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곤 추모강연회에서 강연 중인 이철 전 국회의원.

 
지난 14일 강연회 열고 활동 시작
대성동박물관 인근에 건립 예정



1970~1990년대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다 옥중에서 병을 얻어 요절한 김해 출신 고 김병곤 씨를 기리기 위한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김병곤 추모기념물 추진위원회 준비위원회는 지난 14일 김해시청 대회의실에서 김병곤 씨를 기리는 추모강연회를 열고 김병곤 추모기념물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추모강연회에는 이철 전 국회의원이 강사로 나섰다. 이 전 의원은 민청학련 사건으로 1974년 김병곤 씨와 함께 사형을 구형 받았던 민주화 동지다. 이 전 의원은 김병곤 기념사업회 관계자, 김병곤 씨의 친지, 김해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병곤 씨의 살아생전 생생한 추억들을 나누었다.

이 전 의원은 "김병곤은 말을 잘하고 사리판단도 정확했다. 수려한 글씨로 선언문을 쓰는 일은 다 김병곤의 몫이었다. 모임 때마다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는 듬직한 친구였다"고 설명했다.

김병곤 씨의 친절하고 착한 성품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 전 의원은 "단칸방을 얻어 비밀리에 민주화운동을 했었다. 도망자 신세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눈에 띄면 안 되는데 김병곤은 옆집 연탄불을 갈아주기도 하고, 빨래도 해주고, 청소도 해줬다. 그런 모습 때문에 김병곤은 주민들에게 인기만점이라 다른 동료들이 걱정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김병곤 씨가 사형 구형을 받고 "영광입니다"라는 최후진술을 남겼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김병곤 앞에 최후진술을 한 동지들은 모두 울분에 찬 목소리로 열변을 토했다. 그 와중에 김병곤이 특유의 느긋한 목소리로 영광이라는 최후진술을 했다. 그 순간 정말 놀랐다. 그렇게 최후진술 후 웃으면서 자리에 돌아가는 김병곤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인간이 있을 수 있냐'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의원은 물론 당시 김병곤 씨와 함께 민주화운동을 했던 동지들도 고향에서의 김병곤 추모 사업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1987년 구로구청 부정선거 의혹 규탄 농성으로 구속됐던 유동우 씨는 "김병곤이 가진 세상을 향한 통찰력, 인간에 대한 이해, 따뜻한 성품은 사람들에게 대단한 감동을 줬다. 나이상으로는 동생이었지만 그는 언제나 나에게 '선생님'이었다. 고향에서 김병곤 선생을 기리고 추모기념물을 설치한다는 소식에 가슴이 뜨겁고 눈물이 날만큼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병곤 추모기념물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해시의회 배병돌 의장은 "어둡고 힘든 그 시절 민주화를 위해 꽃 같은 청춘을 바친 고 김병곤 씨의 헌신에 감사드린다. 이 행사를 시작으로 고향 김해에서 김병곤 씨의 높은 뜻을 기리는 추모 사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추진위는 본격적인 모금운동을 시작해 내년 내 대성동고분박물관 인근에 김병곤 추모기념물을 건립할 계획이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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