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야역사테마파크 사업이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정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사진은 공사가 잠시 중단된 테마파크 건설 현장. 박정훈 객원기자 punglyu@hanmail.net

가야역사테마파크가 '계륵'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포기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돈이 투자됐고, 계속 추진하자니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다. 테마파크로서의 개성 부족과 체험 및 즐길거리 부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드라마 '김수로'에 거액을 들이고도 치밀한 연계 전략을 세우지 못해 효과를 살리지 못 한 점도 뼈 아픈 대목이다.

■ 개성·즐길거리 부족한 테마파크
시비 180억 원을 포함해 532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가야역사테마파크는 한 해 50만 명이 다녀가야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시민들조차 테마파크의 개성 부족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관람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강렬한 무엇'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가야사'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에는 가야생활촌, 철광산, 기마마당 등이 들어선다. 아직까지 완공되지 않아 테마파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될 지 알 수 없지만, 역사적 고증과 '파크적 오락' 요소가 어정쩡하게 절충됐다는 문제제기가 있다. 이영식 인제대 역사고고학과 교수는 "가야역사테마파크는 오락적 요소를 부각시키느라 역사적 고증과 어느 정도 절충한 측면이 있다"면서 "역사적, 교육적 요소를 양보한 만큼 관람객들이 재미라도 느껴야 하는데 그 점에서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해 즐길거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고 있다. 가야생활촌에는 가락왕궁과 구간마을, 전사마을, 가야마을 등이 조성될 예정인데 볼거리 중심의 관광지로 머물 공산이 크다는 예상이다. 김해시의회 하선영(한나라당) 의원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성공한 테마파크에는 관람객들이 다양한 참여를 통해 주제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면서 "구체적인 운영 계획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체험거리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에 반해 경주의 신라밀레니엄파크는 '신라'를 테마로 교육과 체험을 결합한 '에듀테인먼트 파크'를 지향하고 있다. 석빙고, 에밀레종 등 신라시대의 상징물들을 정확한 고증을 통해 재현했고, 파크 곳곳에서는 신라를 주제로 한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또 체험마을에서는 토기 제작 등 관람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시설이 만들어져 있다.
 
테마파크 공사의 선후가 바뀐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직 본 공사의 공정률이 65%에 불과하지만, 벌써부터 진입부 경관 사업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김해시의회의 한 의원은 "전체 예산이 부족해 찔끔공사를 하고 있는 판에 올해 8월 27억 원을 들여 경관개선 공사에 들어갔다"면서 "나중에 해도 될 사업에 굳이 예산을 먼저 사용하는 것은 조경업체를 운영하는 시장 측근 챙기기용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 거액 들이고 드라마 효과 못 살려
김해시는 지난해 MBC드라마 '김수로'에 세트 제작비 25억 원, 의상비 등에 50억 원 등 총 75억 원을 투자했다. 드라마 '대장금'과 '선덕여왕'의 열풍을 살려 관광객 유치에 성공한 제주도와 경주시의 선례를 따른 것이었다.
 

▲ 테마파크 곳곳에 공사가 중단된 채 펜스로 막혀 있는 모습.
그러나, 지난해 9월 18일 총 32부작의 이 드라마가 끝나자 김해시의 바람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시청률이 최소 30%를 넘겼던 다른 작품들과 달리 '김수로'는 12%의 벽을 넘지 못했다. 드라마가 종영될 때까지 가야역사테마파크가 완공되지 못해 그나마 낮은 시청률의 효과조차 보지 못했다.
 
촬영을 위해 만든 세트장과 배우들이 입었던 의상 및 장신구들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세트장은 촉박한 드라마 제작 일정에 맞춰 날림으로 지은 탓에 오히려 테마파크 전체 이미지를 갉아먹는다는 평을 듣고 있다. 드라마에 사용됐던 의상과 장신구는 지난해 말에 인수했지만, 전시할 곳이 없어 대성동고분박물관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김형수(민주당) 시의원은 "드라마에 거액을 투자하면서도 꼼꼼한 계획과 전략을 만들어 참여하지 못했다"면서 "결국 돈만 대고 애물단지를 인수한 꼴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신라밀레니엄파크는 치밀한 계획을 통해 드라마 '선덕여왕'의 효과를 극대화한 경우다. 신라밀레니엄파크 측은 드라마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촬영이 파크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유도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했다. 드라마가 끝난 후에는 소품을 무상으로 인수해 관광 컨텐츠로 사용하고 있다. 선덕여왕 행차같은 후속 프로그램도 개발해 드라마 이전보다 관광객이 두 배 이상 늘었다. 불과 20억 원을 투자하고도 엄청난 효과를 거둔 것이다. 경주시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드라마 유치에는 돈이 많이 들지만 처음 기획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1년 갈 수도, 10년 갈 수도 있다"면서 "경주시가 기획단계부터 주도권을 잡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해시로서는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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