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그네'의 작자로 유명한 시인 박목월은 경상도 사투리 예찬론자였다. 오죽하면 경상도 사투리에서는 풀냄새, 이슬냄새, 황토냄새가 난다는 내용의 시를 썼을 정도였을까. 그의 사투리 예찬이 잘 와닿지 않는다면 오늘의 주인공 유경애(여·56) 씨를 만나 보자. 유 씨는 지난 12일 한국문화원연합회 경상남도지회 주최로 열린 '제5회 경상도 사투리 말하기 대회'에 김해 대표로 출전해 은상을 수상했다.

▲ 김해시 내외동 나비공원에서 유경애(56) 씨가 인터뷰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여성센터 구연동화 배우다 대표로 발탁 구성진 대사에 심사위원들도 박장대소

"별것도 아인데, 이래 신문에 다 나삐고 우짜면 좋지예?" 유 씨가 걸쭉한 사투리로 말했다. 얼굴엔 웃음기가 가득하다. 작달만한 체구에 짧고 고불거리는 파머머리까지 어느 모로 살펴 봐도 평범한 아줌마인 유 씨가 어떻게 대회에 나갈 생각을 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계기는 평범했다. "여성센터에서 구연동화를 배우고 있는데, 평소 목소리도 크고 성격도 활발한데다 사투리도 재미있게 쓴다고 선생님이 대회에 나가라며 등을 떠밀지 뭡니까." 유 씨가 말했다.
 
이렇게 얼떨결에 나가게 된 대회는 생각보다 부담감이 심했다. 유 씨는 "쉰을 넘긴 나이에 대본을 외우는 것이 제일 곤욕이었다"고 말했다. 자고 일어나면 잊어버리는 대사 탓에 대회 직전에는 청심환까지 먹어야 했다. 늘 사용하던 사투리였지만, 막상 사람들 앞에서 말하려니 어쩐지 어색하게 느껴졌다. 유 씨는 대동 부추를 주제로 '눈물로 뭉친 정구지(부추)가족'이란 동화를 경상도 사투리로 구연했다. "짐치가 뭔지 알아예? 김치의 사투리라예. 이런식으로 사투리를 써가며 동화를 구연했는데 심사위원들도 웃음을 못 참았다 아입니꺼." 유 씨가 말했다.
 
그의 말하기 속에서 '김치'는 '짐치'가, '열심히'는 '새빠지게'가, '보여드릴까요'는 '뷔줄까요'가 됐다. 유 씨의 입을 통해 구성지게 살아난 사투리는 심사위원들에게서 웃음은 물론이고 높은 점수까지 이끌어냈다. 대회 이후 유 씨는 '자고 일어나면 스타'라는 말을 실감하게 됐다. 사투리 대회가 경남은 물론 부산에까지 방송돼 지인들로부터 축하한다는 인사가 쏟아졌다. 그는 이런 인기가 아직 얼떨떨하기만 하다고 했다. "부상으로 농협상품권 몇 장을 받았는데, 이래저래 인사 다니다 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생겼습니다." 유 씨가 웃으며 말했다.
 
최근 유 씨는 호스피스 병동에 봉사활동을 나가고 있다. 그의 큰 목소리와 구성진 사투리는 어디서나 인기가 많다. "제가 사투리뿐만 아니라 노래도 잘하거든예. 아픈 노인 분들 모시고 말벗도 해드리고 그러다가 노래도 한 곡씩 불러드리고 그래 삽니더. 너무 평범하지예?" 웃으며 말하는 유 씨에게서 풀냄새, 이슬냄새, 황토냄새가 섞인 정겨운 고향의 냄새가 나는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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