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제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조현 교수는 "호스피스는 환자 뿐 아니라 가족 모두를 돌보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예기된 죽음이나 갑작스런 죽음이나 가족들은 고통에 힘겨워 한다. 그래서 신체적 문제는 물론 정신적, 영적 문제 등까지 돌봐 주기 위해 탄생한 것이 호스피스다. 호스피스는 환자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덜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시에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삶을 결정하도록 한다. 아직은 낯설지만 국내 1호 호스피스 박사 인제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조현 교수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죽음을 정리한 사람이 죽음을 잘 받아들이죠."

조현 교수는 묘한 매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강해보이면서도 큰 눈망울 속에 사람을 빨아들이는 힘이 있었다. 호스피스와 관련된 얘기가 나오면 조목조목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고, 조 교수를 거쳐 간 환자들 얘기가 나오면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그의 얼굴엔 선함과 강렬함이 적절히 스며있었다.

조 교수는 호스피스 분야에선 국내 최고로 불릴만큼 다양한 활동을 했다. 지난 93년도에 서울대학교에서 '국내 1호 호스피스 박사'로 졸업한 이후 그 해 9월 인제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처음 조 교수가 호스피스 박사를 따려고 결심한 계기는 뜻밖이었다. 조 교수는 "당시 박사학위를 따려고 주제에 대해 고심하던 중, 우연히 신문에서 호스피스에 관한 내용을 봤다"며 "기사를 읽자마자 바로 이거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연구가 그의 인생방향을 바꿔 논 셈이다.

조 교수도 처음 호스피스에 대해 공부할 때 두려움이 컸다고 한다. 그는 "죽어가는 사람을 돌봐준다는 생각을 하니 겁이 나서 무서운 꿈도 많이 꿨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나 인연이었는지 필연이었는지 호스피스는 조 교수의 평생 직업이 됐다.

그 후로 조 교수는 관련 서적 연구는 물론 봉사활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2000년부터 호스피스 분야는 물론 보건복지, 보건의료정보까지 합쳐 펴낸 책만 20여권에 달한다. 또 지난 97년부터 지난 98년까지는 과학재단의 장학금을 받고 미국 워싱턴D.C. 조지타운대학교 메디컬 센터에서 박사 후 과정을 공부했다. 당시 조 교수는 미 의회의 후원 하에 원격진료 실시에 관한 연구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호스피스 분야의 개척자로 활동한 만큼 어려움도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호스피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었다. 사람들이 호스피스라고 하면 '간병인'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조 교수는 간병인과 호스피스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간병이 단순히 환자를 돌보는 일이라면 호스피스는 환자 뿐 아니라 가족 모두를 돌보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조 교수는 1998년부터 6년간 지자체가 운영하는 전국 최초의 호스피스센터 센터장을 맡았다. 조 교수는 "호스피스 센터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으며, 당시 홈페이지에도 호스피스와 관련된 방대한 자료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2005년 호스피스센터는 문을 닫았다. 대신 호스피스는 보건소 관할로 바뀌게 되었고, 조 교수는 인제대학교 평생교육원에 호스피스 전문가 과정을 설립했다. 또한 전국 최초의 대학생 호스피스 동아리도 만들었다. 현재 호스피스 전문가 과정은 조 교수가 2005년 평생교육원 원장을 그만두면서 유명무실해졌지만 여전히 동아리는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지난 3일엔 호스피스 동아리 '마지막 잎새'와 인제대학교 보건과학정보연구소가 중심이 돼 호스피스 음악회도 열었다. 조 교수는 "지난해에도 자선 주점을 통해 8명의 환자들에게 도움을 줬다"며 "올해도 모금을 통해 걷힌 성금을 도움이 필요한 말기환자들에게 전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호스피스 동아리는 이 외에도 매달 노인요양병원, 장애인복지관 등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호스피스제도 확대는 민간차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조 교수는 제도 확대를 위해선 호스피스를 공공의료의 틀 안에 정착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조 교수는 "민간 병원은 적자 때문에 병동을 만들지 못한다"며 "가톨릭의대 부속병원 등이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고 있지만 환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호스피스 제도는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조 교수는 "개인이 이끄는 자원봉사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호스피스 센터 건립을 위해 열심히 뛰려고 한다"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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