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란 김해여성의전화 대표
김미란 김해여성의전화 대표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불법촬영으로 경남에서 검거된 범죄는 2018년 173건에서 2019년 197건(13.9%↑), 2020년 206건(4.6%↑)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3년 적발된 도내 불법 카메라 촬영 장소는 화장실이 135건(25.5%)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달 22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협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 A 씨에 대한 2심이 우리 지역에서 있었다. 피고는 항소심 결심 공판에 앞서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촬영이 가져올 엄청난 비난과 처벌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이를 범한 것은 스스로 제어하기 힘든 성적 충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교육자로서 품성과 자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학생에게 학습윤리를 지도하고자 노력해야 함에도 지키고 보호해야 할 나이 어린 학생들과 동료 교사를 상대로 범죄를 저질러 용서받기 어렵다"고 밝히며 피고 A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 씨는 지난 2017년 학교 체육관 화장실과 2019년 수련원, 2020년 학교 여자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기소됐다.
 
그가 범죄를 준비하고 있을 때, 우리 아이들은 그저 하루 중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보통의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의 범죄 대상은 여성에서 청소년으로, 범죄 현장은 학교 등 공공영역으로 좁혀지고 구체화 됐다.
 
이번 선고로 피고는 3년형을 받았지만 우리에게 남은 건 그저 불안한 일상이다. 고쳐쓰고 바꾸면 되는 것이다. 고장난 가로등, 움푹 패인 도로, 불법쓰레기 투기 등은 재정비하면 되지만 이 문제는 다르다. 우리에게 남겨진 불안한 일상은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누군가 몰래 나의 신체를 촬영할 것 같고, 나를 주시하고 있는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오롯이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일까.
 
TV나 언론에서 나오는 수많은 불법촬영 성범죄 사건들을 접했지만 지금까진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역에 그리고 내 주변에서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더 이상 다른 세상,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님을 피부로 느낀다. 가해자는 잠시 사라졌지만 일상을 살아가야 할 우리는, 또 언제 어디서 어떻게 불법촬영 성범죄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매번 의심하고 확인해야한다. 심리적 압박감으로 일상이 불안하다.
 
사회가 변화되어 갈수록 범죄는 다양한 방법과 방식으로 더 집요해지고 악랄해진다. 특히 불특정다수에게 이루어지는 불법촬영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고 해결을 위한 사회적 각성이 필요하다.
 
불법촬영이 개인의 욕망과 욕구를 채우는 간단한 도구가 아니라 명백한 범죄임을 교육하며 불안한 일상을 사회와 국가가 안전한 일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3년이 지나 그가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세상은 변해 있을까. 그땐 긴장하고 있는 삶의 몫이 우리가 아니라, 범죄를 저질렀던 그가 긴장하며 살아가야 하는 사회로 변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부터 '디데이(D-Day·시작)'!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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