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수필가
김경희 수필가

장거리를 다녀오면 들숨을 크게 쉬는 버릇이 있다.
 
이 오래된 습관이 생긴 것은 김해평야가 펼쳐진 진풍경 때문이다. 봄이면 청보리가 익어가고 가을이면 나락이 출렁거린다. 그 냄새들은 구수한 어머니 향기를 소환해 준다.
 
그래서 요즘도 주로 들길을 이용한다. 젊은 날 넓은 평야의 아련한 추억을 만나고 싶어서이다.
 
김해 출신인 필자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우리 김해의 모습에서 부정적 요인과 긍정적인 요인으로 만감이 교차한다.
 
먼저 긍정적인 요인을 열거하자면 지면이 차고 넘친다. 내 고장 김해는 금관가야와 철갑 기병을 탄생시켰고, 철기문화를 발전시킨 유서 깊은 도시이다.
 
수로왕릉, 봉황대, 구지봉, 노무현 대통령 생가, 진례 도자기, 가야테마파크, 연지공원,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해반천, 경전철, 문화의 전당 등 곳곳에 풍부한 문화유산과 새롭게 단장한 문화시설이 문화탐방 도시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으로 쇠퇴한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은 봉황동 봉리단길에 카페가 생겨 사람들의 발길로 생동감이 넘친다.
 
어디 그뿐인가. 도심에 우뚝 선 연지공원은 저녁을 마치고 느슨하게 산책을 나온 시민들에게 삶의 안식처가 되어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주말과 주일에 가벼운 나들이 코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가 있다. 문화의 거리와 문화의 전당은, 가끔 고즈넉한 거리를 산책하고 수준 높은 공연을 보면 감성이 꿈틀거리게 한다.
 
김해는 문학의 시원지다. 고대가요인 구지가가 국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 아닌가. 독서대전을 비롯한 다양한 인문 강좌는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고 문화시민의 수준을 격상시키는 계기가 되어 준다.
 
이처럼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정적인 부분도 눈에 띈다.
 
문화예술 행사 때마다 다채로움과 김해만의 특색이 풍성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해마다 비슷한 장르의 행사들을 치름으로써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시민들로부터 빈축을 산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무대공연도 매번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에 국한되지 않았으면 한다.
 
수준 높은 공연을 위해 전문가가 무대를 펼쳐야 관객의 호응도도 높고 문화도시에 걸맞기는 하겠지만, 아마추어들의 설 자리를 늘리고 그들의 역량을 키워서 전통을 이어가는 것도 한편으론 퍽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 도시의 가치와 수준은 문학이라고 한 어느 연사의 강의가 생각난다. 55만 명이 넘는 인구에 비해 문학관이 없는 것은 부끄러운 현실이다. 물론 문학의 작품 수준은 문인들의 몫이지만, 그에 발판이 되어주는 것은 위정자들의 관심과 후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김해에 사는 것이 자랑스럽다. 품격 있는 도시, 윤택한 도시, 문화도시로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는 행복한 시민임이 뿌듯하다. 전통을 간직한 도시인 우리 김해가 문화유산과 문화예술로 우뚝 서는 고장이 되길 소망한다.    김해뉴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