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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기인들이 만든 국내 최초의 배는 어떻게 생겼을까기네스 톡톡! (2) 우리나라 가장 오래된 배 : 국립김해박물관 소장 ‘비봉호’
  • 수정 2018.03.14 10:49
  • 게재 2018.03.07 10:13
  • 호수 363
  • 15면
  • 이경민 기자(min@gimhaenews.co.kr)
▲ 국내 최고(最古)의 배 '비봉호'가 국립김해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배는?

 국립김해박물관 소장 ‘비봉호’  


 

8000년 전 물고기 잡이에 사용
2004년 창녕 비봉리 패총서 발견

기원전 6000년대 추정 통나무배
가늘고 긴 모양의 카누와 닮은 꼴

국립김해박물관, 복원·복제품 전시
전용진열장 설치 후 원본 공개 예정 




신석기인들도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았을까. 지난 2004년 경남 창녕 비봉리에서는 소나무로 만들어진 통나무배가 발견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배로 약 8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 뼈나 돌로 도구를 만든 신석기인들은 이 배를 타고 물 위를 떠다니며 먹이사냥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제작한 배는 어떤 모양이었을까.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배 '비봉호'가 지난달 7일 국립김해박물관 본관 상설전시실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가늘고 긴 모양으로 카누와 생김새가 비슷하다. 출토 당시에는 최대길이 310㎝, 최대폭 60㎝, 두께 2~5㎝, 깊이 20㎝로 뒷부분 일부가 훼손된 상태였다. 현재 진열된 배는 복원과 복제 과정을 거쳐 재현된 것이다.
 
처음 배를 발견하고 발굴한 사람은 국립김해박물관의 임학종 관장이다. 비봉호가 공개된 첫 날 박물관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임 관장의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발굴기록이 담긴 파일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그는 "2004년 봄, 이곳에서 학예연구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지인에게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창녕 부곡에서 패총이 확인됐으니 한 번 가보라는 것이었다. 패총은 대개 바닷가에 있는 유적이라 의아해하며 길을 나섰다"며 운을 뗐다.
 

▲ 발굴 팀이 창녕 비봉리유적에서 배를 꺼내는 모습.


 
창녕 비봉리 패총은 양·배수장 신축공사 중 확인됐다. 낙동강의 지류인 청도천의 배후습지로 국내 최초의 신석기시대 저습지유적이다. 국립김해박물관은 6월 말부터 한 달 간 예비발굴인 시굴을 실시했다. 그해 11월 30일 1차 발굴을 시작했고 이듬해 8월 23일 완료했다. 이후 2010년 3월~10월 2차 발굴을 진행했다.
 
유적은 총 45개의 층으로 이뤄져 있었고 배는 맨 아래층에서 출토됐다. 임 관장은 배를 발견하기 전 신기한 꿈을 꿨다고 전했다. 그는 "십자가처럼 생긴 물건에 끈이 연결돼 있었다. 그 끈을 잡고 따라 갔더니 이상하게 생긴 나무 조각 하나가 나왔다. 다음날 조사원들을 모아 놓고 배가 나올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들 드디어 더위를 먹었다며 며칠 쉬는 게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 창녕 비봉리유적 전경.

그러나 꿈은 이뤄졌다. 발굴 팀이 1차 조사를 마무리하려던 시점에 배가 나타났다. 그날은 현장의 발굴 구덩이와 층위를 총괄하던 조사원이 급한 일로 외출을 한 날이었다. 조사원의 자리를 임 관장이 대신한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다. 나무 조각 하나가 그의 눈에 띄었다.
 
임 관장은 "직감이 왔다. 약 4m가 되는 구덩이 속으로 뛰어 들어가 개흙을 조심조심 헤쳤더니 나무 조각이 조금씩 커지면서 굴곡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배였다. 모든 조사원들이 그 자리로 모여들었다. 그날 저녁 우리는 마음껏 술을 마시며 기뻐했다"며 웃었다. 그는 또 "이후 비봉리에서는 이보다 작고 파손이 심한 또 한 척의 배 '비봉2호'가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비봉호는 기원전 6000년대의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배보다 약 2000년 이상 앞서는 것이며, 이집트의 고선박보다 3400년 앞선 것이다.
 
땅 밑에 있던 나무배가 지상으로 나오면 급속도로 부식된다. 배는 곧바로 서울로 보내졌다. 그리고 12년 동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존처리과정을 거쳤다. 더 이상 찌그러지고 훼손되지 않도록 물속에 담가 나무와 나무 사이에 파라핀 처리를 했다. 그리고 2015년 국립중앙박물관이 개최한 신석기 특별전을 통해 대중에게 처음 공개됐다.
 
임 관장은 "습지는 다양한 생물종이 사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문화재의 보고이다. 8000년이라는 긴 세월에도 비봉호가 비교적 온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습지'에 있었기 때문이다. 비봉리 패총은 신석기시대 때 지금의 창녕 부곡면까지 바닷물이 들어갔다는 것을 증명한다. 밀양과 진영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창녕 비봉리 패총에서는 5000년 전 망태기, 똥 화석, 선각 멧돼지 그림, 80여개의 도토리 저장 구덩이들이 발견됐다. 이들은 모두 각각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것들이며 최초로 발견된 것들이다. 해안가를 따라 분포된 도토리 저장고에는 밀물과 썰물을 통해 도토리의 떫은맛을 없앤 신석기인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똥 화석.

특히 똥 화석에 대한 임 관장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는 "그야말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실물로 확인된 귀한 것이다. 발굴 팀은 당시 '이제 우리도 똥을 가진 나라가 됐다'며 즐거워했다. 지금도 이 유적 출토품을 견학하러 오는 연구자들에게 자랑한다"며 웃었다. 이 화석에는 골편이 박혀 있어 사람의 것 보다는 동물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7년 8월 28일 창녕 비봉리 패총은 사적 제486호로 지정됐다. 모든 매장 문화재는 국가로 귀속된다. 국립김해박물관은 김해뿐만 아니라 창원, 창녕, 양산, 밀양, 함안, 거제 등을 관할한다. 창녕에서 발견된 비봉호의 원본은 현재 국립김해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앞으로 박물관은 항온·항습의 기능을 갖춘 진열장을 설치해 1년에 3개월 씩 전시할 계획이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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