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수필 발굴, 미발표 작품 보태
2003년 개정판 이후 15년 만



지난 1981년 초판 출간 이후 시 63쇄, 산문 47쇄를 중쇄하며 문학 전집으로는 이례적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 바로 '김수영 전집'이다. 김수영 전집이 한층 새로워진 모습으로 독자 곁을 다시 찾았다. 김수영(1921~1968) 시인 연구 권위자인 이영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이 김 시인의 50주기를 기념해 그의 시와 산문을 발굴하고 미발표 작품을 보탠 <김수영 전집 1·2>를 내놨다.

지난 2003년 개정판 출간 이후 15년 만에 나온 이번 전집에는 2003년 판본의 크고 작은 오류들을 바로잡는 한편 새로 발굴한 시 4편과 미발표시 3편, 미완성 초고시 15편, 산문 22편, 일기 21편, 편지 1편 등이 대거 추가됐다.

'그의 시가 노래한다고 쓰는 것을 옳지 않다. 그는 절규한다'고 고(故) 김현 문학평론가가 말했듯 이번 전집에 새로 수록된 미발표시는 김수영 시인 특유의 저항정신과 현실비판의식이 돋보인다. '"김일성 만세"/한국의 언론 자유의 출발은 이것을/인정하는 데 있는데//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관리가 우겨 대니//나는 잠이 깰 수밖에'("김일성 만세") 등의 대목은 시인이 타계한 지 반세기가 흐른 지금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시선을 뗄 수 없다.

새로 실린 산문들은 김수영 시인이 6·25 한국전쟁 당시 처했던 현실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귀한 자료가 된다. 특히 <해군>(1953년 6월호)과 <희망>(1953년 8월호)에 각각 실렸던 '내가 겪은 포로 생활'과 '나는 이렇게 석방되었다' 등은 공백으로 비어 있던 김 시인의 3년간에 걸친 포로수용소 시절을 상세히 전해준다. 특히 '나의 시(詩)는 이 때로부터 변하여졌다. 나의 뒤만 따라오는 시가 이제는 나의 앞을 서서 가게 되는 것이다. 생각하면 모두가 무서운 일이요. 꿈결같이 허무하고도 설운 일뿐이었다. 이것이 온전히 연소되어 재가 되기까지는 아직도 먼 세월이 필요한 것같이 느껴진다'는 '내가 겪은 포로 생활'의 마지막 단락은 시인의 시가 어디서 나왔는지 알려주는 단초가 된다. '세계의 그 어느 사람보다도 비참한 사람'이 됐던 포로수용소 시절을 풀어내는 시인의 필력은 강하디강하다. 저항 시인으로 알려진 시인의 이면을 보여주는 작품도 꽤 있어 책 읽는 재미가 책의 두께를 잊게 한다. 김해뉴스

부산일보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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