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식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관장
안규식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관장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적으로 우리의 생활패턴을 많이 바꿔 놓았다. 비대면 문화가 주류로 자리 잡았고, 이와 관련한 언택트 산업이 새롭게 부상했다. 전 산업부문에 걸쳐 매장방문을 통한 상품의 직접 구매 대신 인터넷구매와 배달문화가 떠올랐다. 자연스레 오프라인 기반의 매장은 위축되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마켓이 점점 더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비대면이 생활의 키워드로 자리 잡히면서 문화예술에도 적잖은 변화를 몰고 왔다. 무엇보다 관객과의 호흡을 중요시하는 공연계에 큰 타격을 줬다. 예매된 티켓들이 취소되고, 수 십 년간 손발을 맞춰왔던 공연 팀들도 해체의 수순을 밟았다. 이러한 분위기에 적응하기 위해 BTS를 보유하고 있는 기획사 하이브와 네트워크 플랫폼 업체인 네이버는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 가상세계를 통해 청중들과 만나는 획기적인 메타버스 포맷의 콘텐츠를 관객들에게 내놓았다.
 
미술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코로나로 휴관을 결정한 미술관들이 많아지면서 공간적 스케일과 색채의 미세한 변화를 직접 체험해야만 느낄 수 있는 전율은 점점 과거의 일이 되고 있다. 전시형태도 현실 공간대신 모니터로 만나는 가상의 전람회로 변모되는 사례가 많아졌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자, 이전에는 직접 얼굴을 보며 처리했던 일들도 비대면 혹은 재택근무 등 업무패턴의 변화로 사람 만날 일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지인들의 길흉사에도 직접적인 축하나 위로 대신 송금과 SNS를 통한 메시지로 갈음하는 것이 이제 자연스러워졌다.
 
이처럼 사람과 사람간의 직접적 대면과 소통이 줄어들면 어떤 일들이 발생할까? 지금 같은 비상시국에는 우리 모두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킬 수 있는 잠정적인 전파자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서로 간에 적의를 드러내고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사회 혹은 국가보다는 본인의 생존이 우선시 되는 개인중심주의가 편만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더불어 타인에 대한 배려와 같은 사회적 프로토콜은 무시되고, 사회적 유대감 또한 약화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 결과, 파편화된 개인들은 외로움과 정신적 궁핍함으로 고통 받는 사례가 증폭될 것이다.
 
이러한 위기에 직면하자 당장 교육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등교여부나 출석일수와 같은 표면적 문제는 제도적 보완으로 극복될 수 있는 것들이다.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아이들에게 사회성을 길러주고 인성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교사나 교우들과의 접촉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이러한 교육방식이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아이들에게 사회관, 국가관, 세계관을 가르치는 일은 교사들에게 가장 어려운 고민거리로 남아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국은 이제 자타 공인의 세계가 인정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변이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하고 있지만, 신속한 백신공급과 투여로 바이러스가 야기한 전 세계적 위기는 조만간 잦아들 것이다. 그러나 대면접촉 감소로 유발된 사회적 유대 약화와 인성의 폭력화를 극복하는 과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것은 과거의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팬데믹 이후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회적 관계회복을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해뉴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