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알아? 우리 아직 태어난 지 1만 일도 안 됐어. 우리가 못할 게 뭐가 있어! 지금 초등학교 들어가도 마흔 전엔 대학 졸업한대. 그러니까 하고 싶은 일, 모두 해봐!" 
 
나이 때문에 도전하기를 망설이는 친구들에게 전도하듯 하는 말이다. 올해 초, 대학교 동기들과 '2021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허심탄회한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의견을 크게 나누었을 때 '제 나이에 맞는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자'와 '방향만 옳다면 늦더라도 자신만의 속도에 집중하자'로 구분됐다. 나는 후자에 의견을 더했다. 무언가를 하는 데에 있어 '늦음'이란 없다는 걸 최근에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10대 학생들은 대학진학만을 바라보고, 20대 초중반엔 취업을, 20대 후반엔 결혼을 생각한다. 또 30대엔 자녀계획을 세우고 부모가 되는 것을 인생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 또한 마찬가지 생각을 했었다. 대학원 진학을 앞둔 지난해 초, 새 출발을 한다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들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거나 보기 좋은 스펙을 쌓는 나이인데, 다시 학생이 된다는 이유 때문에 답답함도 느껴졌다.
 
그러나 대학원 수업을 듣고, 주변을 둘러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 다니는 대학원에서는 25살인 내가 가장 어리다. 50대도 있다. 입학 이전에 했던 생각과는 달리 이곳의 대학원생들은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환경의 '학생'들이 서로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공부하고 있다. 서로 존중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같이 공부하는 한 대학원생은 '나이에 맞는 삶'을 고민하는 내게 "배우고 싶어서 왔는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조언해 주기도 했다.
 
그의 말을 듣고 생각이 많아졌다. 그때부터 내 안의 나이에 대한 강박을 깨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나 자신을 어떠한 박스 안에 밀어 넣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내 속도에 맞춰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는 게 인생이라는 생각을 했다.
 
과거 떠올렸던 24살 쯤 학교 졸업, 29~30살 쯤 결혼, 31살 쯤 부모가 되는 생각들. 그 시간들 중에 온전히 나를 알아가기 위한 시간은 얼마나 될까? 꼭 어린 나이가 마냥 좋은 것도 아니며, 많은 나이가 장애물은 아니다. 어린 나이는 무슨 일이든 도전할 수 있는 패기를 가졌고, 많은 나이는 어떠한 곡절이 와도 유연하게 넘길 수 있는 삶의 여유와 노련함을 가졌다. 
 
탈무드에는 한 나그네와 마부의 일화가 소개된다.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이다. 탈무드의 이야기처럼 이제는 뿌리 깊게 내재된 '나이에 대한 강박관념'을 없애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일률적인 속도에 맞춰 살아가는 게 아니라 각자의 속도에 집중하는 게 좀 더 옳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가슴에 새겨지는 요즘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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