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상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유방외과 교수
김구상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유방외과 교수

10여 년 전 이른바 '웰빙'이 트렌드이던 시절이 있었다. 잘 먹고 잘 쉬고 행복하게 건강하게 살자는 것으로, 그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먹거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휴식·레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하였으며 그런 흐름은 현재의 워라밸 ['일(work)과 삶(life)의 균형(valance)']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소득의 향상은 '못 먹던 시절'을 '좋은 걸 찾는 시절'로 바꾸어 놓았고 이러한 관심은 건강한 먹거리를 찾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한국사회는 지난 100여 년 동안 급격한 사회 변화를 겪으며 ‘의식주’로 대변되는 일상에도 상당한 서구화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런 서구화로 인해서 유방암의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육식 위주의 식습관, 빠른 초경과 늦은 폐경, 저출산, 환경호르몬, 운동부족 및 비만 등이 유방암의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다. 그러다 보니 과거의 한국 전통의 먹거리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는데 그 중에 첫 번째는 바로 건강식품위주로 집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인 콩제품이다.
 
콩은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며 슈퍼푸드로 인정받을 정도로 우리 몸에 이로움이 많고 여러 가지 조리 방법을 거쳐 두부, 두유, 된장, 간장, 콩기름 등 다양하게 변형되어 우리의 식단에서는 빼놓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유방암전문의 입장에서는 콩제품이 유방암의 예방이나 재발을 막는데 도움이 되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받게 되는데, 이는 유방암의 경우 2/3 정도가 호르몬수용체 양성인 암(루미날 타입의 유방암)으로 콩에 풍부한 식물성 에스트로젠인 이소플라본이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우려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동안 이소플라본과 유방암관의 상관관계를 본 연구에서는 유방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다소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별상관이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었으나 실제로 유방암의 고위험군인 대상집단을 통한 연구는 없었는데 얼마 전 BCRT(Breast 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유방암 연구와 치료. 2020.11) 학술지에 그 결과가 출판되었다. 한국인 유전성유방암연구(KOHBRA, Korean Hereditary Breast Cancer Study)를 통하여 구축된 코호트를 이용한 유병률 연구로 1. 유전성유방암 유전자인 BRCA1/2 돌연변이가 있는 보인자 2. 가족성유방암의 병력이 있는 보인자가 아닌 구성원 3. 젊은 유방암 환자(40세 이하)를 대상으로 하여 유방암의 루미날 타입과 삼중음성타입에 따라 과연 예방효과가 있을 것인지를 분석했다. 결론은 BRCA2 돌연변이가 있는 루미날 A타입의 유방암에서 86%나 위험도를 감소시키며 그 예방효과가 의미 있었으며, 유방암가족력이 있는 가족성유방암의 루미날 A타입 유방암에서도 73%의 위험도 감소 효과가 확인되었다.
 
또한 BRCA1 돌연변이가 있는 그룹에서 삼중음성유방암의 예방효과는 91%까지 위험도를 감소시켰고 가족성유방암의 경우에도 81%나 위험도 감소의 효과를 보였다. 이 효과는 이소플라본을 날마다 고용량 드신 대상자에서 나타난 효과인데 여기서 정한 고용량은 15.5mg/day (보통 두유 한팩이 12mg정도, 두부 한모가 50mg 정도) 으로 실제로 BRCA1/2 돌연변이가 확인된 분들 중 그 가족에서 진행된 검사에서 확인되었으나 유방암이 발생하지 않은 보인자분들이 이소플라본을 드시면서 얻는 이익이 있을 것이고, 가족 중 유방암환자가 있으나 본인은 정상인 분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이소플라본 섭취가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를 공동연구자로 참여하여 진행한 필자로서는 한국인 유전성 유방암연구에 참여한 전국의 40여개의 병원과 의료진들 그리고 3000명이 넘는 고위험군 대상자의 코호트를 만드는 과정인 10여 년 세월동안 많은 분들의 노력이 중요했고 어렵게 만든 코호트니 만큼  다양한 식이습관이 실제 유방암과 발병과 관련 있는지에 대한 추후 결과들도 그 뒤를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루에 두유 한팩 반정도나 두부 1/3정도로 얻을 수 있는 유방암의 예방효과로는 가성비로 따져서 이보다 더 좋을 게 별로 없으니 맛있게 슈퍼푸드 콩을 즐기는게 좋을 듯 하다. 오늘 저녁은 따끈한 된장찌개에 두부를 건져먹고 싶은 날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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