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기 문학평론가
차민기 문학평론가

고대로부터 토지제도는 위정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오늘날과 같이 화폐가 활성화 되지 못한 상황에서 왕족, 귀족층의 생계를 보장해주고, 왕권 창출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공신들에 대한 논공행상은, 오로지 토지에 의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지배층의 사회 윤리관을 공고히 하기 위해 여성의 정절에 대한 포상이 확대되었고, 분배가 느는 만큼 토지에 대한 위정자들의 고민도 더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근대 이후로도 땅이 일반 민중의 보편적 재화로 기능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한된 땅덩이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인구 탓에, 이리저리로 내몰린 빈민들은 도시 변두리를 전전하며 평생 문패 하나 새기지 못한 채 가난을 물려야 하는 세월이 길었다. 그때 우리에게 '주택복권'은, 변변찮은 벌이의 서민들도 온 가족의 보금자리를 꿈꿀 수 있었던 간절함이었다. 건국 이래 단 한 번도 '땅의 수혜자'일 수 없었던 서민들이 비로소 땅에 대해, 집에 대해, 구체적인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80년대 이후, 우리의 주거 문화가 아파트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아파트는 '주택복권'의 다른 이름이 되었다. 어지간한 월급쟁이의 수입으로는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수십 억대 아파트를 미성년자가 몇 채씩 소유하는가 하면, 아이를 등교시킨 뒤의 가정주부들이 '커피 타임'을 이용해 수억대 아파트를 앉은 자리에서 사고팔며, 남편 연봉의 몇 배를 순식간에 벌어들이기도 한다. '부린이', '줍줍이', '초품아', '몸테크', '상투', '뚜껑', '칼질', '설겆이' 등, 온 나라에 불어닥친 부동산 광풍을 반증하듯이 부동산과 관련된 낯선 용어들이 일상 여기저기에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일터에서조차 직급, 연령, 미혼, 기혼을 가리지 않는다. 돈이 되는 정보다 싶으면 아낌없이 밥을 사고, 술을 사가며 정보 구걸에 목말라 한다. 혈연보다 더 절실한 것이 '부동맥(부동산 인맥)'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니.
 
이 와중에 온 나라가 LH발 폭풍에 휩싸였다. 편법을 이용한 공무원들의 부당 이득 행태에서 느끼는 일반 국민들의 상실감과 분노는 오래 갈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의 삶터를 위한 정책 실현에 힘써야 할 집단들이, 오히려 국민을 내몰아 얻는 이익의 최대 수혜자가 된 셈이다. 심지어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다니련다...꼬우면 니들도 우리회사(LH)로 이직하든가...'라는 뻔뻔함은 이 땅의 대다수 공직자들을 공공의 적으로까지 돌려 놓았다.
 
이런 사회분위기 조성에 우리의 책임은 없는지 돌아볼 일이다. 온갖 편법을 활용한 위정자들의 부정에는 여야가 따로 없고, 중앙과 지방이 따로 없어 보인다. 이익 앞에서 한 통속이 되었다가, 또 금세 서로 등을 돌리기 일쑤다. 관의 수장이 이런 잇속에 따라 몸 바꾸기와 말 바꾸기에 능한 자라면, 그 관민들의 삶이 어찌될지는 불 보 듯 뻔한 일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인을 찾기 힘든 현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리고 가려서 온 국민이 투표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금이라도 나은 공직자를 우리 삶터에 앉혀 부리는 것이, '나'를 위하고 '이웃'을 위하고, '우리 모두'를 위하는 가장 분명한 일인 까닭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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