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 경운초등학교 4인방(왼쪽부터 김진서,조호연,이민지,손성현)이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만든 나무소재 간판을 설명하고 있다.
"내외동의 불법 홍보물을 없애주세요."
 
지난달 25일 김해시 내외동. 초등학생 4명의 목소리가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이들은 불법홍보물 근절을 목적으로 캠페인 등을 펼치고 있었다.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내외동 거리를 가득 채웠다.

김해 경운초등학생 4인방 불법 홍보물 처리 TF팀 구성 현장·취재 등 통해 대책 모색

초등학생들? 어른들의 말을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초등학생들이 문제점을 직시하고, 더 나아가 직접 팀을 꾸려 개선을 위한 행동에 나서는 시대가 됐다. 지난 7월부터 자발적으로 내외동 불법홍보물 근절 활동을 전개해 온 김해 경운초등학교 4인방, 손성현(13)·조호연(13)·이민지(13)·김진서(12) 어린이들을 만나봤다.

"저희들은 저마다 잘하는 게 다 다르거든요.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친구들을 찾았어요." 성현(13) 군이 웃으며 말했다. 성현 군은 팀의 산파역이다. 친구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팀을 꾸렸고 도움을 줄 담당 교사를 섭외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과학올림피아드에 나갈 목적이었다. 하지만 팀이 꾸려진 뒤 팀원들과 성현(13) 군은 만장일치로 진로를 확 바꾸었다. '경남창의력페스티벌'에 출전하기로 한 것. "저희들이 어른들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는 생각 안 해요. 그래도 초등학생들이 뭔가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좋았어요." 팀의 막내 진서(12) 군이 말했다.
 
이들은 내외동 거리를 뒤덮고 있는 '불법광고물'을 문젯거리로 지정했다. 아이디어를 낸 호연 양은 "평소에 기발한 생각을 잘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팀에 들어와서 장점이 드러나게 된 것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경남창의력페스티벌은 경남지역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회다. 문제를 제기한 뒤 과학·수학 원리를 이용한 해결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팀원은 지난 7월부터 불법홍보물 해결을 위한 활동에 나섰다. 하세라(32) 교사가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하 교사는 "야외활동은 물론 담당 교사로서 작성할 보고서도 많다"며 "성현이의 간곡한 문자 섭외에 넘어가 고생 중"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초등학생의 활동이라고 해서 쉽게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상인들한테서 거친 소리를 들어가며 설문조사를 하는 한편, 내외동사무소를 직접 찾아가 불법홍보물에 대한 실태를 취재하기도 했다.  이들은 부모, 친구 등 주변의 도움을 받아 '엘이디(LED)를 장착한 나무 소재 간판등'을 해결과제로 도출했다. 뒤죽박죽 현란한 간판을 정갈한 나무소재로 교체하고, 글씨체를 통일한 뒤 은은한 LED 조명을 장착하자는 원리다. 호연 양은 "간판을 저희들이 제안한 방식으로 교체하면, 거리를 정비한 효과가 발생한다. 실제 부산의 부산진역 일부 거리는 이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4일엔 이를 가지고 경남도내 수 십 개 팀과 맞붙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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