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수많은 추모객들이 검은 옷을 입고 봉하마을을 찾았지만 소란스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용하다 못해 엄숙한 분위기가 마을 전체를 휘감았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요즘, 대선 후보들을 비롯한 정계 인사들의 발걸음이 잦아져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노 전 대통령 묘역 일대의 분위기는 어떨까?
 
3년 전에 비해 봉하마을을 찾는 사람들의 수는 줄어들었지만 분위기는 정반대로 어수선해졌다. 여름철 휴양지의 아수라장을 방불케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추모 분위기는 묘역 앞에서만 살짝 느껴질 뿐이다. 봉하마을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아니다. 묘역 일대의 주변 상황에 문제가 있다.
 
묘역에서 벗어나 '추모의 집' 앞에 이르면 오른편으로 각종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추모객/관광객들이 잠깐 먹고 마시며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상점들은 국수나 메밀묵, 막걸리 등을 팔고 있는데, 가끔씩 도를 넘어선 장면이 목격된다.
 
상인들이 가게 밖에서 경쟁하듯 호객행위를 하고, 만취한 일부 관광객들은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지만 제지하는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술을 파는 음식점 옆 매점에선 묘역에 놓을 흰국화를 팔고 있다. 어색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봉하마을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는 식당과 매점은 그나마 친절하고 음식 값도 적절한 편이다. 하지만 몇몇 노점 상인들은 음료수 하나에 3천 원, 핫도그 하나에 2천 원을 받는 등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돌아온 뒤 자주 쓰고 다녔던 밀짚모자는 만 원에 팔리고 있는데, 그것도 중국산이다.
 
봉화산 부엉이바위 근처에 위치한 정토원으로 향하는 길은 아예 목불인견 수준이다. 아이스크림 장수가 등산로 중간 쯤에서 호객을 하고 있고, 정토원 앞 매점에서는 불교용품과 음료수, 과자 등을 꽤 비싼 가격으로 팔고 있다. 정토원 인근의 특이하게 생긴 한 나무 앞에는 불전함이 설치돼 있다.
 
노무현재단 '사람사는 세상'은 2년 전부터 홈페이지에 봉하마을의 잡상인을 주의하라는 글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쯤되면 추모객들의 마음은 불편해지기 마련이다. 23일 봉하마을을 찾은 한 추모객은 "역대 대통령 묘역 중 가장 정신 사납고, 싸구려 상혼이 판을 치는 곳이 이곳일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오는 8월 29일부터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이 열린다. 이 건축전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이 세계인들에게 소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숨기고 싶고, 가리고 싶은 치부가 지금 노 전 대통령 묘역 일대에 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