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상을 보내는 이들의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 담아


5학년 행운이는 중산층 가정에서 어려움 없이 살아왔다. 그러나 은행원이던 아빠가 정리 해고를 당하고 가게를 차렸지만 실패하면서 어려움이 닥친다. 부모가 다투는 횟수가 많아지더니 엄마와 아빠는 결국 따로 살기로 한다. 엄마는 별거에 앞서 행운이와 동생 행복이에게 누구와 살지 결정하라고 한다. 동생은 냉큼 엄마를 따라가겠다고 하지만, 행운이는 망설인다. 엄마를 따라가면 맛있는 것도 먹고 모든 걸 잘 챙겨줄 것이다. 하지만 행운이는 요리도, 세탁도, 청소도 그 무엇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아빠를 혼자 남겨두고 떠날 수가 없다.

결국 행운이는 아빠와 함께 살기로 결정한다. 엄마는 행복이를 데리고 강남의 좋은 학군으로 이사가고, 행운이는 사정이 여의치 않는 아빠를 따라 가난한 아이들이 사는 동네인 윗동네 빌라로 들어간다. 이 곳은 행운이 학교 학부모들이 학교에 받아주고 싶지 않은 아이들이 사는 곳이고, 반 아이들도 이쪽 아이들은 싫어한다.

행운이는 새로 이사 온 동네에서 1학년 때부터 3학년까지 껌딱지처럼 따라다니던 오복이를 만난다.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오복이는 학교 친구들이 냄새가 난다며 피하는 '전교 왕따'이다. 행운이는 그런 오복이를 감싸주었고 3년을 잘 지냈지만, 5학년이 돼 다시 만난 오복이는 예전보다 더 꼬질해졌다. 반 친구 한결이는 대놓고 오복이를 괴롭히고, 행운이는 오복이를 괴롭히는 한결이에 대신 맞선다.

오지랖 넓은 행운이 아버지가 오복이 할머니를 돌봐주며 오복이네와 행운이네, 근처 사는 장애인 청년 기수와 익수 형까지 모두 가족처럼 지낸다. 맛난 음식이 생기면 나누고 오복이 할머니가 입원하자 오복이는 행운이네 집으로 들어와 함께 산다. 오복이와 같이 지내며 행운이는 오복이가 이야기도 잘하고 재미있는 아이라는 걸 알게 된다. 행운이 엄마는 오복이처럼 가난한 아이와 어울리지 말라고 하지만 행운이는 오복이와 형제처럼 가까워진다.

오복이 할머니가 지방의 요양원으로 가며 행운이 아빠와 행운이는 오복이를 완전히 한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재개발로 살 곳이 막막해진 기수와 익수형까지 행운이 아빠가 보듬으며 함께 푸드트럭 장사도 시작한다. 여전히 힘든 일상이지만 "다함께 여름휴가를 떠나자"고 말하며 이들은 힘을 낸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김중미 작가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장편동화 <행운이와 오복이>는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을 전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불편하다는 사실도 솔직히 말한다. 하지만 삶의 비탈길에 서 있는 사람들이 서로 손을 맞잡으면 그 손위에 행복이 깃든다는 걸 동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삶이 버거운 이들에게 김 작가가 전하는 따뜻한 위로같은 이야기이다.  김해뉴스

부산일보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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