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는 영어의 핫 포테이토(hot potato)를 직역한 것이라 한다. 얼마 전 갓 삶은 감자를 덥석 먹으려다 너무 뜨거워서 뱉을 수도 그냥 삼킬 수도 없는 곤란한 적이 있었을 때 문득 떠오른 용어였다.
 
둘러보면 감자를 이용하는 먹거리가 아주 많다. 소금에 찍어 그냥 먹어도 좋고 갈아서 전을 부쳐도 맛있다. 감자는 반찬과 찌개, 국으로도 다양하게 이용되는 재료이다. 수많은 패스트푸드 메뉴 가운데서도 빠지지 않는 주재료가 감자이다. 인기 있는 과자들 중에서도 감자를 이용한 것들이 단연 으뜸 상품이다. 소주 및 알코올의 원료로 사용되고, 각종 공업용 원료로 이용될 뿐 아니라 가축의 사료로도 쓰임이 많다. 감자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이 생산되는 곡물이라고 하니 지구촌 어디에서도 우리는 감자를 피할 수가 없다.
 
하지만 감자가 전 세계인의 주된 음식으로 되기까지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최초에 남미의 잉카 원주민들이 먹기 시작했던 감자는 스페인 정복자들이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서야 소개가 됐다. 그러나 천연두가 무서웠던 중세 시대의 유럽인들은 울퉁불퉁하고 작은 점이 있는 감자의 모양을 보고 나병을 일으킨다고 생각했다. 또한 어둠이 지배하는 땅속에서 자라는 '악마의 열매'로 취급받아 대중화되기가 힘들었다. 더욱이 싹이 나거나 푸르게 변한 감자를 먹고 솔라닌 독소의 쇼크를 경험한 사람들은 더욱 감자를 음식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흉년으로 인한 기근과 기나긴 전쟁 등을 경험한 18~19세기에 이르러서야 감자는 배고픈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양식으로 자리 잡았고, 산업혁명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한 일등 공신이 된 것이다.
 

한반도의 경우에는 감자보다 고구마가 먼저 들어왔다.
 
고구마는 1763년 조엄이 일본에 통신사로 가던 중 대마도에서 종자를 얻어 동래와 제주도에서 시험 삼아 심게 한 것이 처음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고구마는 한반도 북쪽에서는 재배가 쉽지 않았는데 전국적으로 생산된 것은 1900년대 이후이다.
 
감자는 고구마가 한반도에 들어온 후 60여년이 지나서야 소개되는데 처음에는 '북방에서 온 고구마'라는 뜻으로 북감저(北甘藷)라고 불리다가 감자란 이름이 되었다. 지금의 감자는 1920년대 초에 강원도에서 농업연구를 하던 독일인 매그린이 개발한 품종이 1930년대 강원도 지역에서 대규모로 재배된 데에서 비롯되었다. 고구마는 남쪽에서 들어와서 남쪽에 잘 자란다면, 감자는 북쪽에서 전해져 내려오고 잘 자라는 작물이라 하겠다. 어찌됐던 감자나 고구마가 한국인에게 친숙한 재료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닌 것 같다. 
 
지금은 전 세계인 모두가 즐겨먹는 감자에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감자는 비타민C가 풍부하다. 게다가 찌거나 삶는 조리법으로도 비타민C의 손실이 적은 식품이 감자이다. 그래서 대개의 비타민C 제품은 감자 전분을 이용하여 화학적으로 합성해서 생산한다. 감자를 하루에 2개만 먹어도 비타민C 일일 권장량을 섭취할 수 있다. 또한 칼륨도 풍부하여 고혈압, 부종 등의 원인이 되는 체내의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
 
그러나 감자의 문제점은 탄수화물 함량이 높고 당 지수가 높아서 비만과 당뇨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당뇨 케어저널'(Diabetes Care Journal)에 감자가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가 실린 적이 있다. 이 논문에 의하면 감자를 일주일에 7회 이상 섭취하는 사람은 1회 미만으로 섭취하는 사람보다 당뇨병 발생이 33% 증가했다. 
 
특히 감자는 체질적으로 췌장과 위장이 발달한 소양인에게 대사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한 식품이다. 감자는 빈곤의 시대에 세계 곳곳에서 기아로부터 인류를 구원했다. 하지만 풍요의 시대에 있는 우리에겐 과용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김해뉴스 /조병제 한의학·식품영양학 박사 부산 체담한방병원장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