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복싱의 미래'로 불리는 서민제 선수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이현동 기자
'한국 복싱의 미래'로 불리는 서민제 선수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이현동 기자

 

 한국 복싱 사상 첫 9체급 석권
 상대 따라 기술 자유자재 구사
 어릴 적부터 복서 재능 타고나
“내달 세계 무대서 실력 뽐낼 것”



"예나 지금이나 제 꿈은 변함 없어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이 세계적인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거죠.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최고가 되고 싶어요." 
 
김해 출신 복싱선수 서민제(19) 선수가 한국 복싱 역사상 최초로 9체급을 석권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썼다. 앞으로 10체급 석권은 물론 그 이상의 기록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향후 4~5년 안에 세계제패도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서군은 '한국 복싱의 미래'로 평가받고 있다.
 
서 선수는 지난 15일~20일 충남 청양군민체육관에서 열린 2021전국종별복싱선수권대회에서 60㎏급에 출전해 우승,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한 모든 경기를 기권승(상대선수가 타올을 던져 기권)과 판정승(5:0)으로 승리함에 따라 이 대회 최우수 선수상도 함께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서 선수는 중학생일 때 출전한 중등부 38㎏, 42㎏, 46㎏, 48㎏, 50㎏급과 고교생일 때 출전한 고등부 49㎏, 52㎏, 56㎏급을 포함 9개 체급을 모두 석권하게 됐다. 김해시복싱협회 한 관계자는 "한국 복싱역사에서 다시 나오기 힘든 대기록"이라며 "복싱역사에서 최초인 것은 물론 전 종목으로 범위를 확대해도 9체급을 석권한 기록은 없는 것으로 안다. 정말 대단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 선수는 인파이팅, 아웃복싱 등 상대에 따라 다양한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그야말로 '만능형 복서'다. 특히 요즘 대세로 떠오르는 스타일인 '커버복싱'(양팔로 상대 공격을 방어해가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방식)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기술 뿐만 아니라 순간 스피드, 센스, 폐활량 등 복싱선수로서의 자질을 타고났다는 평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의 노력은 빛을 발했다. 서 선수는 평소 체중이 58㎏가량으로 라이트급이다. 이 체급 선수들의 평상시 체중이 60㎏ 중후반대인 것을 감안하면 서군의 체격은 작은 편이다. 그럼에도 서군은 타고난 기술과 체력으로 매 경기 상대를 압도하며 금메달을 땄다. 
 
현재 경남체고 3학년인 서 선수는 삼계초·분성중을 졸업했다. 또래 아이들보다 유난히 체격이 작았던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에게 자주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서 선수의 아버지 서동신(50) 씨는 아들이 운동과 친해졌으면 하는 바람에 자신이 운영하던 복싱체육관에 아들을 자주 데리고 갔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서 선수가 복싱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아버지 서씨는 "아들에게 친구랑 스파링 한 번 해보라며 링에 올려보냈는데, 민제가 압도적으로 그 친구를 이겨버렸다. 당시 민제는 복싱을 눈으로만 봤을 뿐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었던 반면 상대는 복싱을 제대로 배우고 있었던 학생이었다"며 "그 모습을 보고 복싱코치들까지 깜짝 놀랐다. 민제가 복싱에 타고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복싱을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아버지에게 복싱 기본기를 배워가며 성장한 서 선수는 중학교 진학 한 달만에 '2016 전국종별신인선수권대회' 38㎏급 우승·최우수선수상 수상을 시작으로 중등부 5체급, 고등부 4체급을 석권했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4년째 복싱 청소년국가대표로도 활약 중이다. 
 
이런 그에게도 힘든 시련이 있었다고 한다. 솔직히 복싱이 힘들어서 도중에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서 선수는 "어릴 때는 훈련이 너무 힘들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지금은 아버지가 좀 쉬어가며 하라고 해도 제가 훈련이 재밌어서 글러브를 낀다"며 "고등학교 1학년까지 같이 운동했던 이은규, 박병호, 박성현 친구들도 복싱을 계속할 수 있게 큰 동기부여가 돼줬다"고 말했다. 
 
또 "2019년 전국체전에서 '누구랑 경기해도 다 이길 수 있다'는 집념으로 대회에 임했었다. 당시에는 자신감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니 '자만'이었다. 한 경기를 이긴 후 다음 경기에 져서 대회에서 탈락했다”며 "그 이후 정말 많이 반성했다. 항상 그때 기억을 떠올리며 자만하지 말자고 되새기고 있다. 그때의 패배가 아주 쓴 약이 된 셈"이라고 했다. 
 
서 선수는 다음달 두바이에서 열리는 아시아유스선수권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세계를 무대로 자신의 실력을 시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는 "김해는 외국인이 많아서 체육관에 취미·운동삼아 복싱을 하러 오는 외국인이 많다. 그 덕분에 외국인을 상대로 스파링을 한 경험이 많아 외국인을 상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좋은 성적을 내고 돌아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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