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오후 시민들이 김해 조만강 인근 노지를 찾아와 차박·캠핑을 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최근 김해시가 하천길 입구에 볼라드를 설치했지만 이곳으로 통하는 다른 길이 있어 실효성이 없는 상태다. 이현동 기자

코로나19 여파 비대면 여행 각광 
김해 조만강·딴섬 등서 캠핑 기승
지정된 장소 외에는 과태료 대상
화재·사고위험, 하천오염 우려도



"쓰레기 잘 치우고, 뒷정리만 잘하면 상관없는 것 아닌가요?"
 
포근한 날씨가 이어진 지난 17일 오후. 가족들과 함께 김해 조만강변 인근 공터에 나와 '차박'(자동차에서 잠을 자고 머무르는 형태의 야영 방식)을 하던 조 모(34) 씨가 이 같이 말했다. 인근에는 조 씨처럼 이곳에 캠핑을 하러 온 가족단위의 시민들이 약 50명 있었다. SUV 등 차량도 약 20대가 주차돼 있었다. 차 뒷좌석을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으로 개조하거나 간이 텐트를 친 후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예 대형 텐트를 세우고 고기를 구워먹거나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조 씨는 "사람 많은 곳에 가기에는 아직은 불안하다. 캠핑을 할 수 있는 노지를 찾다가 이곳에 오게 됐다. 넓고 탁 트인 '꿀 자리'라 그런지 생각했던 것보다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가볍게 고기와 맥주를 먹으려고 왔다. 안전하게 불 관리를 하고, 환경 정리도 잘하고 가면 이 정도는 괜찮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 조 씨와 같이 언택트(비대면) 형식의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TV나 유튜브 등 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차박이 유행이다. 차량을 이용한 야영이기 때문에 시설 입장료 등 별도 비용이 들지 않고 원하는 곳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점, 타인과의 접촉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에 감염병 확산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는 점이 인기요소다. 
 
하지만 지정된 장소 이외에서 행해지는 모든 캠핑·차박 행위는 불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휴일마다 많은 시민이 차박·캠핑 여행을 떠나고 있어 사고 위험, 환경 파괴 등 여러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하천법 제46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하천에서 야영행위, 취사행위, 떡밥 등 미끼를 사용해 하천을 오염시키는 낚시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뒷정리를 잘 하는 것과는 별개로 캠핑을 하는 것 자체가 불법행위다. 지정된 장소 이외의 곳에서 캠핑을 하다 적발될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김해의 경우 조만강이나 생림면 딴섬 인근 노지가 차박 장소로 인기가 많다. 공식적으로 등록된 장소는 아니지만 시민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많이 알려졌다.  
 

▲ 대형 텐트·차량용 그늘막을 활용해 캠핑을 하고 있는 모습.


노지에서 캠핑을 하는 시민들이 늘자 김해시는 지난 7월부터 불법 캠핑 단속 횟수를 늘리고 꾸준히 계도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조만강에는 하천 쪽으로 차량이 내려가지 못하도록 길 입구에 볼라드를 설치했다. 하지만 반대편 야구장 옆의 샛길로 차량이 들어올 수 있어 사실상 볼라드는 의미가 없는 상태다. 또한 현재로서는 안내문이나 현수막 등 캠핑 금지를 알리는 시설물도 전혀 설치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불법 캠핑을 단속하기에 법적으로 애매한 부분도 있다. 차에서 잠을 자거나 머무르는 형태의 야영 방식을 차박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단순히 차를 주차한 후 안에서 쉬거나 취사를 하지 않고 음식을 먹는 행위는 규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낚시도 강물을 오염시키는 떡밥을 사용하지 않고 인공떡밥을 사용한다면 단속 대상이 아니다. 
 
김해시 하천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불법 캠핑·취사·낚시 행위 단속반 출동 횟수를 늘렸다. 다만 한 번 적발됐다고 해서 바로 과태료를 부과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1차 경고를 받으면 철수하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단속반이 자리를 뜨면 다시 캠핑을 한다"며 "결국 시민의식이 중요하다. 하천 오염이나 쓰레기 문제에 대한 의식도 마찬가지다. 지정된 장소에서 캠핑을 즐겨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고캠핑(www.gocamping.or.kr)을 활용하면 공식 등록 캠핑장을 확인할 수 있다. 김해의 경우 생림오토캠핑장, 가야랜드달빛야영장 등 5개 캠핑장이 공식 등록돼 있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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