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김해뉴스 독자
이지은 김해뉴스 독자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은 누구나 왕왕 주고 받는다. 취미는 누군가의 성향이나 라이프 스타일을 잘 드러내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취미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일상에 재미를 더해준다는 데에 있어서 건강한 삶의 필수요소이기도 하다.
 
나에게 명확한 취미가 생긴 지는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취미의 필요성을 최근 들어서야 절감했다.
 
수다 떨기, 맛있는 음식 먹기와 같은 1차원적인 것 말고 활동적이고 생산적인 취미를 꼭 만들고 싶었다. 오죽하면 지난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취미 만들기'였다.
 
어릴 적 배웠던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고자 호기롭게 전자 피아노를 샀다. 굳어버린 손과 뇌 탓에 악보 보기가 어려웠고, 결국 두 달 만에 팔아버렸다. 어느 연예인의 취미를 따라 리코더를 사기도 했다. 밤마다 리코더를 불고 있자니 이웃에겐 소음공해인 것 같아서 관뒀다.
 
서핑을 즐기는 친구를 따라 해수욕장으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몇 번 타다 실수로 보드를 놓쳐 깊은 바다에서 물을 많이 먹었다. 주변 서퍼들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나온 이후로 오히려 트라우마가 되었다. 직장인 브이로그가 유행이라는 시류에 따라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기도 했다. 가만히 앉아서 몇 시간씩 편집 툴을 다루자니 업무처럼 느껴졌고 좀이 쑤셨다.
 
모두 이런저런 이유로 지속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흥미를 못 느낀 탓에 지속할만한 열정이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회사 선배들을 따라간 스크린 골프장에서 별안간 열정이 치솟아버렸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되,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 만들어가는 스윙. 스포츠 매너까지 선보인 선배들이 빛나 보였고 그 기억에 매료되어 나도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드디어 정착할 취미가 생긴 순간이었다.
 
더욱이, 필드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 시원하게 살랑이며 땀을 식혀주는 바람, 동반자들과의 소소한 농담.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환경에서 장렬히 휘두른 샷의 타구음을 들으면 노동의 스트레스가 함께 허공으로 흩어지는 듯한 쾌감을 느꼈다. 매일 퇴근 후 연습장에서 스윙을 익혀가는 시간도 즐겁다. 쭉쭉 늘어가는 비거리에 성취감도 느끼는 덕분에 활력이 생겼다.
 
나는 요즘 그린 피를 벌기 위해 회사를 다닌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업무 중에 기분이 상하다가도 '이따 연습장 가서 다 후려버리자. 좀만 참자'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어르고 달랜다. 라운딩 일정을 잡고 나면 그 날만을 고대하며 하루하루 버텨낸다. 소풍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로 나에게 취미란 일종의 '도피처'이다. 취미에 몰두하는 동안 모나고 뾰족한 생각들은 흐려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소멸되는 것이다.
 
주변 지인들은 내게 말한다. 푹 빠질 수 있는 취미가 있다는 게 부럽다고. 그 말의 의미를 잘 안다. 노동이나 관계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하는 취미가 없는 삶은 얼마나 무료하고 건조한지를. 취미가 있음에 감사한 요즘이다.
 
모두가 취미를 가졌으면, 자신만의 도피처를 건설해두었으면 한다. 한 번 사는 인생 더 알차게 힘차게 살기 위해!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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