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민제 씨가 신어천 산책로에서 자신의 반려묘 ‘바보’를 안고 있다.

 반려묘 '바보' 키우는 안민제 씨
 피부병 치료 위해 야외활동 시작
"행복한 일상 오래 지속되길"



"제 반려묘의 이름은 '바보'입니다. 특이하죠? 보통은 사람들이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고양이를 데리고 다니니까 신기하게 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젠 저도 동네에서 '바보 아빠'로 통하곤 하죠."

김해 삼방동에 거주하는 안민제(37) 씨는 자신의 반려묘 '바보'(5달·암컷·코리안숏헤어)를 품에 안은 채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고양이의 이름이 '바보'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이름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반려동물의 이름치고는 흔하지 않은 데다가 자칫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 씨는 "단순히 바보같아서 이름을 '바보'라고 지었다. 나만의 애정표현이기도 하다. 그만큼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뜻"이라며 "이름이 특이하니까 사람들에게 더 잘 기억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바보야!”하고 부르자 뒤를 돌아보는 ‘바보.’

 안 씨와 바보는 지난 4월께 처음 만났다. 바보는 창원에서 동물활동가에 의해 구조된 유기묘였다. 당시 바보는 구조된 후 고양이 분양 사이트에 등록돼 주인을 기다리는 상황이었고, 우연히 이를 접한 안 씨가 입양을 위해 창원으로 가서 바보를 직접 데리고 왔다.

처음 데려왔을 당시 바보는 '피부사상균증'(링웜·곰팡이균에 의해 발생하는 피부질환)에 걸려 있는 상태였다. 이 병에 걸린 고양이는 약물치료, 털·피부 등의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 발병 부위를 햇볕에 노출시켜 일광욕을 시켜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때문에 안 씨는 바보의 피부병을 호전시키기 위해 바보와 함께 신어천의 벤치에 앉아 일광욕을 하곤 했다. 이렇게 꾸준히 야외 활동을 해주자 피부의 상태는 점차 좋아졌다. 현재 바보의 피부 질환은 거의 나은 상태다.

야외활동에 적응하자 바보는 길고양이 마냥 신어천 일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작은 고양이가 목줄도 하지 않은 채 신어천 산책로를 활보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동네 주민들의 관심은 바보에게 쏠렸다. 이제는 산책로를 걸으며 마주치는 사람마다 이들에게 "바보 안녕~", "바보 아빠, 반가워요"하며 살갑게 인사를 건네곤 한다.

안 씨에게 고양이를 왜 밖에 데리고 나오느냐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간혹 있다. 그는 "고양이는 개와 달라서 주인이 주변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신뢰가 있거나 그 공간이 안전하다고 느낄 때 안정감을 가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고양이가 실내에 있는 것"이라며 "나와 바보는 함께한 시간이 아직 오래되진 않았지만 깊은 유대감으로 연결돼 있다. 그래서 바보도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씨는 동네에서 자신이 '바보 아빠'로 통하지만 기분 좋은 관심의 일부로 생각할 뿐, 자신을 '아빠'와 같은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바보는 서로의 삶과 생활을 공유하는 '인생의 동반자', 말 그대로 '반려'동물이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바보와 함께 산책하고 저녁을 먹는 것이 행복한 일상이 됐다"며 "앞으로도 바보와 함께 오랫동안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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