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이 된 청소부' 김동건 씨가 최근 출간한 시집 '꽃비 내리던 날'을 들어보이고 있다.
하는 일마다 실패한 우울한 과거
한 때 자살할까 생각하기도
시 쓰기 시작하면서 세상 '긍정'

"매일 새벽 거리를 청소하듯 매일 적는 한편의 시로 마음을 정화합니다."
 
지난 2일 김해 청소용역업체인 ㈜김해환경에서 청소부 금동건(51) 씨를 만났다. 그가 지니고 다니는 작은 가방엔 그의 시집 '꽃비 내리던 날'이 들어있다. '시인이 된 청소부' 금 씨는 지난달 29일 두 번째 시집 '꽃비 내리던 날'(그림과 책 펴냄)을 출간했다. 그의 시집은 김해문인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우수작품상에 선정됐다.
 
금 씨는 1997년부터 ㈜김해환경의 청소부로 일하면서 꾸준히 시를 쓰기 시작해 2006년 월간 시사문단에서 시인으로 정식 데뷔했다.
 
"새벽에 도로를 청소하다 시상이 떠오르면 주머니 속에서 수첩을 꺼내 메모를 합니다."

첫번째 시집 '자갈치의 아침'에 이어 이번에 출간한 시집 '꽃비 내리던 날'은 매일 새벽 도로를 청소하다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해둔 내용을 엮어낸 것이다. 특히 이번 시집에는 농사일을 하는 3살 연상의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녹아 있다. "큰 딸이 이번 달에 결혼을 하는데 제가 결혼할 당시에는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아내에게 웨딩드레스도 못 입혀줬어요. 환갑이 되기 전까지 웨딩드레스를 입혀주고 싶은데 제 인생의 마지막 숙제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그는 경북 안동 출생으로 12살 되던 해부터 부산에서 객지생활을 시작했다. 형편이 어려워 여름에 신던 흰 운동화에 검은 먹물을 들여 겨울에도 신고 다녔다. 금 씨는 "어린 나이에 영양실조로 몸이 약해지고 결핵까지 걸려 7년간 투병생활을 해야 했다"고 어린시절을 회상했다.
 
몸이 허약해진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농사도 짓고 젖소도 키우고 택시운전도 해봤지만 하는 일마다 고배를 마셨다. 한때는 신세한탄을 하며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 좌절의 순간마다 시가 그를 위로해 주었다.
 
평소 일기를 쓰며 간단한 시상을 기록하던 중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집을 내겠다는 결심을 하고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를 따로 공부한 적도 없고 유명한 시인의 시도 읽어본 적이 없지만, 그는 무작정 자신의 스타일대로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최근 그는 청소업무가 마치는 오후 3시 매일 PC방에 가서 수첩에 적어둔 시들을 컴퓨터로 정리해 두는 습관까지 생겼다.
 
"하루라도 연필을 잡지 않으면 섭섭합니다. 손에 힘이 있는 한 계속해서 시를 쓸 생각이예요."
 
그동안 주변에서는 환경미화원이 무슨 시를 쓰냐고 하며 핀잔도 주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수염을 기른 겉모습과 몸에서 나는 쓰레기 냄새 때문에 그를 피하지만 그는 항상 밝게 사람들을 바라본다. 금 씨는 이제는 수염이 트레이트마크가 돼서 청소부라고 불리기보단 털보아저씨로 불리는게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가 수염을 기르는 이유는 겉모습만 깨끗하게 보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겉만 번지르하고 속은 더러운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오수가 몸에 튀어도 짜증내지 않아요. 빵을 만드는 사람은 몸에서 빵 향기를 풍기고 쇠를 만지는 사람은 손이 험해지기 마련이죠. 제 천직이니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그는 벚꽃 나무 가로수에서 떨어지는 벚꽃의 모습을 이번 시집의 타이틀로 표현했다. 다른 청소부는 벚꽃이 떨어지면 청소할 걱정부터 하지만 그는 그 벚꽃을 꽃비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일할 맛이 난다고 했다.
 
"저는 이번 시집을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비록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시를 읽고 사람들이 용기를 얻지 않을까요? 저는 힘들다고 자기 일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싶어요. 세상에 할 수 있는 일들은 많고 행복을 찾는 방법도 다양하니까요." 한껏 주름을 만들어 내며 웃는 금 씨의 얼굴에서 행복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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