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야초등학교 UCC동아리 회원들이 교실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해맑게 웃고 있다.

"레디, 액션!"
 
모두가 돌아간 김해시 외동 가야초등학교의 운동장. 영화 촬영 시작을 알리는 감독의 야무진 구호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슬레이트가 '탁' 소리를 내며 내려간다. 배우들의 연기가 시작된다. 남자주인공 표정이 심상찮다. 오늘 해야 하는 연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덩달아 카메라 감독이 심각해진다.
 
여느 영화 촬영장 못지 않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여기는 가야초등학교의 UCC동아리. 평균키 160cm미만의 초등학생들이 모여 영화를 만들고 있다. 회원 전원이 13살 미만이지만 어리다고 얕잡아 봤단 큰일 난다. 이들은 직접 소재를 발굴하고 대본을 쓰고, 어려운 영상장비까지 척척 다룬다.
 
얼마 전 동아리의 첫 작품 '신비로운 부채는' 경남 인터넷 방송에서 주최한 '넷포터(인터넷리포터)양성교육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부도지사님이 잘했다고 악수해주셔서 손 안 씻으려고 했어요"라며 당시 수상소감을 전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아이지만 촬영에 들어가면 눈빛이 달라진다. 송성복 담당교사는 "여기 모인 친구들은 다들 5대 1이라는 치열한 오디션 경쟁률을 통과했어요. 열정이 대단합니다"라고 자랑한다.
 
가야초등학교 UCC동아리는 올 3월 개설됐다. 5,6학년만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했는데 150명이나 지원했다. 학교 측은 어리둥절했다. 방과 후엔 각종 학원을 순례하느라 어른 보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학생들이 방과 후 활동에 흥미를 가질 것이라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UCC동아리 개설을 제안한 김배일 교장은 가야초등학교를 '오고 싶은 학교', '재밌는 학교'로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김 교장은 "학교에 재미 있는 일이 많아지고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학교에 참여하면 학습능률은 저절로 올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김 교장의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실제 동아리에서 감칠맛 나는 조연을 맡고 있는 진영(12)이는 학교를 싫어하던 어린이였다. 공부만 하는 게 지겨웠기 때문이란다. 그런 진영이는 몇 번의 도전 끝에 UCC 동아리에 들어와 몰라보게 변화됐다. "매일매일 학교에 오고 싶어요. 선생님도 너무 좋고, 학교가 너무 좋아요"라는 진영이는 학교에 갈 생각만 해도 설렌다고 한다. 성적도 덩달아 쑥쑥 올랐다.
 
동아리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소통하는 법도 자연스럽게 배운다. 혁진(12)이는 말썽꾸러기였다. 학교에 불만이 가득했고 친구들과 좀처럼 어울리려 하지 않았다. 혁진이는 UCC동아리의 첫 작품 '신비로운 부채'에서 남자주인공을 맡았다. 뙤약볕 아래 몇 번씩 반복되는 지겨운 촬영 스케줄에도 혁진이는 짜증 한 번 내지 않았다. 후속작품을 위해 내면연기를 연구 중인 의젓한 혁진이는 이젠 동아리 친구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남자주인공이다.
 
UCC동아리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지원자가 많이 늘었다. 송성복 교사는 내년엔 정원을 늘릴 계획이다. 더 많은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꿈을 꾸며 넓고 크게 자라고 있었다.
 
똑 소리나는 여자 감독 하은(13)이는 말한다. "어떤 감독님이 제게 영화는 무엇이냐 물으셔서 제가 경험할 수 없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꿈을 꿉니다. 외교관이 되고 UN사무총장이 돼서 세상에 우뚝 서는 꿈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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