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정 김해뉴스 독자
정희정 김해뉴스 독자

디지털 교도소는 살인, 아동학대, 성범죄 등 강력범죄자들에 대한 신상정보가 공개되었던 사이트다. 2020년 3월 N번방 피의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며 네티즌들에게 큰 지지를 받고 규모를 키우기 시작했다. 
 
운영자는 악성 범죄자들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껴 신상 공개로 사회적 심판을 받게 하고, 피해자들을 위로하려는 목적으로 사이트를 개설했다고 했다. 하지만 디지털 교도소가 지인능욕 가해자로 지목한 대학생이 억울함을 호소하다 사망하고 N번방 가해자로 신상이 공개된 교수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결백을 밝히는 사건이 이어지며 사적 보복에 대한 논란이 계속됐다.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는 지난해 9월 베트남에서 검거돼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이 사건은 디지털 교도소를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여기는 순기능과 무죄 추정의 원칙과 사법체계를 붕괴시키는 역기능 등 다양한 목소리들이 대립하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디지털 교도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불분명한 공개 기준이다. 2018년에 개설된 양육비 지급 촉구 사이트 'Bad Fathers'는 양육비 미지급 시 신상을 공개한다. 이 사이트의 신상 공개는 개인 비방이 아닌 양육비 지급 촉구를 위한 공익적 활동으로 판단돼 문제 되지 않았다. 디지털 교도소가 공익을 고려했다면 최소한 번복이 불가능한 유무죄가 가려진 사건에 대해서만 신상을 공개했어야 한다. 또 이러한 사적 제제는 권력 집단이 악용할 가능성이 있어 시민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디지털 교도소 사건으로 알 수 있는 점은 현재 많은 시민들이 강력 범죄에 대한 형량 조정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적당한 처벌의 수위 양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전까지는 디지털 교도소와 같은 사건들이 계속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형량 조정을 위한 국민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우선 국민들이 피해자들과 심리적으로 연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갈수록 SNS를 통해 온라인상으로 자기표현을 할 기회들이 매우 활발해졌다. 전파가 빠르고 영향력이 큰 SNS의 장점들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우리는 피해자들과 연대할 수 있다. N번방 사건 당시 인스타그램에서 게시물에 #N번방_사건_이슈화, #N번방_가해자_강력처벌 등 관련 해시태그를 달아 사건을 공론화시키는 'N번방 챌린지'가 이어졌다. 또 정인이 사건 당시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대한 아동학대방지협회가 제안한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고 엄청난 진정서가 접수됐다. 이렇게 우리의 작은 노력들이 사회에 매우 크게 작용할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법정 모니터링을 활발히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피해자와 함께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N번방 사건 당시 강력 처벌 촉구시위 팀 'eNd'는 전국 방방곡곡 가해자의 재판을 쫓아다니며 모니터링했고 '디지털 범죄아웃(DSO)'는 판사 42명과 함께 디지털 성범죄 가해 수법의 특징과 처벌의 한계를 논의했다. 재판부가 독립적인 판단을 내리지만 재판정에 많은 시민들이 문제를 공유하고 문제인식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을 피력한다면 양형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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