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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배상, 일본은 과거를 직시하라편집국에서
  • 수정 2018.11.21 09:20
  • 게재 2018.11.21 09:16
  • 호수 398
  • 19면
  • 정상섭 선임기자(verst@gimhaenews.co.kr)
▲ 정상섭 선임기자

호주 북부의 항구 도시 다윈은 '호주판 진주만'으로 불린다. 일본은 태평양전쟁 때인 1942년 2월 19일 전투기와 폭격기 242대를 동원해 다윈을 공습했다. 호주군을 포함한 연합군은 300여 명이 숨지고 군함 25척이 격침, 파손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이곳을 찾았다. 아베 총리는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함께 전몰자 추모비를 참배하고 "희생자들을 추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6년 12월에는 태평양전쟁의 시발점이 된 하와이 진주만을 찾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당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진주만을 찾은 자리에서 일본군 공습 희생자들을 추도했다.
 
일본은 이처럼 제2차 세계대전 주요 승전국에 적절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러나 침략의 대상이었던 한국과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는 상처의 현장을 찾아 추도나 반성의 뜻을 나타낸 적은 없다.
 
심지어 과거 침략 사실을 부정하고, 피해자들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는 언행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대법원이 신일철주금(新日鐵住金)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의 손해배상 상고심 공판에서 각 1억 원 씩 지급하라는 확정 판결을 내린 이후 일본 언론과 정치권에서 나온 반응은 일본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폭거이자 국제질서 도전"이라는 막말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 일부 극우언론과 단체들에서는 '한일 국교 파기'라는 극단적 주장까지 나온다.
 
일본은 왜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이렇게까지 반발하고 있는 걸까. 무엇보다 과거 역사에 대한 반성이 없기 때문이다. 강제징용에 대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일제 강점기 시절에 무차별적으로 이뤄진 강제징용이 불법행위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학계는 일제 말기인 1939~1945년 사이에 70만 명이 넘는 강제징용자들이 일본 유수 기업들의 광산, 군수공장 등에 끌려가 사실상 '노예노동'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군함도'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본이 이번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이면 일제강점기가 불법이었고, 일본 기업들까지 전쟁 범죄에 가담한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역사 교과서 왜곡, 전쟁국가로의 회귀 등을 추구하는 일본 아베 정권으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판결인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우리 내부에 있다. 일본은 과거 중국인 징용 피해자들에게도 똑같은 방식으로 배상 책임을 거부하다가 개별 기업들이 사과와 배상을 한 전례가 있다. 중국 정부와 언론이 한 목소리로 일본을 비판하고, 중국인들 사이에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나오자 굴복하고 나선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박근혜 정부가 한일관계 악화를 우려해 강제징용 재판에 개입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일부 언론은 일본과의 외교관계 훼손,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일 공조 균열 등을 이유로 이번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은 진정성 있는 과거 청산과 반성으로 유럽의 중심국가로 다시 올라설 수 있었다. 아직도 전쟁 책임을 회피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거부하는 일본은 경제강국일진정 결코 아시아의 중심국가가 될 수는 없다.
 
아베 총리가 미국과 호주에서 그랬듯, 서대문형무소를 찾아 머리를 숙이고 참배하는 날을 보고 싶다. 그 날은 그냥 오지 않는다. 우리 안의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질 때 일본은 중국에게 그랬듯 마지못해 사과와 배상의 시늉이라도 하고 나설 것이다. 김해뉴스 정상섭 선임기자 verst@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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