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유해조수포획단 소속 백남전 엽사가 엽총을 들고 날카로운 눈으로 목표를 조준하고 있다.  이현동 기자
김해시 유해조수포획단 소속 백남전 엽사가 엽총을 들고 날카로운 눈으로 목표를 조준하고 있다. 이현동 기자

 

사냥 30년, 포획단 활동 15년
맷돼지 개체 수 감소에 기여
김해시장 표창 두 번 받기도



"제가 멧돼지 수렵·사냥활동을 30년 넘게 하고 있는 비결 말입니까? 아무래도 이 일을 하는 게 적성에 맞아서죠. 하지만 제게 있어 더 중요한 건 멧돼지로 인한 농민들의 재산피해를 막고, 우리 김해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하 돼지열병)으로부터 지켜야겠다는 사명감입니다."

김해시 유해조수포획단 소속 백남전(66) 씨는 멧돼지 사냥 경력 30년, 포획단 활동 경력 15년의 베테랑 엽사다. 엽견(멧돼지 사냥개) 13마리를 키우면서 멧돼지 피해 신고가 들어오거나 시의 요청이 있을 때 사냥을 나가는데, 백 씨가 사냥하는 멧돼지의 숫자는 연간 100마리가 넘는다. 김해시 포획단 전체 인원 30명 중 사냥하는 멧돼지의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꾸준한 성과를 인정받아 백 씨는 2017년과 2020년에는 김해시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백 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이맘때쯤이면 70마리 정도는 잡았을 텐데 올해는 지금까지 35마리밖에 못 잡았다. 올해 잡은 멧돼지의 수가 예년보다 줄어든 건 포획단의 활발한 활동 덕에 멧돼지 개체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돼지열병이 전국적으로 확산함에 따라 2019년 12월께부터 환경부가 전국 지자체에 특정 기간이 아닌 24시간 내내 멧돼지를 포획할 수 있도록 허가했고, 이 시기부터 엽사들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다. 게다가 멧돼지를 잡으면 주는 포상금이 늘어난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종전에는 시에서 지급하는 5만 원뿐이었는데 최근에는 환경부에서 2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해 멧돼지 1마리 당 포상금이 25만 원으로 늘었다. 이렇게 포획한 멧돼지 사체는 예전에는 먹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전염병 우려로 폐기물소각장으로 보내져 일괄 소각 처리하고 있다. 

김해는 축산농가가 밀집해있어 단 한 번이라도 돼지열병이 창궐하면 축산업 전체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멧돼지를 잡는 전문 인력인 포획단 내에서도 해마다 가장 많은 실적을 내는 백 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동료 엽사들이 입을 모은다. 

이런 백전노장의 백 씨도 다루는 도구가 총기인 만큼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엽사가 되기 위해서는 안전수칙에 관한 이론 시험, 실사격 시험을 통과해 수렵면허증을 취득해야 하고 이후 관할 경찰서로부터 총기허가증도 발급받아야 한다. 총을 다루는 일인 만큼 어떠한 전과도 단 한 차례도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백 씨를 포함한 포획단의 노력이 통해서인지 최근에는 농민들의 멧돼지 피해 신고도 줄었다고 한다. 백 씨는 "예전에는 늦은 시각에 멧돼지가 밭을 헤집고 있다며 잡아달라는 전화가 와서 급하게 뛰쳐나가기도 하고, 주요 활동 구역(상동·생림·대동·한림) 외 지역에서도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멧돼지 개체 수가 많이 줄면서 이 일도 줄었다. 잡을 멧돼지가 줄었다는 것은 우리에게는 좋은 현상"이라며 "농민들이 고맙다고 할 때면 기쁘고 뿌듯하다. 산지에서 농사짓는 농민들 입장에서는 몇 개월간 공들인 작물을 멧돼지가 한 순간에 모두 망가뜨리니까 얼마나 속이 타겠나. 그들의 생계를 지켜준다는 사명감으로 멧돼지 사냥에 나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멧돼지를 잡는 일이 돼지열병 확산방지, 농민피해방지 등 공익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건강증진 효과도 크다고 했다. 그는 6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길도 없는 산길을 헤집으며 멧돼지를 추격하는 일에 여전히 체력적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 그는 "위험한 일이기도 하고 사고 위험도 상존하는 만큼 언젠가는 이 일을 그만둬야 할 때가 올 것"이라며 "내 몸과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우리 시와 시민들을 위해 멧돼지를 포획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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