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의 백남전 씨가 엽총을 들고 멧돼지의 소리가 나는 곳을 주시하고 있다. 이현동 기자


사냥개 4마리에 위치추적기
 엽사와 함께 수풀 헤치며 수색
 2시간 만에 암컷 1마리 포획
"위생적 사체 처리 방법 고민"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산의 주범인 '멧돼지와의 전쟁'이 전국적으로 본격화됐다. 김해시에서도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단' 인원을 30명에서 50명으로 늘리고 포획수당을 2배 인상하는 등 돼지열병확산·시민피해 방지를 위한 포획활동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피해방지단 소속 엽사들이 올해 김해 지역에서 포획한 멧돼지는 총 210여 마리에 이른다. 하지만 멧돼지가 밤에 마을로 내려와 밭과 농장을 엉망으로 만들고 주민들을 위협하는 등 피해 신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김해 지역 멧돼지 피해신고는 총 319건이 접수됐다.
 
지난 2일에도 상동면 대감리 대감마을의 한 딸기밭을 멧돼지가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딸기밭 주인은 "아침에 밭에 나가보니 난장판이 돼있었다. 먹이를 찾으러 온 것"이라며 "한 두 번이 아니다. 돼지열병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잡아야한다"고 말했다.
 
3일 오전 7시, 주민신고를 받은 피해방지단 단원 백남전(64) 씨와 함께 피해현장을 찾았다. 밭 곳곳에 멧돼지가 파헤친 흔적과 발자국이 선명했다. 인근에 있는 빌라와 약 10m 떨어진 곳에도 멧돼지가 남긴 흔적이 보였다. 백 씨는 "밤에는 민가와 매우 가까운 곳까지 내려온다. 자칫하면 인명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백 씨는 멧돼지 사냥개인 '멧견' 4마리를 차에 태우고 도봉산의 입구로 향했다. 실탄이 장전된 사냥용 엽총도 들었다. 산중턱에 오르자 멧견들은 여기저기로 뿔뿔이 흩어졌다. 개들은 목에 위치추적기를 달고 수색을 했다.
 
멧돼지를 찾기 위해서는 냄새를 쫓아 가장 먼저 짖는 소리로 신호를 보내는 '선두견'의 역할이 중요하다. 나머지 멧견들은 선두견의 소리를 듣고 멧돼지의 뒤를 쫓아 엽사 쪽으로 몰고 오는 역할이다.
 
20여 분이 지나자 선두견의 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백 씨는 "섣불리 움직여선 안 된다. 선두견이 짖는 것은 멧돼지를 발견하여 다른 멧견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다. 4마리가 모두 짖을 때 소리가 나는 쪽으로 빠르게 움직여야한다"고 설명했다. 잠시 기다리자 4마리가 동시에 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 때 수풀 사이로 대형 멧돼지 한 마리가 도망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러나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는 "멧돼지가 사람이 있는 것을 눈치 채고 이동경로를 바꿔 도망갔다. 영리한 녀석"이라며 아쉬워했다.
 
이후 약 1시간 정도 도봉산 일대를 계속 수색했다. 멧돼지가 잠을 자기 위해 땅을 파놓은 자리, 나무에 몸을 비벼 나무껍질이 벗겨진 자국 등 곳곳에 여러 마리가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흔적이 보였다.
 
 

▲ 3일 백 씨가 포획한 야생멧돼지.



산을 돌아다니던 중 백 씨가 "수 십 미터 앞에서 멧견 한 마리가 가만히 서 있다. 뭔가 이상하다. 왜 그런지 알아봐야겠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중 갑자기 수풀을 헤치면서 무엇인가 빠르게 내려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멧돼지였다. 백 씨의 엽총이 세 번 총성을 울렸다. 총에 맞은 멧돼지가 힘을 잃고 쓰러졌다. 그는 "멧견이 가만히 있었던 이유가 멧돼지와 대치 중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백 씨는 산을 내려가기 위해 포획한 멧돼지에 끈을 묶고 옮기기 시작했다. 그는 "환경부에서는 돼지열병 확산방지 차원에서 멧돼지를 포획현장에 즉시 매몰할 것을 독려한다. 하지만 그만한 깊이의 구덩이를 파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 장소도 마땅치않다"고 말했다.
 
김해시 수질환경과 관계자는 "포획한 멧돼지는 땅에 묻는 방법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포획자가 사체를 개별처리하고 있다"며 "최대한 위생적이고 효과적으로 처리할 방법을 찾기 위해 환경부·경남도와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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