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광 예비역 해군 대령
장현광 예비역 해군 대령

소말리아 해역에 다국적군으로 파병 중이던 청해부대 34진이 임무 수행 도중 코로나 사태로 인력 따로, 군함 따로 철수하여 귀국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해외 파병 중인 부대가 전투력 상실로 귀국하는 사태는 창군 이래 처음이며 이는 실로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사태 발생에 대한 전개 과정과 책임 문책을 두고 정치권의 공방 또한 뜨겁다. 어찌 보면 코미디 같은 일이기도 하고, 자칫 국제사회에서 조롱거리로 전락하여 그간의 위상과 이미지가 훼손될까봐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인해 국면이 바뀌면서 역사 자체가 뒤바뀐 사례가 적지 않으며 전쟁에 있어서도 그러한 사례가 드물지 않다. 160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던 제1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킬 수 있었던 것도 팬데믹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8년 스페인 독감의 대유행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6억 명의 감염 환자가 발생하였으며, 최대 1억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여 전쟁 중인 국가 간 전쟁을 할 여력도 없고 명분도 없어 전쟁을 종식할 수밖에 없었다라는 것이 그 주장이다. 실제 종전 후 팬데믹도 거짓말 같이 소멸되었다고 한다.
 
지금의 코로나19 팬데믹도 인류역사에 있어서 역대급으로 불릴 만하다. 다만, 과학과 의료기술의 발달 등으로 과거에 비해 훨씬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그 체감온도가 좀 약한 것처럼 느껴질 뿐이다. 이러한 때에 이번 청해부대의 도중하차 사태는 그간 방역선진국으로 불리며, K-방역을 전 세계에 전파하던 대한민국의 자부심과 긍지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중대한 사안에 대해 책임소재를 밝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를 지나치게 정치적 이슈로 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치권의 지나친 공방보다 정작 우려스러운 것은 군이 방역당국과의 책임공방에서 보여준 책임회피인 것 같다. 전장에 임하는 군은 스스로 전투태세를 잘 준비하고 출정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파병전에 조치 되어야 할 사항을 곰곰이 다 챙겼는지 스스로 되뇌어 봐야 한다.  군의 이러한 책임회피는 군인답지 못한 행동이며, 최근의 군내 성추행 사건과 오버랩 되면서 군으로서는 치명적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군은 국민에게 신뢰를 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이러한 때일수록 군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국민의 믿음을 회복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제 한 몸 지키지 못하는 군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책임마저 회피하는 모습으로 가고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국가와 국민이 존재하는 한 군은 존재하여야 하고, 군이 위기에 빠졌을 때 군은 스스로 일어서야 하고 국민은 군이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신뢰를 보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군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며, 이 기회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잘 돌아보고 군 전력을 상시 100% 유지할 수 있는 능력과 시스템을 갖추도록 스스로 노력한다면 원래의 위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군이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 여러분께도  군에 대한 자부심과 신뢰를 당부드리는 바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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