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권 시인이 자신의 세 번째 시집이자 ‘노동’을 주제로 한 서정시집인 ‘땀의 채굴학’의 한 부분을 읊고 있다. 이현동 기자

 세 번째 시집 '땀의 채굴학' 발표
 노동의 가치·사회문제 등 조명
"투쟁보단 사랑으로 접근해야"



"나는 사용당하는 자/ 마르지 않을 것처럼 젖는다/ 유령처럼 반짝인다/ 일단의 유니폼이/ 찜질방을 직조한다/ 땀은 보수라네/ 지극히 적극적인"
 
김용권(58) 시인이 '수지도를 읽다', '무척'에 이은 자신의 세 번째 시집 '땀의 채굴학'을 최근 발표했다. 1~3부에 걸쳐 총 60편의 시가 책에 담겼다. 김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땀과 노동'이다. 전해수 문학평론가는 김 시인의 시를 "삶·노동·시가 일직선에 놓여 구분이 불가한 상태, 삶이 노동이고 노동이 시여서 다시 시가 삶을 비추는 서정시"라고 평가했다.
 
김해 시민인 김 시인은 동서식품에서 33년 간 근무했고 올해가 정년이다.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직장을 다니고 경제활동을 하며 돈을 벌지만 '노동'이라는 가치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남들과는 달랐다.
 
김 시인은 약 20년 전 노동시를 처음 쓰며 시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다만 그의 시는 노동을 주제로 한 '일반적인 노동시'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에 시선을 고정해 서정적이고 은유적인 시를 써내려갔다.
 
당시 사회는 노동자들이 고용안정·임금인상·복리증진 등 원하는 가치를 쟁취하기 위해 자본가와 맞서 싸우고 투쟁하던 시기였다. 김 시인도 파업에 여러 번 참여했다. 이러한 격변의 시기를 몸소 겪으면서 김 시인은 노동자의 삶과 이들이 마주한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
 
그는 "극단적이고 전투적인 노동자들의 태도를 보며 '이래선 안 된다. 남는 것은 사회적 공멸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싸움과 투쟁이 아닌, 상생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 사랑·감성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노동자를 비롯한 소시민들의 삶이 배척당한다면 결국 사회는 양분화 될 것이다. 소시민들의 삶과 그 안에 담긴 애환을 조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시인으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던 김 시인은 노동자의 입장에서 희망적인 내용을 담은 시를 꾸준히 써왔다. '시인으로서의 땀과 노동'이 한 곳에 응집된 결정판이 바로 '땀의 채굴학'인 것이다.
 
그는 "노동시이지만 최대한 밝고 희망찬 내용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글로써 우리 사회를 변화시켜보고 싶었다"며 "이번 시집 발표 이후 평단의 반응이 좋아서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땀의 채굴학'은 시집의 이름이기도 하면서 하나의 개별 작품이다. 노동의 상징인 '땀'을 '채굴'이라는 표현에 녹여냈다. '땀을 채굴하는 행위'는 곧 '보수'를 얻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인간 삶의 질을 높이는 것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그에게 있어 노동은 무엇보다 신성한 가치다.
 
그는 "찜질방에서 흘리는 땀과 노동을 하며 흘리는 땀은 같은 땀이지만 근본적으로 무게와 의미가 다르다. 유니폼은 사회적 형식·제도·규범을 나타내는 상징적 소재"라고 설명했다.
 
김 시인은 본인의 시를 두고 "은유와 비유가 확실히 나타나고 의미가 살아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대표적으로 '임플란트'라는 시는 고용·해고를 당하는 노동자를 임플란트에 비유했으며 '기마무사'는 오토바이를 타고 광고명함을 뿌리는 사람을 풍자한 시다. '왜가리'는 환경파괴를 주제로 쓴 시다.
 
그는 "노동은 신성한 것이다. 힘들게 땀 흘리는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싶었다. 이들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하지만 아직 대한민국 사회 속 노동자들의 현실은 비참하다"며 "더울 때 덥게 일하고 추울 때 춥게 일하는 사람들의 노고를 감사하게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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