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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지명 '유감'… 김해 정체성 살리자편집국에서
  • 수정 2018.10.16 17:51
  • 게재 2018.10.16 16:47
  • 호수 393
  • 15면
  • 정상섭 선임기자(verst@gimhaenews.co.kr)
▲ 정상섭 선임기자

지난 9일은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한글날이었다. 훈민정음 반포 572돌을 맞는 이번 한글날을 맞아 국내외에서 한글의 과학성, 편리성을 강조하는 기사와 논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해방 73돌을 맞는 올해까지도 여전히 일상생활에 일제와 일본말의 잔재가 얼마나 남아있는 지 살펴보면 머리가 아득할 지경이다.

위안부와 생체실험 등 온갖 만행을 자행한 일제는 우리나라의 문화와 정신을 말살하려는 문화정책을 펼쳤는데 그 중에서도 압권은 우리의 이름을 없애는 것이었다. 창씨개명(創氏改名)은 민족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왔고, 해방 후에 온전히 회복됐다. 하지만 문제는 땅 이름을 바꾸는 창지개명(創地改名)이었다. 일제는 예부터 전해져 온 고운 우리 이름을 없애고, 일본식 지명을 가져오고 한국 문화를 비하하는 식으로 이름을 바꿨다.

일제는 1914년 행정구역을 변경하면서 그때까지의 우리 이름을 함부로 바꿨다. 주민의 뜻과는 상관없이 임의적으로 동네이름과 지명을 통폐합하고 없애는 등 우리의 땅 이름과 그 안에 깃든 민족정신을 훼손한 것이다.

1941년에는 더 나아가 행정구역 이름을 일제히 일본식으로 개칭하는 조치를 취하기에 이른다. 마을 중심지는 일본식 본동(本洞)으로 바꾸고, 전통을 품은 마을 이름을 숫자나 방위만으로 표시했다. 상동 하동, 동동 서동, 일동 이동 하는 식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해방이 되었는 데도 정부와 행정기관에서 그 지명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부터라도 지명과 문화 속에 파고든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바로 잡아야 하는 이유다.

대성동(大成洞)의 경우 예전부터 논이 많다고 해 논실이라고 불렸다. 가야시대 수로왕 때의 새논들이 이곳이라는 얘기가 김해문화원이 펴낸 '김해지리지'에 나온다. 이후 조선 태종 때 향교가 설치되면서 교동(校洞)으로 불렸는데 1941년에 대성정(大成町)으로 고친 것이 해방 후에도 그대로 이어져 대성동이 된 것이다. 일본이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설의 허구를 증명하는 파형동기 등이 출토된 고분군이 이곳에 있다고 해서 '대성동 고분군'이라고 부르는 것은 선조들이 한탄할 일이라 할 것이다.

활천동(活川洞)은 예부터 삼방동 뒤의 활뿌리에서 발원해 활처럼 휘어져 흘러 내려가는 하천을 우리말로 '활내'라고 불렀는데 이를 일제가 한자식으로 바꾸면서 잘못 표기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공자는 이름을 바로 세우는 것을 정명(正名)이라고 해 통치자의 이상으로 삼았다. 이천년 가야 역사를 제대로 복원하는 첫 걸음은 마땅히 이름을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화성(華城)이 원래 이름을 되찾게 되는 과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선 정조 때 축조된 화성은 한국병탄 직후인 1911년 조선총독부가 펴낸 책에서 수원부성(水原府城)이라고 적어 수원성으로 잘못 알려지게 하는 시발이 됐다. 그런데 광복이 되면서 우리 정부에서마저 이 성을 '사적 제3호 수원성곽'이라고 지정함으로써 이를 재확인하는 잘못을 범하고 말았다. 이런 잘못된 이름을 바로 잡는 데는 재야 원로서지학자인 이종학 씨의 공로가 컸다. 이 씨는 문화재관리국에 "하루빨리 제 이름으로 되찾아 주십시오"라는 청원서를 내어 이를 관철시키고 각종 교과서와 언론 매체에도 탄원서를 끊임없이 제출해 화성의 제 이름을 되찾았다.

마침 가야 문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김해에서도 옛 지명을 되살리는 데 건강한 시민사회가 앞서기를 기대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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