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산동 육거리. 김해에서 가장 많은 갈래의 교차로를 가지고 있으며, 이곳을 경계로 구도심과 북부 신도시가 나뉘어지고 또 길을 따라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1일 김해뉴스의 창간과 함께 김해의 구석구석을 찾아 걸으며 김해의 어제와 오늘을 얘기하기 시작한 지 꼬박 1년이 지났다. 오늘로 28번째나 되는 발걸음이건만 시내를 다 돈 것도 아니고 읍면 지역은 아직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다리도 아프고 입도 마르지만 시가지의 북부를 도는 오늘로 시내는 일단락지을 수 있겠다는 기쁨에 스스로를 격려한다.

연지공원을 북쪽으로 나서니 북쪽 김해대로의 8차선, 남쪽 금관대로의 6차선, 동쪽 구산로의 4차선이 만나는 연지2교사거리의 겨울바람이 제법 차다. 서쪽으로 앙상해진 가로수 사이에 경운산 자락이 전부 깎여 나가고 T자 점보크레인이 아파트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2006년 1월부터 6천여 세대를 목표로 경남개발공사가 조성한 구산개발지구다. 지난 5월 아파트분양이 시작됐지만 발굴조사과정에서 김해의 고대사를 풍부하게 해줄 자료가 쏟아졌다. 비탈의 청동기시대 주거지(90동)에서 왜 계통의 토기가 대량 출토돼 수로왕 등장 이전인 이미 2천500년 전에 아홉 촌장들의 구간(九干)사회가 일본열도와 교류하고 있었음이 확인되었고, 김해대로 가까운 곳에서 300t 이상의 거대한 모습을 드러냈던 국내 최대급의 구산동고인돌은 가락구촌사회의 실력을 보여 주었다. 내부조사를 거쳐 국가사적으로 지정될 예정이지만 우선은 흙으로 덮어 표지판을 세우고 잔디밭으로 보존하고 있다.
 

▲ 경운산 자락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발굴된 국내 최대급 고인돌.

구산로를 따라 연지공원역 밑 연지제1교로 해반천 건너 현대병원(2004.11, 서태혁 원장, 160병상)을 지나, 김해에서 가장 많은 갈래의 교차로 구산육거리에 이른다. 마트·한의원·농협·치과·산부인과 등에 둘러싸인 로터리는 넓이에 비해 조금 한산하다. 마트 뒤의 시내버스 종점은 128번 등의 출입으로 어수선하고, 왕비릉 가는 길 양쪽에는 국립김해박물관 뒤쪽으로 구산백조(1994.1, 800세대), 구산시영(1994.01, 450세대)아파트가, 왕비릉 뒤쪽으로 구산주공1단지(1992.12, 552세대), 구산주공2단지(1992.8, 623세대), 대동삼업(1993.1, 240세대)아파트가 있다. 북쪽의 가락로를 따라 정수탕을 지나면 오른쪽 시멘트 옹벽 위에 구산주공3단지(2000.3, 800세대), 구산주공4단지(1999.2, 503세대), 구산주공5단지(1999.2, 560세대)가 있다. 왼쪽에는 병원·학원·노래방·합기도장 등이 뒤엉켜 있는 빌딩들이 있고, 유신장미(1992.1, 171세대), 거송월드(1992.2, 154세대)아파트가 있다. 갈색 담쟁이가 말라붙은 옹벽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비탈길을 오른다. 분산서 내려오는 작은 개울과 텃밭들이 왼쪽에 있다. 저도 녹색공간이라고 조금 숨통이 트인다. 고사리손모아라는 알록달록한 유치원과 마주보고 있는 구산초등학교는 2000년 11월에 개교해 37학급 1천27명(남 529명)의 학생이 조경철 교장 이하 53명의 교직원과 공부하고 있다.
 
▲ 김해운동장 입구. 오른쪽 건물이 김해체육관이고 현판 뒤쪽 가려진 부분이 시축구단 전용구장이다.

높은 방음벽의 가야로에 막혀 왼쪽으로 가니 3층 기와지붕의 김녕김씨종친회의 임대광고가 쓸쓸하고, 한라비발디(2007.8, 749세대)가 가는 길을 가로 막는다. 막다른 길처럼 보이지만 오른쪽에 김해운동장으로 건너가는 지하통로가 숨어 있다. 은밀함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터널을 빠져나가면 왼쪽 언덕 위에 은백색의 김해체육관이 하늘에 떠 있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 민방위훈련장, 대학입시설명회로도 활용되는 모양이다. 체육관 앞 계단 위에 김해운동장이 호방하게 펼쳐진다. 개방적 느낌의 운동장은 붉은 타탄트랙에 둘러싸인 녹색잔디가 선명하고, 빨·노·파의 삼원색과 녹색의 스탠드가 화려하다. 시내 수릉원 자리에 있던 공설운동장 대신 2004년 4월에 지은 운동장으로 김해시축구단의 홈구장이기도 하다.
 
운동장의 남쪽 출구로 나서면 구산동마애불 가는 길이 있다. 왼쪽 등산로를 500m 정도 오르면 늘어선 바위 중 맨 아래의 장방형 자연석(높이 195㎝, 넓이 165㎝)에 선각으로 새긴 높이 114㎝의 불상이 북향을 하고 앉아 있다. 1979년 7월 18일에 발견돼 12월에 도문화재 186호로 지정되었다. 머리 위의 육계가 솟아올랐고 늘어진 큰 귀에 눈 코 입이 얕게 새겨진 갸름한 얼굴이지만, 넓은 어깨와 무릎으로 연꽃 위에 가부좌를 튼 모습이 강건하고 안정적이다. 가슴 위의 오른손과 왼쪽무릎에 내린 왼손 때문에 아미타불로 보이는데, 머리와 몸 뒤엔 두광과 신광을 커다랗게 새겼다. 머리 둘레는 갈아 파기로 돋을새김의 효과를 냈다. U자형으로 넓게 트인 통견 법의, 팔위 약한 옷 주름, 단판 연꽃의 앙련과 복련, 연화대좌의 간단한 선각처리 등을 보아 고려불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해에서 보기 드문 우수한 불상의 하나다. 이 골짜기를 물망골의 미륵당으로 불리게 했던 주인공이었던 모양이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등산로' 방향으로 30분 정도를 오르내리면 삼계테니스장(하드 2면, 클레이 12면)이 나온다. 게이트볼장(10면), 사격장(50라인), 인공암벽장(13m), 족구장, 농구장(2면), 인라인경기장, 야구장이 4만3천315평의 산자락 곳곳에 펼쳐져 있다. 2002년 7월에 오픈한 시민체육공원이다. 야구장 옆에는 2010년 3월에 개관한 해동이국민체육센터(수영·헬스)가 있다.
 
▲ 구산동마애불.

체육센터 이웃의 커다란 치즈조각처럼 생긴 3층 건물은 2006년 2월에 개관한 김해시장애인복지관이다. 서용규 관장 이하 26명의 치료사와 복지사·직원들이 2만 장애인의 의료·사회·직업·교육의 재활을 돕고 있다. 현대적이고 말끔한 장애인복지관이 김해복지의 밝은 미래를 밝혀주는 듯하다. 복지관 옆에서 가야대까지의 산자락에는 삼계근린공원이 산뜻하게 조성돼 있는데, 공병대주둔기념탑(2008년)과 6·25와 베트남 참전 기념비(2009년)도 있다.
 
공원 아래에 있는 4개의 초중등학교는 방형대지를 4등분해 사이좋게 등을 맞대고 앉은 품이 상자에 든 종합선물세트처럼 보인다. 2003년 3월 개교의 분성고등학교는 37학급 1천423명이 정재기 교장 이하 98명 교직원의 가르침을 받고, 2004년 3월 개교의 분성여고는 37학급 1천418명이 조영관 교장 이하 94명의 교직원과 공부하며, 2005년 3월 개교의 분성중학교는 37학급 1천311명의 학생이 이재홍 교장 이하 64명의 교직원과 생활하고, 같이 개교한 분성초등학교는 39학급 1천177명이 김호익 교장 이하 67명의 교직원과 밝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분성여고는 지난 10월 임실서 열린 전국사격대회(국민생활체육회장기)에서 1·2·3위를 휩쓸었고, 분성중학교는 독서캠프, 주인공에게 편지쓰기, 책제목맞추기퀴즈, 학부모책사랑동아리를 진행하고, 분성초등학교는 학교 숲 체험활동과 나무와 풀꽃박사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분성중 정문 앞으로 가야대로 올라가는 아스팔트 길이 보인다. 1992년 경북 고령의 가야요업대학으로 출발해 1995년 가야대학교로 되었지만 신입생모집의 난항으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전학과가 김해로 옮겨오게 되었다. 4개 대학원(일반, 도시개발, 교육, 행정), 5개 계열학부(사회과학, 사범, 재활과학, 응용생활, 보건의료), 1개 학부(자율전공)로 구성된 3천236명의 학생이 이상희 총장 이하 80여명 교수진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 동생나라 대가야(고령)가 형님나라 대가락(김해)의 품에서 다시 살아난 셈이다.
 
아래에 있는 동남정신병원(원장 김형동, 420병상)은 대성동의 실로암유치원 자리에 있다가 1986년 4월에 이전해 정신분열·치매·적응장애 등을 치료하는 전문병원이다.
 
▲ 삼계정수장(위)와 화정글샘도서관.
삼계이안아파트(2007.11, 856세대)를 지나 경전철신명차량기지를 내려다 보며 삼계정수장으로 향한다. 김해시상수도사업소(소장 이종철) 삼계정수장은 1935년 구산수원지(1200t/하루)로 상수도사업을 시작해 이제 하루 10만5천t의 수돗물을 김해시민에게 제공하게 된 중심시설이다. 1984년에 완공된 후 2000년까지 수차례의 확장과 정수처리능력 향상을 거쳐 안전하고 풍족한 물 공급에 기여하고 있다. 둥글고 모난 수조를 둘러싸고 있는 넓은 잔디밭과 드문드문 세워져 있는 붉은 벽돌의 시설들이 정갈하게 보인다.
 
정수장 맞은편에 김해의 북망산 김해공원묘원으로 올라가는 아스팔트 길이 있다. 누구나 한번은 갈 곳이지만 일상적인 삶의 공간에서는 의식하는 일이 별로 없는 세계다. 찾을 때마다 숙연해지고 겸손해지기도 하는데, 1978년부터 조성된 1만5천기의 묘소가 산비탈 여기저기를 가득 메우고 있다. 죽어서도 아파트처럼 비좁은 공간에 줄까지 맞춰 누워야 한다는 게 조금 우습고 씁쓸하긴 하지만 생전의 양택이나 사후의 음택이 별로 다를 것은 없으니 서글프게 생각할 것도 없다. 연고가 없더라도 놀이공원 열 번에 한 번 쯤은 아이들 데리고 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연중 울긋불긋한 조화천지라 좀 야할망정 무섭지는 않다.
 
묘원을 내려오면 팔각정이란 입간판의 복어요리집이 있다. 산 밑이란 위치도 그렇고, 정자란 이름도 복어와는 별로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지만 손님은 많은 모양이다.
 
생림대로를 내려와 분성마을 5단지푸르지오(2006.1, 1천72세대)를 지나면 삼계사거리다. 지금은 사거리가 되었지만 원래는 북으로 마산을 가고, 동으로 밀양을 가며, 남으로 부산을 가던 삼거리로, 예전의 동네 이름 삼거리(三巨里)도 여기서 비롯되었다. 삼거리가 삼계리로 바뀌었으니 삼계동의 시작이 여기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감분교에서 해반천을 건넌다. 신명초등학교는 2005년 9월 개교로 명형철 교장 이하 72명의 교직원이 43학급 1천356명(남 695명)의 학동과 수업하고, 독서인증제, 독서퀴즈, 북콘서트 등 '꿈나래독서' 같은 특화활동으로 꿈나무를 길러내고 있다.
 
뒤쪽 쌈지공원을 사이에 둔 삼계성당의 붉은 벽돌 성전이 아름답다. 2004년 10월 임시성전에서 첫 미사를 올렸던 삼계성당은 2006년 11월에 지금의 성전을 지었다. 김종엽 주임신부 이하 세분의 신부와 수녀가 2천773명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안내하고 있다. 초등학교 맞은편의 농협과 경남은행 북부동지점을 지나면 왼쪽에 동원로열듀크(2005.3, 646세대), 1단지아이파크(2001.11, 1천226세대), 2단지부영7차(2005.3, 952세대), 4단지한솔솔파크(2005.3, 646세대)가 아파트 숲을 이루고 있다. 삼계역(가야대입구) 너머의 삼계초등학교는 1958년 합성국민학교 삼계분교로 시작해 1963년 삼계국민학교가 되었다가 2001년 4월 여기로 신축 이전했다. 김동진 교장 이하 76명의 교직원과 42학급 1천216명(남 656명)의 학생이 함께 공부하는 유서 깊은 학교다. 이웃의 삼계중학교는 2003년 3월 개교로 31학급 1천137명 학생이 설경규 교장 이하 63명 교직원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
 
▲ 삼계정수장 맞은편에 있는 김해공원묘원.

화정마을 1단지부영5차(2003.6, 612세대), 2단지부영2차(2002.9, 570세대), 3단지부영3차(2002.8, 454세대), 5단지부영1차(2002.8, 534세대), 4단지아이파크가야(2004.8, 851세대)를 등지고 해반교를 건너 조은금강병원을 향한다. 오른쪽 동신(1994.1, 450세대)아파트와 북부두산위브(2005.9, 378세대)를 지나면 2005년 개원의 경남도립노인전문병원과 2007년 3월 진료개시의 조은금강병원과 장례식장이 비탈 위에 앉아 있다. 내과 외 17개의 진료과목, 내시경센터 외 5개의 전문센터, 당뇨클리닉 외 16개의 클리닉을 갖춘 350병상의 종합병원이다.
 
아래쪽에 명지세인트빌(2006.2, 323세대), 화정6단지부영6차(2003.7, 1천396세대)가 있고, 김해대로를 건너면 화정공원 안에 화정글샘도서관과 발굴조사된 고분유적과 열녀·효자·효부의 비석들을 모은 작은 비림이 있다. 2008년 10월 개관의 화정글샘도서관(지하 1층, 지상 3층)은 다양한 열람실과 테마별 공간배치, 메탈실버와 모스그린글래스의 조화를 이룬 세련된 외관이다. 전문봉사자와 함께하는 어린이프로그램의 어린이전문도서관과 성인교양강좌의 적극적 운영 등으로 인근 주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서관 뒤의 화정초등학교는 2003년 9월에 개교해 43학급 1329명과 2학급 48명의 유치원생이 한균 교장 이하 74명의 교직원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 해반천 맞은편에는 도서관과 비슷한 분위기의 건물이 있는데 북부동주민센터다. 2003년 9월에 왕비릉 앞에 있던 북부동사무소가 신축 이전한 것으로, 천정희 동장 이하 22명의 동직원이 2만5천36세대 7만6천866명(남 3만8천323)의 북부동(대성·구산·삼계) 주민들을 돌보고 있다. 춥고 힘이 들어 목욕탕을 찾았는데, 삼계동에 삼계탕은 없는 모양이다.





이영식 인제대학교 역사고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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