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78년 개교한 김해건설공업고등학교는 특성화 교육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사진은 김해건설공고의 전경.

김해건설공업고등학교는 특성화고등학교이다. 지난해까지는 특수목적고였다. 금속 조형 등 공업기술을 가르친다.
 
바야흐로 특성화고의 수난시대다. 지역을 막론하고 특성화고의 진학률은 매년 떨어진다. 고교 졸업생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는 시대, 못 해도 인문계고를 가야 한다는 인식은 특성화고의 위기로 이어졌다. 김해건설공고도 예외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시대적 흐름에 건설공고 박일용(56) 교장은 의문을 던진다. "국내 최고 조선기술자의 목표와 그냥 목적 없이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아이 중 누가 더 행복할까요?" 박 교장의 질문 속에 바로 건설공고의 경쟁력이 숨어 있다.

중기·건축·기계 등 6개, 학과 전문교과 실습수업 진행

건설공고 재학생들에겐 '꿈'이 있다. 19일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간. 6개 학과 (중기과, 건축과, 토목과, 기계과, 전기과, 금형과) 학생들은 저마다 전문교과 실습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졸음이 몰려 올 법도 한 나른한 오후 시간이지만, 기술을 익히는 학생들의 눈은 열정으로 반짝였다. 자동차 엔진을 분해한 뒤 다시 조립하고 있던 중기과 2학년 김균태(18) 군의 얼굴엔 자부심이 가득했다. "학교 졸업 후엔 바로 정비사가 되고 싶어요. 수업시간에 실습위주로 실제 기술을 익힐 수 있어서 좋아요. 인문계요? 어설프게 공부할 바에야 기술 배우는 게 더 현명하다고 생각해요." 김 군이 또박또박 말했다.
 
또 다른 실습실에서는 기계과 1학년 김제우(17) 군이 선반작업을 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기계의 열기에 손이 새빨갛게 익어도 싫은 내색 한번 없다. "아버지가 조선소에 다니세요. 저도 그 뒤를 이어 국내 최고 조선기술자가 되고 싶어요. 학교에서 잘 가르쳐 줘서 가능할 것 같아요." 김 군이 말했다.
 
▲ 중기과 2학년 학생이 자동차 정비 실습을 받고 있는 모습.

장학금 혜택으로 무료 교육, 올 한해 취업률 80% 육박

꿈은 이뤄질 때 행복하다. 건설공고 교사들은 학생들의 꿈을 위해 밤낮을 잊고 달린다. 교사들은 학교에 있는 동안 일상복을 벗고 회색 작업복을 입는다. 학생들에게 공업 기술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공업기술은 그 분야를 얼마나 오랫동안 숙련했느냐에 따라 전문성을 인정받는다. 공고생의 경쟁력도 여기서 판가름난다. 건설공고는 교과서 위주의 형식적 기술 교육을 벗어나 실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 교육을 진행한다. 기능 영재 육성을 위한 '연구생 제도'나 '해외 인턴', 취업기능 강화를 위한 '특성화 사업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학생 1인당 기술자격증 1개는 필수고, 영어 등 외국어 교육도 꼼꼼하게 진행하고 있다. 다른 공고와 달리 1학년부터 현장체험을 강화해 기업체에 견학을 나가기도 한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이 모든 것이 장학금 혜택을 통해 무료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선생님들이 맨날 집에도 못 가게 하면서 용접을 가르치니까 괴로워 죽을 것 같았어요. 그래도 우리학교에서 제가 용접은 제일 잘할 걸요?" 용접 연구생 고현동(19) 군이 말했다. 고 군은 경남도기술경진대회에서 3등에 입상한 것을 물론이고 이번 달엔 조기 취업까지 결정됐다. 건설공고는 고 군 같은 연구생을 40여명 이상 선발하고 있다.
 
학생의 노력, 교사의 헌신, 우수한 교육시스템은 곧바로 괄목할 만한 성과로 이어졌다. 올 한해 건설공고의 취업률은 80%를 육박했다. 경남도는 물론이고 전국을 통틀어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건설공고는 여전히 도약을 멈추지 않는다. 지역 업체와의 산학협력이 가장 큰 과제다. 박 교장은 "건설공고 학생은 전문적인 기술교육과 엄격한 인성교육을 받고 있다. 지역 업체가 학생들의 노력을 알아보고,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