이다. 문화다양성사업이란 '모든 사람이 다름으로 인해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관점에서 인종 종교 지역 신념 등의 차이를 넘어 사회 모든 구성원들의 공존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다문화사업보다 더 상위 개념의 사업으로, 우리 일상 속에 녹아 있는 편견과 차별, 배제 등의 부정적 요소들을 걷어내는 일이다. 
 
이들 사업 외에도 김해문화재단-김해문화의전당은 동상동 주민자치센터 외벽에 네팔 출신 결혼이주여성 초상화를 그린 '아트월'사업, 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 모여 화음을 만들어나가는 천사합창단 등 다양한 문화동아리를 지원하는 '다름 더하기'사업 등 모두 13가지 사업을 펼쳤다. 
 
내년에는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참가자·시민의 의견을 수렴해 무지개다리사업을 좀 더 내실 있게 운영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단위사업 수를 줄이는 대신 더 효과적인 사업들을 추진할 생각이다. 
 
무지개다리사업이 김해에서 시행된 지 내년이면 5년이 된다. 이 사업을 통해 그동안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심고 확산시키는 일들을 열심히 펴왔지만, 시민이 피부에 느끼는 체감도는 아직 미미한 것 같다. 이제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어서 싹을 틔운 정도라고나 할까.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려면 앞으로 10년은 족히 이런 일들을 더 줄기차게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고보조금으로 이 사업을 할 수 있는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는 중앙의 도움을 받지 않고 김해 자체적으로 문화다양성사업을 수행할 때가 온 것이다.
 
'개방과 관용'으로 통하는 문화다양성은 앞으로 김해가 세계적인 도시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디딤판이 될 것이다. 뉴욕 파리 런던 베를린 등 국제도시들이 문화다양성을 정신적 자양분으로 해서 발전해왔다. 많은 인종과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자신의 문화를 가꾸면서도 타자의 문화와 종교와 신념을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며 함께 어울려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다. 역사학자 시오노 나나미는 그의 저서 '로마인 이야기'에서 '역사적으로 고대 로마제국이 1000년 이상 지속된 것은 어제의 적에게도 시민권을 주어 포용한 개방과 관용의 정책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멀리 외국에서 찾을 것도 없이 김수로왕과 허왕후가 일찍이 결혼을 통해 우리 김해 후손들에게 몸소 가르쳐주신 덕목이기도 하다. 
 
이제 문화다양성 조례 제정을 통해 중앙정부의 도움 없이 김해 자체적으로 문화다양성사업이 지속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와 올해 초에 광주 목포 부산 서울 등의 도시들이 먼저 간 길을 김해도 걸어가야 한다. 이를 통해 개방과 포용이 김해사회에 뿌리내리고 국제문화도시의 찬란한 꽃이 피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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