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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따라오던 세상 시름도 장척 맑은 계곡물에 씻겨버리고(20)상동면 도봉산과 장척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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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2.06.12 11:07
  • 호수 78
  • 12면
  • 최원준 시인/문화공간 '守怡齊수이재' 대표(report@gimhaenews.co.kr)

   
▲ 장척계곡. 시원한 물줄기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하다.  사진/최산·여행전문가 tourstylist@paran.com
평야지대인 김해에서 상동면은 유명 산군을 거느리고 있는 대표적인 산악지대이다. 북으로는 무척산, 금동산, 석룡산이, 남쪽으로는 신어산, 장척산, 도봉산 등이 김해의 근간을 이루며 상동면을 감싸 안고 있다. 그 중 도봉산(棹棒山·348m)은 장척마을의 수호산으로, 장척계곡을 끼고 흐르며 푸근한 산세를 형성하고 있는 상동의 안산이다.
 
이번 산행은 장척계곡 주차장을 시작으로 장척마을회관, 장척소류지 앞 도봉산 이정표, 솔안농원식당 오른쪽 산길을 들머리로 해서, 임도 오른쪽 끝 지점 안부, 도봉산 정상, 나무계단 등산로로 하산하여 장척계곡까지 둘러보는 코스다.

상동면사무소 사이로 흐르는 내동천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장척계곡의 물소리 찰박찰박 들린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밤꽃 특유의 아릿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장척계곡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찻길을 오른다. 칡이 벌써 새파랗게 물이 올라 덩굴을 아무에게나 들이대며 달려든다. 개망초꽃 작은 망울도 수줍게 피어올랐다.
 
장척마을로 들어서면서부터 각종 여름 꽃들이 지천이다. 원추리가 노란 꽃들을 다투어 피워내고, 그 옆 금계국도 코스모스 모양의 노란 꽃을 한창 피우고 있다. 산 아래서 도봉산을 보니 몸집은 작아보여도 경사가 깊고 단단해 보인다. 도봉산은 장척마을의 전면에 우뚝 솟은 마을의 수호산.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산돼지가 시내로 내려오는 형상(산저하계형)을 하고 있어 자손이 풍요로운 명당이라고 한다.
 
도봉산 자락으로 산딸기 밭이 계속 펼쳐진다. 딸기 파는 원두막에서는 몇몇 아낙네들이 한가로이 잡담을 하고 있다. 장척마을은 이맘때 쯤이면 산딸기로 마을 전체가 온통 빨갛다. 마을의 큰 소득원인 산딸기를 마을 전체가 수확 중에 있다. 마을 사람들 마음마저 발그레 부풀어 오르는 계절이다. 잘 익은 산딸기 하나 따서 입에 넣으니 온 입안이 달콤하고 향기롭다.
 
부드러운 바람도 좋고 마을도 깨끗하고 집들도 모두 잘 생겼다. 집집마다 뜰 안에는 매실, 보리수 열매 등속이 조랑조랑 열렸다. 마을의 풍요가 눈으로 보이는 듯하다. 보리수 열매 한 입 씹으니 시큼하다. 금방 침이 가득 고인다.
 
길을 오를수록 산딸기 밭은 더 붉고 수확량은 많아지는 것 같다. 이름마저 정겨운 장척공판장을 지나 하늘을 가득 담고 있는 장척소류지까지 오른다. 소류지 오른쪽 솔안농원 간판이 보이고, 그 앞에 도봉산 0.7km 진등산 2.2km 이정표가 서있다. 그 뒤로 도봉산이 뒷짐지고 서 있다.
 
오르는 길가로 밤꽃냄새 자욱하다. 오가피나무, 매실, 산딸기, 포도나무가 한창 제 몸 추스르며 알알이 열매를 맺고 있다. 농원 강아지가 사람을 따라오며 깡깡 짖어댄다. 곧이어 분성배씨 선산 앞. 거대한 소나무들이 길을 내어주며 나그네를 맞이한다.
 

   
▲ 도봉산 들머리 금강송의 모습이 위풍당당하다.
농원 입구. 길 따라 질경이 풀이 줄줄이 나있고, 5m 정도 크기의 뽕나무가 길 옆에 버티고 섰다. 그 나무그늘 아래로 오디열매가 새카맣게 떨어져 있다. 엄나무 밭을 끼고 오른쪽으로 도봉산 들머리가 보인다. 들머리 입구의 금강송 한 그루, 붉은 몸매 드러내며 위풍당당하다. 수미산 길목을 지키고 서있는 금강역사 같다.
 
아늑한 산길이 펼쳐지고, 그 길 따라 꿀풀과 산초나무가 군데군데 흐드러졌다. 무덤이 하나둘 편하게 누워있고, 그 사이로 새로이 푸른 옷 갈아입은 억새들이, 벌써 사람 키만큼 웃자라 바람에 몸을 기대고 있다. 엉겅퀴 꽃과 싸리나무 꽃도 마지막 봄의 기운을 만끽하고 있다.
 
재령이씨 가족묘 입구. 이정표가 서 있다. 도봉산 0.3km 진등산 1.8km를 가리키고 있다.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들자마자 급경사가 시작된다. 소나무 숲이 터널을 이루고, 까마귀 한 마리 크게 우지진다.
 
잠시 오르자 제법 넒은 임도와 만난다. 지금은 임도의 기능을 상실했는지, 길 중간 중간에 큰 나무 등속들이 웃자라고 있다. 기존 등산로를 버리고 임도를 따라 오른쪽 산허리를 돈다. 한참 나뭇가지를 젖히며 가다보니, 어디선가 향긋하면서도 싸한 냄새가 바람에 실려 온다. 가만 보니 큰 산초나무 몇이 새끼를 쳐 산초나무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던가 보다.
 
그 옆으로는 돌복숭아 나무들이 눈깔사탕만한 복숭아를 달고 한참을 키우고 있다. 산초열매를 입에 넣고 계속 길을 걷는다. 산초열매의 알싸한 맛에 입 안이 얼얼해질 때쯤 임도가 끝난다. 임도 끝에는 깊은 계곡이 있고, 왼쪽으로 정상을 향한 작은 길 하나 보인다.
 
그 길로 오른다. 서서히 산의 전망이 열리기 시작한다. 오른쪽으로 신어산 능선, 왼쪽으로는 장척산 능선이 일필휘지로 펼쳐져 있고, 그 중간에는 생명고개로 가는 산길이 꾸불꾸불 실타래 펼치듯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산 아래에는 간벌작업을 하는지 벌목하는 전기톱 소리가 요란하다.
 
   
▲ 장척마을의 수호산인 장척산.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산돼지가 시내로 내려오는 형상을 하고 있어 자손이 풍요로운 명당이라고 한다.
본격적인 오름세. 갑작스런 급경사에 당황하며 길을 오른다. 굵은 모래흙과 참나무 낙엽들로 인해 오르는 길은 더욱 열악하다. 서너 발 오르고 한두 발 미끄러지는 형국이다. 네 발로 기듯 오르며, 서 있는 나무란 나무는 다 붙잡고 기대어 가며 산을 오른다.
 
스러진 나뭇가지와 참나무 낙엽을 밟으니, 걸을 때마다 버썩버썩 아우성들이다. 희미한 길들이 끊어질 듯 이어지고 있다. 된비알 길은 한 발 딛기도 힘들다. 사람 길과 짐승 길이 교차하며, 사람 마음과 짐승 마음이 어우러져 산에서 노니는 것이다.
 
악전고투 끝에 도봉산 정상(348m)에 오른다. 정상 벤치에 앉아 가쁜 숨을 잠시 고른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정상을 둘러본다. 사방은 나무숲으로 가려져 조망은 없다. 정상석도 없어 정상인지 모르고 여느 능선처럼 지나치기 쉽겠다. 그저 바윗돌 두어 개와 굴참나무 두어 그루 무심하게 서 있다.
 
그래도 나뭇잎은 싱그러운 연두색을 띠고, 그 나뭇잎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투명한 햇살은 솔바람과 함께 서로를 희롱하고 있다. 그야말로 절정의 봄날이 가고 있는 것이다. 주체할 수 없는 봄날을 기리며, 가져온 와인 한 잔 입에 머금는다. 입 안으로 퍼지는 온갖 과일향이 그득하다. 자연에서 음미하는 와인은 더욱 풍미가 깊고 맛이 세련됐다. 나뭇잎들이 사그락대고, 나비 한 마리 와인 병 주위를 맴돈다.
 
   
▲ 도봉산 정상. 사방은 숲에 가려 있고 정상석도 없어 자칫하면 능선인 줄 알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한참을 정상에서 머물며 유유자적하다가 슬슬 길을 내린다. 올라왔던 된비알의 길을 버리고 참나무 계단의 등산로로 하산을 하는 것이다. 이리 돌고 저리 휘며 길을 내린다. 한참을 조심조심 내려오다 보니 아까 만났던 임도를 다시 만난다. 길은 다시 이정표를 지나 호젓하고 여유로운 소나무 길로 접어든다.
 
산에서 내리는 길은 언제나 푸근하고 여유롭다. 다시 내려올 길을 올라갈 때와 원래의 자리로 내려갈 때는 한 사람의 마음인데도 느낌이 다르다. 콧소리까지 흥얼거리며 내려온다. 뽕나무 그늘 밑에서 오디도 주워 먹고, 쫄랑대며 따라오는 강아지를 얼루기도 하며, 산딸기 수확하는 촌로들과 말을 섞기도 한다. 촌로가 건네는 산딸기 맛이 유월의 붉은 햇살 맛이다. 마을 길 따라 도봉산도 나그네를 배웅하고, 신어산은 나그네 몸을 식힐 냉천의 물길 하나 내어준다.
 
처음 출발했던 장척계곡으로 다시 돌아온다. 초여름의 날씨에 온몸이 땀범벅이다. 구름다리 건너서 장척계곡 밑으로 내려간다. 계곡의 물소리가 가슴까지 서늘하게 한다.
 
   
▲ 도봉산 아래 마을은 온통 산딸기로 붉게 물들었다.
장척계곡은 울창한 삼림과 기암괴석들로 경관이 수려하고 수량이 풍부해, 김해의 대표적 여름 피서지로 꼽힌다. 신어산 동봉 골짜기에서 흐르는 깊고 맑은 계곡물은 한여름이라도 발을 담글 수 없을 정도로 차갑고 시원하다.
 
그 장척계곡으로 들어선다. 오리나무의 연두색 잎이 햇살에 비쳐 영롱하다. 참나무 낙엽들이 계곡 물소리에 쌓여 바스락댄다. 낙엽을 밟으니 멀리 산새소리 들리고, 나뭇가지 스치는 소리가 청아하다. 계곡으로 더욱 깊이 들자 갑작스런 적막감이 젖어든다. 떡갈나무 사이로 옅은 햇살이 비치고, 그 사이로 한적한 오솔길이 길게 끊길 듯 이어진다.
 
계곡에 앉아 물소리에 몸을 씻는다. 씻긴 몸은 물소리가 되고 바람소리가 된다. 고개를 들어 나무 위를 보니 소나무 가지 끝을 타고 머루덩굴이 제 살 길을 내고 있다. 벌써 쌀알만 한 열매를 달고 있다. 조용히 계곡 물소리를 듣는다. 귀가 환히 열린다. 사위가 불현듯 고요해진다.


   
 





최원준 시인/문화공간 '守怡齊수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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