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 생협 추재경 이사장이 공정무역을 통해 수입되는 유기농 설탕 '마스코바도'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장바구니가 세상을 바꿉니다." 여기 세상을 바꾸겠다는 보통 아줌마들이 있다. 김해생활협동조합 조합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생활협동조합은 생활에서 일어나는 각종 일들을 협동의 힘으로 해결하자는 취지를 가진 사회운동단체다. 우리나라에선 1970년대 후반 생겨나 소비자의 권리의식 확대와 함께 꾸준히 성장해 왔다. 현재는 농업을 살리기 위한 친환경 먹을거리 운동부터 대학 구성원의 복지 향상을 위한 운동, 지역문제를 생각하는 운동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사회운동이라고 하니 무겁게 느껴지지만 조합원들은 대부분 평범한 주부들이다. 조합 활동이란 것도 친환경 유기농 식품을 저렴하게 구입해 먹는 것이 전부다. 가족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겠다는 행동을 사회운동이라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추재경(사진) 김해 생협 이사장은 단호한 입장을 드러냈다. 추 이사는 "생활 속의 작은 선택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며 "주부들이 단순히 개인의 이익을 위해 유기농 제품을 사용할 뿐이라 해도 결론적으로 농민생활의 안전과 자연환경 보호에 기여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사실 추 이사가 생협을 접하게 된 것도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였다. 8년 전 당시 4살이던 추 이사의 첫째 아이가 아토피를 심하게 앓았다. 유기농 식단이 아토피에 효과적이라는 말을 듣고 인터넷을 통해 생협을 찾았다. 하지만 당시 김해엔 생협이 존재하지 않았고, 부산이나 다른 지역은 지리적 여건으로 꾸준한 이용이 불가능했다.
 
추 이사장은 직접 김해에 생협을 꾸리기로 결심하게 된다. 처음엔 단순히 아이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사업이 생각 외의 호응을 얻으면서 조합원 2천여 명의 지역 단체로 성장하게 됐다. 일은 점점 복잡해졌다. 위원회를 꾸리고, 실무를 위해 회계 같은 수업도 들어야 했다. 상대적으로 아이에게 신경 쓸 시간이 줄어들었다. 애초의 목적이 상실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 이사는 생협을 떠나지 않았다. 지난 8년간의 활동이 추 이사의 생각을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개인적 이익을 위한 선택일 뿐이지만, 활동을 통해 사람들은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자신의 선택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직접 느껴가면서 말입니다."
 
추 이사의 철학은 삼계동에 위치한 '자연드림' 식품 매장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생협의 자본으로 운영되는 자연드림 매장은 친환경 유기농 제품 판매를 원칙으로 한다. 소비자는 일반 소매시장과 비슷한 가격대에 질 좋은 먹을거리를 접할 수 있다. 또 판매 상품 가지 수가 다양해 선택의 폭도 넓다. 주부들의 호응은 폭발적이다. 자연드림 매장이 오픈하자 생협에 가입한 조합원 수가 몇 배로 뛰어올랐다. 추 이사의 주장대로라면 윤리적 소비가 늘면서 세상이 좀 더 좋아진 셈이다.
 
올해로 김해 생협의 '자연드림'이 문을 연 지 만 1년이 된다. 참여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아직 해결해야 될 과제도 많이 남아 있다. 추 이사는 김해 생협이 진정한 사회단체가 되기 위해선 자신과 같이 생협을 통해 사회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사람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이사장 임기는 한달 남았다. 하지만 그는 이사로 생협에 남아 세상 모든 주부가 윤리적 소비를 하는 그날까지 활동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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