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고혈압학회가 최근 펴낸 '2018 고혈압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는 11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료 빅데이터에는 고혈압 질환으로 진료받은 사람이 2017년 기준으로 604만 명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고혈압인 줄도 모른 채 지내는 사람이 무려 500만 명에 달한다는 결론이다.
 
고혈압은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서도 발병하면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다고 해서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라고도 한다. 혹시 나도 고혈압이 아닐까? 고혈압의 기준과 올바른 혈압 측정법,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 개선 등을 알아본다.


 



환자 1100만 명, 3명 중 1명 꼴
정상(120/80) 벗어나면 위험 
합병증 치명적, 조기 치료 필요 
체중 관리 등 생활습관 개선 중요


 

■고혈압이란
고혈압은 말 그대로 혈압이 정상보다 높은 경우를 말한다. 수치상으로는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일 때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혈압은 팔의 동맥에서 측정한 동맥 압력을 의미한다. 혈압은 심장의 수축과 이완에 의해 파동 모양을 그리게 되는데, 심장이 혈액을 내뿜어줄 때 가장 높아진 순간의 압력이 수축기 혈압, 가장 낮아진 순간의 압력이 이완기 혈압이다.
 
고혈압은 혈관 압력이 높은 것 외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 고혈압이 생기는 직접적인 원인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처럼 원인도 모르고 증상도 없는 고혈압이 위험한 이유는 바로 합병증에 있다. 높은 혈압은 심장에 부담을 줘 심장벽이 두꺼워지고 커지게 되며 이로 인해 심부전, 심근경색을 일으킬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압력으로 혈관이 손상되면 뇌졸중 등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래봄병원의 김정훈 내과 과장은 "고혈압은 심혈관, 뇌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이라며 "고혈압이 조절되지 않은 채 15~20년 이어지며 만성기로 접어들면 신부전, 고혈압성 망막증 등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 3명 중 1명이 고혈압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보고(2014년)에 의하면 만 30세 이상에서의 고혈압 유병률은 30.4%로 우리나라 국민 3명 가운데 1명은 고혈압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자 34.2%, 여자 26.9%로 남자가 여자보다 7.3%포인트 높았다.
 
학회는 특히 30∼40대 젊은 고혈압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치료를 게을리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서구화된 식사습관과 운동부족으로 고혈압 발생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데도 질환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30대 남녀의 고혈압 인지율은 20% 수준에 그쳤으며, 치료율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파악됐다. 고혈압 환자 중에는 아직 젊으니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과 혈압약을 한번 복용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두려움을 가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혈압은 젊어서 관리에 소홀하면 어느 순간 동맥경화, 뇌졸중, 심근경색, 신부전 등의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김정훈 과장은 "고혈압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진행하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아야 안정적으로 혈압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혈압 측정 필요
고혈압의 진단 기준은 수축기 혈압 140㎜Hg 이상, 이완기 혈압 90㎜Hg 이상이지만 그 이하라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된다. 정상혈압(120/80㎜Hg)과 고혈압 사이에 위치한 고혈압 전단계의 경우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최고 2배 증가하므로 적극적으로 생활 습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최근 혈압 분류를 좀 더 세밀하게 나눠서 120~129/80㎜Hg를 '주의 혈압'으로, 130~139/80~89㎜Hg는 '고혈압 전 단계'로 정의했다. 
 
문제는 정확한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점이다. 사람에 따라 병원에서 잴 때만 혈압이 높게 나타나는 '흰가운 증후군'이 나타난다. 반대로 병원에서 혈압을 재면 정상으로 판정되나 일상생활에서 재면 높게 나오는 '가면 고혈압'(숨은 고혈압)도 있다. 가면 고혈압은 실제로는 평균 혈압이 높은 경우로서 치료가 필요하다.
 
정확한 혈압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30분 전에는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를 마시지 않고, 측정 전에 5분 정도 편하게 등을 기대고 앉아 안정을 유지한다. 방광이 차게 되면 혈압이 높아지므로 화장실에 미리 다녀오는 것이 좋다. 팔은 심장 높이 정도로 탁자 위에 올려놓고, 혈압계 커프를 팔 위쪽에 손가락 1~2개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조인다. 양쪽 팔의 혈압을 각각 재고, 차이가 나면 더 높은 쪽을 기록한다.
 
고혈압의 진단, 치료 및 예후 평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혈압측정이다. 최근에는 4만~11만 원 대의 가정용 혈압계가 시중에 많이 나와있고 정확도도 높으므로 고혈압 환자가 있는 경우 가정에서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선의 치료는 생활습관 개선
고혈압 치료에는 혈압 강하제를 통한 약물요법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위험 요인을 일상생활에서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정훈 과장은 "고혈압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라면 음식과 생활습관 개선으로 혈압을 내릴 수 있다"며 "특히 몸무게가 줄어들면 혈압이 내려가는 만큼 체중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생활습관의 개선은 하루에 적어도 30분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하고, 염분 섭취를 줄이고, 하루 두 잔 이하로 음주를 제한하는 것 등이다. 과일과 야채, 저지방 유제품을 많이 먹고 포화지방산과 지방,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피하는 'DASH 식사요법'도 필요하다.
 
혈압약을 복용한다고 해서 평소 생활습관을 그대로 유지해도 된다는 생각도 금물이다. 약물요법은 생활요법에 더해 추가적인 강압 효과를 얻는 것으로, 생활요법과 병행함으로써 약의 용량을 줄일 수 있다.
 
김해뉴스 /정상섭 선임기자 verst@


 도움말  = 김정훈 래봄병원 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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