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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경제’라고 했습니다편집국에서
  • 수정 2019.01.16 09:17
  • 게재 2019.01.16 09:14
  • 호수 406
  • 19면
  • 정순형 선임기자(junsh@gimhaenews.co.kr)
▲ 정순형 선임기자

1991년 7월 31일.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핵무기 감축을 위해 만난 자리였다. 그날 당시 두 사람은 향후 7년간에 걸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포함한 장거리 미사일을 각각 30%와 38%씩 줄이기로 합의했다. 전 세계를 핵전쟁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냉전체제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때 그 두 사람이 '전략무기감축협정서'에 사인할 때 사용했던 펜이 '중거리 미사일 탄두'를 녹여서 만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국 국민들의 감동은 더욱 증폭됐다.

바로 그 이벤트 덕분에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를 만큼 치솟았다. 각종 여론 조사 기관에서 발표하는 지지율이 90%대를 오르내릴 정도였다. 불과 1년 후로 다가온 선거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이 압도적인 지지로 재선 고지에 오를 것을 의심하는 사람이 없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듬해 12월에 진행된 선거 결과는 전혀 달랐다. 평화의 전도사라는 이미지를 앞세운 전략으로 압승을 자신했던 현직 대통령이 중앙무대에서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정치신인, 클린턴 후보에게 참패를 당한 것이었다. 결손 가정의 아들로 태어나 두메산골에 가까운 아칸소 주지사를 역임한 것이 경력의 전부였던 젊은 후보에게 말이다.
과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정치평론가들은 당시 클린턴 후보가 내걸었던 선거 캐치프레이즈에 주목한다.

"It's economy, stupid" (문제는 경제야!)

조지 부시 정부가 추진했던 이념 위주 정책을 비판하면서 기층서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경제 정책을 내세운 선거전략이 결정타를 친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1993년, 문민정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범한 김영삼 정권이 금융실명제와 공직자 재산공개, 하나회 척결 등 각종 개혁 정책을 야심차게 추진한 결과 초반 지지율이 93%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지만, 후반기 경제정책에 실패하면서 야당에 정권을 내어줄 정도로 참담한 패배를 맛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출범과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야심차게 추진하면서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현 여권은 어떨까.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90%를 넘나들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40%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최근 김태우 전 청와대 행정관이 폭로한 민간인사찰 의혹에다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금융정책 결정 과정의 난맥상 등을 인터넷에 공개한 여파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다른 한편에선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책을 추진할 정부와 여당이 단기적인 여론 조사 결과에 흔들려선 안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모두가 일리가 있는 분석들이다.  

하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입에서는 최근 치솟는 물가 등으로 주름이 더해지는 서민 가계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이 엄청나다는 하소연도 줄을 잇는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반도체 경기가 하락하고 조선과 자동차 등 기간 산업이 흔들린다는 분석을 차치하고 라도 말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적폐 청산과 한반도 비핵화가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보통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금씩 나아지는 살림살이일 것이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할 것 같은 이 대목에 새로 출범한 제2기 청와대 실무진을 비롯한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문제는 경제'라고 하지 않았던가. 김해뉴스 정순형 선임기자 junsh@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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