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기 문학평론가
차민기 문학평론가

'헐~', '대박!', '쩐다'...등은 최근 우리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감탄사들이다. 한 때 청소년층의 은어로 통용되던 이 단어들은 이제 세대를 막론하고 두루 쓰이는 말로 둔갑했다. 불과 십수 년 전만 하더라도 욕설처럼 인식되던 'X 팔린다'는 말은 이제 거의 일상으로 자리잡아 버렸다.
 
현재까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우리말 감탄사는 대략 900여 개다. 다른 나라 언어에 비해 감탄사가 많이 발달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민족의 정서가 세심하고 다채롭게 발달되어 왔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이 다른 감탄사들이 언제부터인가 '헐~', '대박!', '쩐다' 등의 몇몇 감탄사들로 두루뭉술하게 뭉개지고 있다. 심지어 공중파 방송들조차 근거를 알 수 없는 감탄사들을 무분별하게 씀으로써 우리말의 근간을 파괴하는 데 오히려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언어 현실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은 학생들의 언어 습관이 당장의 학습 능력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과거엔 일상의 언어와 교과서의 언어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설혹 아이들만의 언어가 은어처럼 쓰였다 해도 어른들의 규범적인 일상어 범주를 넘어서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일상에서 부모 세대와의 대화 속에서 규범적 언어를 습득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따라서 활자 매체를 읽어내는 아이들의 이해력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그러나 세대가 바뀌면서 청소년 은어 속에 성장한 세대들이 어른이 되고 또 부모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한때 그들이 청소년 시기에 썼던 은어들이 일상어로 자리잡게 되었다. 거기에 요즘 청소년층은 다시 어른 세대들과 구별 짓기 위한 그들만의 은어를 사용함으로써 우리말의 뒤틀림은 한층 심해졌다. 여기에 더해 스마트폰, 컴퓨터 등의 디지털 매체들의 발달과 확산은 순화되지 않은 언어들을 급속도로 전파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이제 청소년층의 은어는 어른들의 문법적 언어 범주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러한 언어 환경 속에서 길러진 아이들을 교육 현장에서 만나다보면 당혹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욕설에 어원을 두고 있는 말을 욕설인지도 모른 채, 선생 앞에서 또는 부모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이런 까닭에 교과서에 수록된 규범적 언어와 아이들의 일상 언어의 격차는 어느 순간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여기에 책을 읽지 않는 상황까지 겹치니 그야말로 학생들의 어휘 수준은 세계적인 나랏말을 가진 국민이라고 하기엔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지경이다.
 
우리 생활 전반을 뒤덮은 무분별한 외래어, 외국어들의 오남용은 제쳐 두고서라도 우선 우리말의 고유한 결을 헤치는 말들부터 가다듬어 볼 일이다. 아이들이 가끔 욕설인지도 모른 채 내뱉는 말들에 대해선 누구든 단호하게 꾸짖고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 앞에서 의식적으로 규범화된 언어를 사용하도록 늘 마음을 써야 한다. 가정은 가장 근본적인 교육 현장이다. 옛 어른들이 말의 예법을 중요하게 여긴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올해 김해지역에 새로운 박물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일제강점기 목숨을 걸고 나랏말을 지키기 위해 애썼던 환뫼 이윤재 선생과 눈뫼 허웅 선생을 기리기 위한 한글박물관이 그것이다. 이 공간이 단순히 과거를 기리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헝클어진 나랏말을 아래서부터 가다듬는 살아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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