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FC 김신 장내아나운서가 팀 승리를 염원하며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이현동 기자
김해FC 김신 장내아나운서가 팀 승리를 염원하며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이현동 기자

 

 8년째 경기장의 목소리 역할
 선수들 소개멘트 직접 짜기도
“에너지 전달 책임감 갖고 있어”



"김해FC! 박성우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습니다! 남은 시간 역전을 위해 우리 김해FC 선수들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지난 21일 오후 7시 김해운동장에서 열린 김해시청축구단(이하 김해FC)과 부산교통공사의 2021 K3리그 10라운드 경기. 부산의 간판 스트라이커 최용우의 선제골로 인해 김해FC의 패색이 짙던 후반 45분, 김해 수비수 박성우의 왼발 슈팅이 부산의 골망을 갈랐다. 
 
숨죽여 경기를 지켜보던 김해FC 김신(52) 장내아나운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김해FC 파이팅"을 외치며 관중들의 응원을 독려했다. 추가시간이 5분이나 주어진 데다 동점골 분위기를 타면 역전까지도 가능하다는 믿음에서였다.
 
 아쉽게도 더 이상의 추가골은 나오지 않았고 경기는 그대로 1-1 무승부로 종료됐다. 
 
김 아나운서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해는 김해FC의 성적이 썩 좋지 않아 매 경기 한골 한골이 소중하다"며 "우리 선수들에게 경기 중에 김해시민들을 대신해 응원과 격려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보내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이 막중하다"고 말했다. 
 
김 아나운서는 봉황초·김해중·김해고를 졸업한 토박이 김해시민이다. 학창시절부터 가졌던 꿈은 연극배우였다. 실제로 끼도 넘쳤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 앞에 나서 말하기를 좋아했고 군인 시절에도 행사가 있을 때면 사회자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김 아나운서는 부산극동방송 라디오 진행경력 4년, 경남CBS 라디오, 포항CBS 라디오 '정주행' 진행 등의 경력을 갖고 있다. 김해FC 장내아나운서는 2014년부터 맡았다. 올해 8년차 베테랑 아나운서다. 이벤트컴퍼니 '광장'도 운영하고 있다. 
 
구단의 장내아나운서로 일하기 전에도 그는 열정적인 축구팬이자 김해FC의 팬이었다. 그런 그는 김해FC 장내아나운서 역할이 어쩌면 그 어떤 일보다도 자신의 '천직'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김 아나운서는 "코로나19 때문에 회사 운영도 어려운데, 돈을 좇았다면 축구단 장내아나운서 일은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김해시와 김해FC에 대한 사랑, 그리고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감사하게 일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과 유대감을 쌓고 각자의 특징을 파악한 후 내가 직접 만든 소개멘트로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이름을 외치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해FC는 K3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관중 수(약 1000명)가 가장 많기로 유명하다. K리그2 경기보다 관중이 많은 경우도 간혹 있다. 그렇기 때문에 김 아나운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관중들의 응원 열기를 북돋고 선수들에게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 장내아나운서의 핵심 역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수·구단 관계자들은 김 아나운서의 진행이나 응원멘트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데 큰 도움이 되고, 곧 경기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입을 모은다. 
 
장내아나운서로 일하며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 그는 역시 지난 시즌 K3리그 우승의 순간을 꼽았다. 특히 두 번의 좌절 끝에 경주한수원을 꺾고 챔피언 왕좌를 차지했기 때문에 기쁨은 두 배가 됐다. 
 
김 아나운서는 "스포츠로 김해의 위상을 최고로 드높인 역사적인 우승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구단의 장내아나운서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어깨가 으쓱해지곤 했다"며 "김해시민들에게도 홈경기가 있는 날에는 꼭 한 번쯤은 경기장을 찾아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직관해보시길 권하고 싶다. 유럽축구 못지않게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볼 수 있다. 김해시민들은 김해FC에 자부심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여러 일을 병행하고 있지만 다른 일보다도 장내아나운서만큼은 구단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끝까지 맡고 싶다. 내 삶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김해FC의 이름을 크게 외칠 것"이라고 소망했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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