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대협동조합 허은 이사장이 향후 봉리단길 모습의 청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이현동 기자
봉황대협동조합 허은 이사장이 향후 봉리단길 모습의 청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이현동 기자

 

 2017년부터 김해서 카페 운영
 각종 문화행사 중단에 아쉬움
"현 상황에 맞게 문화행사 시도"



"지금이야 봉리단길이 김해 대표관광명소 중 한 곳으로 꼽힐만큼 활기 넘치는 동네가 됐지만, 5~6년 전만해도 정말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빈민가가 따로 없었죠. 반드시 제 힘으로 이 동네를 살려내고 싶었습니다."
 
가야의 거리, 대통령의 길, 허왕후 신행길 등이 포함된 '김해9길'(걷고 싶은 길)은 시의 대표 자랑거리다. 이와 함께 이제는 봉리단길도 빼놓을 수 없는 김해의 명품 길이 됐다. 각종 카페·식당·공방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주말이면 이곳을 찾는 시민·관광객들로 젊은 기운이 거리 곳곳에 가득하다. 
 
봉리단길은 예전엔 '장유가도'로 불렸다. 약 30년 전에는 장유로 가는 버스가 하나 밖에 없었고 그 버스가 지나갔던 길이 지금의 봉리단길이다. 현재 정식도로명은 '봉황대길'이다. 2019년 8월 변경됐다. 

현재 봉황대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허은(68) 이사장은 당시 봉황대길이라는 명칭을 최종 결정했던 도시재생협의회의 회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장유가도라는 명칭은 지리적으로 이곳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또 전국적으로 '~리단길'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유행하면서 차별성을 두기 위해 봉황대길이라는 이름을 결정했다"며 "젊은 사람들은 봉리단길이라고 부르더라. 이젠 이 이름이 더 익숙하다"고 말했다. 
 
김해 출신인 허 이사장은 타지에서 생활하며 생업을 이어오다 2015년께 자신이 어릴 때부터 살던 동네인 봉황동으로 돌아왔다. 낙후된 동네를 바라보며 그는 어떻게 지역에 다시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했다.
 
그 첫 발을 뗀 것이 현재 그가 운영하고 있는 카페다. 2017년 5월 오픈했는데, 봉리단길에 가장 먼저 문을 연 카페이기도 하다. 이제는 김해시민이든 타지역 관광객이든 봉리단길에 오면 한 번은 들러야 할 장소로 입소문이 났다. 카페 장사가 잘 되면서 그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제2의 봉황동 르네상스'가 한낱 꿈이 아닌 진짜로 가능하겠다는 희망이었다. 하지만 혼자서는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다.
 
그는 자신의 뜻을 이해하고 도와줄 이들을 하나둘씩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지원군은 멀리 있지 않았다. 그가 운영하는 카페 근처에 있는 상인들이 "봉황대길을 다시 살려보자"는 취지에 동참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만든 것이 봉황대협동조합이다. 2019년 12월 설립됐다. 현재 허 이사장과 이사진 9명 등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도시재생과 봉황동 발전을 위해 주민들이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협업하기 위해 꾸려진 단체다. 하지만 조합 설립 직후 코로나19가 터졌다. 계속 확산된 탓에 아쉽게도 지금은 조합 활동이 잠정 중단돼 있는 상태다. 
 
코로나19 이전의 봉황동에는 다양한 문화행사가 끊이지 않았다. 음악회, 버스킹, 연극공연은 물론 '리마인드웨딩'(결혼한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다시 결혼식을 올리는 행사)도 열리곤 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현재는 모든 것이 멈췄다. 상대적으로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적은 이곳 주민들은 봉황동이 예전과 같은 모습을 되찾길 희망하고 있다. 
 
허 이사장은 "주민들의 호응이 좋았는데 아쉽다. 여러 사람이 모일 수가 없으니까 어쩔 수 없다"면서도 "다만 이제부터는 코로나 상황에 맞춰 문화행사를 시도해볼 생각이다. 카페 앞 공터를 활용해 갤러리를 만들어 전시회를 할 예정이고 작은 음악회나 시립합창단 초청 공연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옛날 동네 색깔이 유지되는 가운데 각자만의 개성을 가진 가게들이 봉리단길에 점점 늘어나고 있다. 현재까지는 거대 자본이 이곳에 유입되지는 않았는데, 크고 거창한 가게·건물이 들어서는 것보다는 작고 아기자기한 모습을 유지하고 싶다"며 "지금 같은 모습을 간직하면서 옛 정취와 추억, 정감이 살아있는 포근한 봉리단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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