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광 전 해군 교육사 기술행정학교 교장
장현광 전 해군 교육사 기술행정학교 교장

'여성도 군에 가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표가 수년 사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더니만 급기야 어느 대통령 예비후보의 주요 공약으로까지 공표되고 이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헌법 제39조」에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라고 되어 있고 관련법에 따라 우리나라의 병역제도는 징병제를 근간으로 직업군인제를 병행하고 있다. 다만, 여성에게는 징병을 면제하고 남성에게만 징병에 의한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남녀 구분 없이 장교 및 부사관에 대해서는 모병에 의한 직업군인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병역제도는 '의무병제도'(징병제, 민병제))와 '지원병제도'(직업군인제, 모병제, 용병)로 구분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부 국가들은 두 제도를 혼용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징병제 국가는 약 70여 개 나라가 있으며, OECD 34개국 중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10개국이 징병제를 근간으로 병역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징병제 국가로는 러시아, 터키, 중국, 이스라엘 등이 있고, 모병제 국가로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이 있다. 그 외 스위스는 대표적인 민병제 국가이다. 징병제 국가 중에서도 이스라엘은 대표적인 남녀동등 징병제 국가이다. 모병제 국가 중 프랑스는 부족한 병력을 용병으로 충당하고 있고, 독일은 통일 20년이 지난 2011년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하였으나 병력 부족으로 징병제로의 재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추세를 보면 모병제가 주류이고 미국, 일본을 비롯하여 유럽 국가 대부분이 모병제를 근간으로 각각의 실정에 따라 보완적인 제도를 병행하여 시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병역제도에 대한 이슈는 크게 2가지이다. 하나는 징병제에서 모병제로의 전환이고 다른 하나는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병역의무를 부과하여 군 복무를 시키자는 것이다. 한 나라의 병역제도는 그 나라가 처한 안보 상황, 지정학적 위치, 정치, 경제, 문화, 사회적 여건, 역사적 전통 및 국민 정서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하여 그 나라의 실정에 맞게 정책적으로 결정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별다른 논의 없이 자연스레 국민개병주의 원칙을 수립하여 전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를 부과하고, 남성에게는 징집제를, 여성에게는 1950년부터 일부 분야에 한정하여 지원제를 허용해 왔다. 그 후 그때그때 시국적 상황에 따라 병역정책도 조금씩 변천의 과정을 거쳤으나 지금처럼 병역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논의가 있었던 적은 없었다. 그만큼 지금 상황이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시국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금 이러한 이슈의 촉발은 최근 들어 심화된 인구 구조의 변화, 경제 구조의 차등화, 이에 동반되는 젠더 갈등, 세대간 갈등, 상대적 박탈감, 불공정 등 사회구조 개혁에 대한 갈망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이번 병역제도의 개선 논의를 통해 한국사회를 치유하고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분단국가라는 정치적 상황과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지정학적 상황 외에도 숱한 사회적 고려사항을 안고 있다. 또한 병역제도는 성별과 연령을 막론하고 개인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막중한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병역제도 정책 결정은 정치적 입장이나 특정 이익의 차원이 아닌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 바라보는 대승적 논의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거쳐 이뤄내야 할 것이다. '모병제, 여성 징병제' 등 단정적 결론보다는 현재의 국가적, 사회적 상황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반영하여 이에 합당한 K-병역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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