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17일 봉심회 회원들(뒷줄)과 참봉들(앞줄)이 분향(焚香)을 마친 뒤 수로왕릉 숭제(崇祭)앞에 모여 있다.

김해 김씨 후손들의 봉사단체
매년 춘·추향대제 자발적 참여
무형의 전통 잇는 파수꾼 자임

시조대왕인 김수로왕을 비롯 9대 숙왕까지 가야국 왕을 기리는 추향대제가 지난 11일 오전 11시 서상동 김수로왕릉 숭선전에서 열렸다. 이 제례는 경남도가 지정한 무형문화재 제11호로 매년 춘향대제는 음력 3월 15일, 추향대제는 음력 9월 15일 거행된다. 대제가 있을때면 수로왕릉에는 전국의 김해 김씨·허씨 종친과 시민 등 3천여 명이 참석한다.
 
지난 11일 수로왕릉의 수많은 인파속에서 검은 도포를 입고 숭선전으로 시민들을 안내하는 50~60대 남성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들은 모두 김수로왕의 자손들이자 봉심회(奉審會)의 회원들이다. 1980년에 창단된 봉심회는 김해 김씨 시조 김수로왕의 능소를 보살피기 위해 만들어진 김해 김씨 종친회이자 수로왕릉 봉사단체이다. 이들은 매년 춘·추향제례가 있을 때면 제(祭)를 준비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수로왕릉에 모여 손님들을 맞을 준비를 한다.
 
35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봉심회의 역할은 매우 크다. 대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소소한 일들은 거의 봉심회의 손을 거친다고 보면 된다. 지난 7일 수로왕릉을 방문했더니 20여명의 봉심회 회원들이 왕릉 잔디밭에 모여 제객들이 머무를 천막을 치고 제기를 정성스럽게 닦는 등 대제 준비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봉심회 회원들은 대제 하루 전날인 10일에도 수로왕릉을 찾아 제수상에 제물로 쓰일 돼지를 잡는 신성한 의식인 생성례(牲省禮)를 진행했다.
 
대제에 쓰이는 음식들은 모두 봉심회 회원들의 손을 거친다. 제사에 쓰이는 음식은 대부분 생식으로 약 40여종의 나물을 익히지 않고 그대로 올린다. 이는 약 2천 년 전 수로왕 서거 직후 처음으로 올린 제사 음식으로부터 유래했는데 그 양식부터 독특해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봉심회 김영의(67) 회장은 "제관의 선출부터 제수준비 등 제례의 모든 과정은 고대의 방식에 비해 많이 간소화 되었지만 그 기본적인 틀은 변함 없다"고 전했다. "춘·추향대제가 다가오면 봉심회 회원들은 일주일 전부터 자발적으로 모여 제수 준비를 하고 집사를 맡는 사람들은 몸을 경건하게 하기 위해 목욕재계(沐浴齋戒)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집사는 제례의 중심이 되어 제를 올리는 이들로써 고대부터 종친의 협의로 선출했는데 특히 왕의 제사를 모시는 것이므로 부정이 없고 덕이 있는 사람이 추대되었다.
 
추향대제가 끝난 뒤에도 봉심회 회원들은 수로왕릉을 떠나지 않았다. 철상을 비롯한 대제의 마무리 작업도 그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봉사활동은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봉심회의 활동은 춘·추향대제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은 매달 음력 초하루와 보름, 동짓날에도 새벽 4시에 수로왕릉에 모여 분향(焚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봉심회 회원들은 1년에 54차례 정기적으로 수로왕릉에 모여 분향을 하는 등 봉사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봉심회 허태진(47) 총무는 "학계 보고에 따르면 수로왕과 수로왕비의 후손은 전국적으로 800만 명을 넘는데 천년이 지난 지금도 자신의 뿌리를 기억하고 그 제를 지키려는 후손들의 노력이 지금의 봉심회를 있게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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