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령이 오래된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연출하고 있는 김해 수로왕릉 후원의 모습. 사진/ 박정훈 객원기자 punglyu@gimhaenews.co.kr

"제주에만 올레길이 있다구요? 천만의 말씀." 걷기운동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더군다나 가을이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선선하다. 걷기에 딱 좋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을엔 유명 올레 길을 찾아 떠나는 관광 인파도 부쩍 늘어난다. 하지만 '제주 올레길', '북한산 둘레길' 등 유명 올레길 대부분이 김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마음처럼 방문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걱정은 여기까지.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자. 김해에도 드디어 올레 길이 생겼다. 이젠 신나게 걸을 일만 남았다. '김해올레가이드 학교'는 김해 올레길 코스를 만들어 소개하고 있다. 가야문화 등 테마별, 지역별로 모두 4코스다. <김해뉴스>는 올레가이드 학교 장정임(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 씨의 안내로 2회에 걸쳐 김해 올레길을 소개한다.


오늘은 김해 올레길 제 1코스인 '가야문화코스'를 걷는다. 말 그대로 가야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코스로, 가족단위는 물론 친구나 연인이 즐기기에도 좋다. 패총에서 출발 허왕후 능에서 마무리된다. 총 길이는 약 5.5km정도로 소요시간은 평균 3시간. 그냥 걸어도 좋지만 알알이 박혀 있는 유물과 유적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김해올레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도 좋다. 문의=055)339-1900

 
>> 회현리 패총

▲ 김해 올레길 '가야문화코스'의 출발지인 회현동 패총. 가야시대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게 다 진짜 가야인들이 버린 조개껍데기에요." 출발이다. 공기가 한층 서늘하게 내려갔다. 이곳은 패총. 1~4세기 가야의 주거지 유적이다. 김해의 북문자리를 지나 골목길을 잠시 걸으면 만날 수 있다. 초등학교 책에도 나오던 그 유명한 패총에는 지금도 조개 무덤의 단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오른쪽 평화로운 언덕배기엔 북두칠성이 그려진 고인돌이 있다. 패총 조개껍데기를 보면서 선사시대 가야인을 상상 속에서 만나보자.
 

>> 봉황대
▲ 봉황대유적지는 고상가옥 등 볼거리뿐 아니라 잔디밭 등이 고루 구비돼 있어 도심 속 공원으로 손색이 없다.
봉황대는 가야시대의 무역항이자 가야왕국의 정원이었던 곳으로 원래 이름은 망해대였지만, 조선 고종 때 부사 정현석이 지금의 이름을 붙였다. 다양한 식물이 살고 있어 식물공부를 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정상으로 올라가보자. '봉황대'라는 글이 새겨진 바위, 굿을 할 때 사용했던 '굴거리나무'와 섬섬이가 해선이가 가야금을 공부했다는 '섬섬대', 진사들이 의견을 토론했다는 비석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운치가 있는 산책길로 내려가면, 넓은 잔디밭을 만날 수 있다. 가족단위 방문객이라면 잠시 쉬었다 가도 좋겠다. 공놀이 등이 가능하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가야의 포구와 배를 재현한 연못에서는 부들 '왕버들 갈대' , '노랑어리연' 같은 수생식물과 물오리를 볼 수 있다.
 

>> 가야주거지
청동기 시대 금관가야의 지배 계층들의 거주지로 추정되는 곳. 가야 시대의 주거지와 고상가옥, 망루를 설치해 두었다. 널찍한 공간을 활용해 가족이나 친구와 숨바꼭질 등 놀이를 하면서 고대 가야주거에 대한 공부를 해보자.
 

>> 여의각

▲ 지난 1973년에 세워진 여의각.
여의각은 지난 1973년 회현동 주민에 의해서 세워진 것으로, 원래 전설 속 여의낭자의 무덤이 있던 자리다. 매년 단옷날과 정월 초사흘 두 차례 당제를 올렸던 곳이기도 하다. 허금이란 사람이 꿈속에서 여의낭자의 모습을 보고 난 뒤 제작한 '여의상'이 존재했었는데, 지난 1999년 도둑맞고 지금은 다른 '여의상'이 있다. 두 나무의 가지가 하나로 얽힌 전설의 나무 '여의목'도 볼 수 있는데, 후세에 재현된 작품이다.
 

>> 황세바위

▲ 여의낭자와 황세장군의 전설이 깃든 황세바위는 절반이 훼손된 채 남아 있다.
자, 여기까지 걸어오며 다리가 조금 아프다.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겠다. '황세바위'가 있는 공터에는 의자 등이 준비돼 있다. 여의와 황세가 함께 놀던 장소로 알려진 '황세바위'는 어느 농부에 의해 훼손되어 예전의 위용은 없지만 여자인 여의가 지혜로 오줌 멀리 누기에 이겼다는 전설 등이 남아 있어 고대 여성의 위치를 엿볼 수 있다.
 

>> 왕릉공원 후원
수로왕릉 후원은 그야말로 김해의 숨겨진 비경이다. 수령이 오래된 상수리나무 왕버들나무가 군락을 이룬 고즈넉한 숲에서의 가을을 만끽해보자. 벤치에 누워 하늘을 보거나 책을 읽어도 좋다. 오래된 숲의 향기가 머리를 절로 맑게 해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
 

>> 대성동 고분박물관
애꼬지(작은 구지봉)라 불리던 이곳은 가야인의 무덤이던 곳이다. 이곳을 발굴하면서 가야문화가 일본의 뿌리임을 증명하기도 한 의미 있는 곳. 가야의 여성무사무덤이 발견되기도 했다. 생명의 혼을 상징하기 위해 여성생식기 모양을 본 따 건축된 박물관의 모습과 건너편에 설치된 세계적인 미니멀리즘 화가 이우환의 설치미술 '무한의 언덕' 을 감상하는 것도 잊지 말자.
 

>> 구지봉

▲ 한석봉의 글씨가 새겨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 구지봉 고인돌.
김해가 시작된 곳이다. 구지봉 고인돌 앞에 전망대가 있어 마치 아테네처럼 한눈에 도시 김해의 아름다운 전경을 조망할 수 있다. 소나무 숲에서 바람에 실려 오는 옛 가야인의 합창과 춤이 절로 들리고 보인다. 이방인과 토착민이 벌이는 한판의 춤을 통해 서로의 경계가 사라지는 이 공간에서 춤과 노래로 교과서 속 수로왕을 되살려 봐도 좋다.
 

>> 허왕후능


▲ 고즈넉한 분위기가 일품인 허왕후능의 모습.
인도에서 이주해온 최초의 이주결혼여성이자 수로왕으로 불리는 김수로 왕비 허황옥이 이곳에 묻혀 있다. 수로왕보다 더 높은 곳, 가야의 성지 곁에 묻힌 왕비는 불교를 가져오고 차 문화를 가져왔으며 자신의 성을 아들에게 물려준 한국 역사기록상 최초의 왕비이다. 파사석탑등을 구경하며, 왕비능의 경건한 기운을 느껴보자. 시간이 남으면 이곳에서 출발해 서제골을 통해 분산성에 오를 수도 있다.


Tip 김해 제 1 올레길 가야문화 코스 ──────

경전철 봉황역∼회현리 패총∼봉황동유적공원 가야시대 주거지 재현지∼여의각∼봉황대정상(서낭당)∼황세바위∼봉황대 산책길∼잔디밭∼왕릉공원후원∼한옥체험관∼수능원∼대성동 고분언덕∼고분박물관∼설치작품 '무한의 언덕'∼경원교 다리밑∼문화의 거리∼김해국립박물관∼박물관뒷길∼구지봉∼허왕후릉


길 안내=김해올레가이드학교 장정임(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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