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민 김해뉴스 독자
강수민 김해뉴스 독자

그리움이란 뭘까. 혹자는 '사랑하는 존재를 향해 나아가는 영혼의 에너지'라고 표현한다. 나에게도 그리움의 대상이 있다. 바로 고향인 김해다. 더 정확히는 김해에서 만날 수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취준생 시절. 취업사이트에서 구인 회사 목록을 보던 중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회사를 발견했다. 그런데 내 고향인 김해와 멀리 떨어져 있는 울산광역시에 회사가 위치했다. 그렇다고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몇 번을 망설인 끝에 '타지생활을 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자동차로 불과 1시간 거리였지만 나에게는 집과 떨어진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충격이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쉽게 볼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당시 1년 여 생활하며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을 실감했다. 고향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도 바로 이때부터다. 그러나 다시 김해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회사를 그만두면 당장 내야 할 월세조차 감당하기 힘들어서다.
 
그로부터 얼마 뒤, 운 좋게 새로운 회사로 이직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울산보다 더 멀리 있는 충남 당진. 당진은 김해와 350km 이상 떨어져 있는 지역이다. 김해까지 가려면 최소 4시간은 운전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한번 타지생활을 시작하니 두 번째는 쉬웠다. 그래서 지난해 말 충남 당진으로 직장을 옮겼다. 당연히 현재 거주도 당진에서 하고 있다. 
 
가족과 친구들이 아직도 고향에 있지만 직장을 다니는 터라 한 번 이동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고향으로 가는 날이 원체 적다 보니 보고 싶은 이들의 얼굴이 아른거린 때도 종종 있었다. 언제 한번은 친구들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아 늦은 밤 영상통화를 걸기도 했다. 
 
그래서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이 그리움을 달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별다른 이유 없이 고향으로 내려갈 수는 없었다.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좋은 핑계 거리를 만들기로 했다. 여러 가지 선택지 가운데 병원 진료가 가장 좋은 핑계 거리였다. 고향에 있는 피부과에 진료를 예약하고 '어쩔 수 없이' 내려가는 방법을 택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갈 때마다 나를 반기는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온다. 이 핑계 덕분에 현재도 매월 한 번씩은 김해로 내려가고 있다. 현재도 고향으로 내려가는 날을 손꼽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그리움을 달래는 방법이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다. 굳이 핑계를 만들지 않고 내려가도 된다. 그러나 내려갈 이유가 없다면 일정을 차일피일 미룰 게 뻔하다. 자신의 스케줄을 잘 지키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래서 앞으로도 좋은 핑계 거리를 들고 고향으로 내려갈 생각이다. 
 
나에게 고향이 그랬듯,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그리움의 대상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 그리움을 얼른 해소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친구들의 얼굴 조차 기억나지 않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누군가 내게 그리움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두말할 것 없이 '사막의 오아시스'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움은 항상 마음 속에 떠오르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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